국정원 사건, 왜 시민들은 분노하지 않을까?’

 

지난해 다음 블로그 대상을 받은 아이엠피터님의 7월 3일자 글제다. 아이엠피터라는 분은 시사 블로그로 예리한 필치와 논리적인 분석력 그리고 확고한 철학으로 기성 기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이날의 글은 국정원이라는 기관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국민의 주권을 유린당했는데도 분노할 줄 모르는 현실을 파헤친 글이다.

 

자기 돈 몇십만원만 사기를 당하거나 뺏기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게 세상 사람들의 정서다. 그런데 자기 권리는 왜 처절하게 유린당했는데도 왜 분노하지 않을까? 돈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알고 있지만 민주시민으로서 권리에 대해 둔감하다면 날강도 짓을 한 국정원에 대해 분노할 리 없다. 민주시민이라면 민주의식이나 권리 의식을 가져야 하지만 우리국민들은 권리의식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철학과 폐지가 유행이다. 학생 충원의 어려움으로 경남대학교가 철학과 폐지를 결정한데 이어 대전지역 사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철학과를 유지해온 한남대까지 폐과를 결정했다. 대전대는 지난해 철학과를 폐지, 올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폐지하지는 안했지만 철학과를 비롯해 학생모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인문계 대학조차 위기를 맞고 있다.

 

아무리 명석한 학생들을 입학시켜도 학문탐구는 뒷젓이고 취업이나 고시준비에 여념이 없는 대학, 일류대학의 여부가 취업률로 결정되는 현실에서 취업률이 낮은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폐과라는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사양 산업에는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기업이 된 대학에 영양가 없는 철학이 폐과 수순을 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의 홀대로 이어질 세상을 상상하면 소름이 끼친다. 철학이 없는 사회, 인문학이 실종된 막가파 사회와 다를 게 무엇일까?

 

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 “어디를 가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어디를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신병원에 가야 할 사람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왜 사는지... 행복이 무엇인지... 시시비비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철학이 없는 삶이 그렇다.

 

철학이 홀대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학교가 제대로 교육을 하는 곳이라면 철학부터 가르쳐야 한다. 인생관, 행복관, 경제관, 이성관, 종교관.... 이런 세계관, 즉 자기 철학이 없다면 지식이란 공허한 관념일 뿐이다. 결국 학교는 남을 이기는 훈련, 일등만이 살아남는... 상급학교진학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이지경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예스맨... 알아서 기는 사람이 필요한 게 독재자들의 생리다. 주관이 뚜렷하고 시비를 가리는 사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올곧은 사람을 독재자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러기에 유럽 선진국에서는 필수과목인 철학을 우리나라에서는 왜 가르치지 않았을까?

 

 

정치뿐만 아니다. 자본도 마찬가지다. 자본은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의 생각을 가진 노동자를 원하다. 노동자가 권익을 따지고 근무조건이나 노동환경을 따지는 노동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상사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노동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상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직장상사들은 원한다.

 

불의한 권력, 독재자가 만들어 놓은 사회가 이런 사회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을 보자. 어떻게 그 화려한 학력이나 경력에 걸맞지 않게 하나같이 부정과 비리, 탈법의 온상 같은 인간형들뿐일까? 정치인뿐만 아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 재벌총수를 비롯한 대형교회 목사와 스님들, 권력기관인 법조계, 국정원이나 교육계, 종교계, 학계 가릴 것 없이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존경받을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이제 대학에서 철학까지 폐과하면 우리사회는 어디로 갈까? 지식을 많지만 그 지식을 사적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살만한 세상일까? 똑똑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인식, 출세했다는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다. 한사람의 의사, 한사람의 법조인을 길러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투입되는가 그들은 모른다.

 

출세한 사람(?) 성공한 사람들에게 역사의식이란 남의 나라 얘기다. 과정을 무시하고 과실만 따 먹겠다는 이기주의자들... 출세했으니까? 탈세든 탈법이든 나만, 내 가족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게 그들의 논리다.

 

철학이 없는 사회는 멘붕사회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마실 물이며 숨 쉴 공기며 먹거리며... 정치, 경제, 사회문화 어느 곳이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다. 속이고 죽이고 내게 이익만 된다면 남을 생각하지 않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막가파 사회.

 

그래서 강자만 살아남는 사회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철학이 없는 황량한 사회, 서바이벌 게임처럼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단 한 사람을 위해 모든 사람이 희생자가 되는 길을 우리는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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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