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보리학교 검정고시 합격생 자축파티>
흔히 대안학교 하면 문제아가 다니는 학교라고 낙인 찍는다. 문제아가 누군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 17시간 딱딱한 나무의 자에 앉혀 놓고 죽기살기로 문제풀이를 시키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붙여진 억울한 이름이 문제아다. 문제풀이가 싫고 자신의 장래 꿈을 실현하고 싶어 학교를 뛰쳐나오면 문제아가 되는가?
사람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은 무조건 문제아로 낙인찍는다. 작곡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학생, 연기라면 누구와 겨뤄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학생, 컴퓨터나 게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한 소질이 있는 학생, 영어를... 수학문제 풀이를 못한다는 이유로 문제아로 낙인찍는 것은 어른들의 횡포다.
실제로 필자가 태봉고등학교(기숙형공립대안학교)에서 2년간 지켜 본 일이 있다. 이 학교에는 노래라면 기성가수 뺨칠 정도로 잘하는 학생, 연극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 학생, 디자인에, 프로그래머에... 남다른 재능과 소질이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아버지 따라 외국에 갔다 돌아 온 학생들은 고만고만한 또래의 친구들이 다니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는 도저히 적응하지 못해 입학한 학교도 있었다.
<태봉고 LTI PT Day관련 사진 모음>
이러한 꿈과 끼를 가진 학생들이 모인학교가 태봉고등학교다. 태봉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라는 시간이 있다. LTI수업은 자기가 미래에 하고 싶어 하는 직업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 자기가 학교밖에 나가서 직접 자신의 맨토를 찾아 맨토에게 배우며 자신도 맨토에게 도움을 줄 수있는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LTI는 일주일에 8시간씩 현장에 나가 전문가들에게 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한번씩 자신이 배운 분야를 전체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LTI PT Day’라는 시간도 있다.
수학시간 영어시간에 잠만 자던 학생도 제가 선택하고 좋아하는 걸 배우는 시간이 싫을 리 없다. 짜증나는 수학시간은 싫지만 연극배우가 되겠다고 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숙연한 모습이 보인다. 학부모들이 싫어할 리 없다. 입소문을 타고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겠다는 부모들이 줄을 서고 있다. 타시군에서도 이 학교의 교육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방문하는 교육청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안학교 얘기가 나왔으니 필자가 학교장으로 있는 대안학교 하나를 더 소개하자. 태봉학교에서 LTI를 돕고 있으면서 입학을 못한 학생들을 보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태봉고등학교에 근무하시는 김상렬선생님과 창원시 부림시장 안에 제자의 도움을 받아 ‘보리학교’를(가온누리센터-법인) 개설했다.
<보리학교 수업 장면>
학교라고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교무실 하나, 20평 남짓한 교실 하나가 전부다. 물론 학력인정학교도 아니요, 졸업장도 없다. 하지만 이 학교에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안타까움을 현직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퇴근시간에 만나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
상담도 하고 체험학습도 다니고 제주도며 지리산 등반도 한다.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은 고입 혹은 대입검정고시 준비를 해 3년 가까운 세월동안 5명의 합격자를 내기도 했다. 제자의 경제적인 도움과 지인들의 후원으로 학생들에게는 전액 무료다.
대안학교에는 교육비를 얼마나 부담해야 할까? 보리학교처럼 전액무료인 미인가 대안학교가 있는가 하면 국제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대안학교 시설 7곳은 수업료가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이 넘는 시설도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 대안학교는 학습자의 부담이 연간 평균 6백만원 정도며, 무료인 곳이 32개, 1백만원 미만 20개, 1백만원~2백50만원 22개, 2백50만원~5백만원 34개, 5백만원~1천만원 64개, 1천만원 이상 31개다.(수업료, 기숙사비, 급식비 포함. 입학금은 별도-입학금 포함 부담금이 2천만원 이상인 시설은 6개 학교다.)
탈북학생, 미혼모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은 수업료를 받지 않거나, 연간 부담금 250만원 미만으로 강한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외국어 등 국제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은 8개 중 7개 시설의 수업료가 1천만원 이상으로 수익자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리학교의 이모저모>
대안학교라면 당연히 공납금이 비싼 학교라고 알고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게 아니다. 연간 1204만원이나 하는 대안학교가 있는가 하면 공립대안학교인 창원의 태봉고의 경우 분기별 17만9280원(입학금 1만1700원, 분기별 수업료 11만5200원, 분기별 학교운영지원비 5만2380원)만 내면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기숙형이지만 기숙사비는 전액 무료다.
그런가 하면 미인가 대안학교인 경우 첫해에 입학금 50만원, 발전기금 800만원을 내야하고 여기다 수업료와 급식비로 매달 40만원이나 내야 하는 학교도 있다. 첫해 기준 1330만원. 이후에는 체험학습비나 각종 여행비가 많이 드는 이 학교는 보통 학생들이 갈 수 없는 귀족학교(?)다. 2013년 현재 인가된 대안학교(각종학교)는 17교, 특성화중학교 11교,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는 24교다.
2008년, 필자가 정년퇴임 후 경남창원에 공립 기숙형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TF팀장을 맡아 선생님들과 함께 대안학교를 만들 때의 일이다. 당시 교육청의 담당관료들은 하나같이 대안학교란 ‘문제아 수용소’로 인식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꾸려진 TF팀에서는 공립대안학교의 모델은 문제아 학교가 아니라 교육을 하는 학교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
예산을 비롯한 주면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만들어 낸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는 지금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 학부모들이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로 바뀌고 있다. 경기도 혁신학교에서 보듯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는 황폐한 농어촌에 이사 오는 사람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학교를 살리는 길은 학생을 살리는 길이다. 물론 지역사회학교로서 학교가 감당해야할 또 다른 이유가 마을 공동체로서 주민들의 문화와 삶의 터전으로서 기능까지 하고 있다. 학교를 살릴 수 없는 게 아니다. 교육이 아니라 이겨야 산다는 황폐한 경쟁논리로 전인교육을 포기하고 점수로 사람의 가치를 서열매기는 삭막한 수월성교육만 아니면 학생들이 학교를 싫어할 리 없다.
탈학교, 학교폭력, 자살, 가출로 이어지는 경쟁교육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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