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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내버스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

by 참교육 201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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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인상을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것도 나이가 40이 넘으면 직업이 얼굴에 반영돼 어림짐작으로 대충 알아맞힐 수 있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사람도 없지 않다. 체육선생님 같은데 영어선생님이라고 할 때나 예술가 냄새가 나는 사람이 기자라는 걸 알았을 때가 그렇다.

 

‘시내버스를 타고 100배 즐기기’를 펴낸 김훤주기자가 그렇다. 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게 옳지 않지만 첫 인상을 보면 영락없는 목회자이거나 아니면 예술가처럼 보인다. 착한(?) 외모도 그렇지만 부끄러움을 타 남의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첫 인상은 ‘참 결이 고운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김훤주기자는 시인이 맞다. ‘사람 목숨보다 값진’이라는 시집을 펴내기도 하고 ‘따지고 뒤집기의 즐거움과 고달픔'이라는 산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습지와 인간, 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 보다‘라는 책을 쓴 저자답게 환경운동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기도 하고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이 주는 녹색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이 사람이 책을 냈다. 현재 경남도민일보 기자로 일하면서 경남도민일보 경상도문화학교 추진단장을 맡고 있으면서 쓴 ‘시내버스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라는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끔 느끼는 일이지만 저자가 감성이 풍부하다는 건 본인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준다. 김훤주기자가 쓴 ‘시내버스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는 기자의 딱딱함이 아니라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의 정서가 녹아 있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더해 준다.

 

 

‘걸으면서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길가에 있는 풀과 나무와 바위와 돌이 저절로 눈에 들어 옵니다. 자동차 가속기를 밟거나 자전거 페달을 저으면서 지나가면 아스팔트 도롯가 절개지에 조차 보랏빛 꽃을 머금은 야생 도라지가 곧게 자라나고 있음을 알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걷다보면 고개만 한번 들어 아래위로로 주억거려도 무심하게 스쳐지나가던 많은 것들이 각별하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3월 6일 오전 11시 35분. 창원시 진해구 속천 시내버스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즐비한 횟집들을 헤치고 나오니 카페리 여객선 터미널이 있더군요. 봄맞이 나들이로 여기서부터 진해루와 행암갯벌을 지나 소죽도 공원까지 이르는 길이랍니다. 터미널에 들러 어묵 세 꼬쟁이로 가볍게 배를 채우니 20분이 흘렀습니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두고 걸었습니다. 정장을 입은 남녀 한상이 지나갔는데 여기서는 다른데서 좀처럼 보기 힘든 철새들도 지겹도록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기행문은 칼라론 된 안내도와 시내버스 시간표와 경유지까지 친절하게 소개해 놓고 있다. 여행을 다녀 본 사람들이 늘 느끼는 얘기지만 요즈음은 자동차 없이 다니기가 보통 힘드는 게 아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도 어디서 내려 어떻게 가야 좋은 곳이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오늘이라도 무작정 버스를 타고 집을 나서는....’ 여행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아이 그런 여정이 오히려 홀가분하고 즐겁다고 한다.

 

낯선 곳을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하면 언제 막차가 있는지 그런 것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배낭에 시원한 물 한 병, 심심풀이 과자부스러기 정도만 넣고 훌쩍 버스에 올라타고 떠나는... 그런 시인다운 여행을 소개한다. 기자가 아닌 작가로서 낭만이 넘친다.

 

 

봄.... 창원 진해 속천-행암바닷가, 양산 원동 배내골과 영포, 거제 징승포-능포바닷길, 창원 안민고개 밤 벚꽃길, 창녕 우포늪(소벌)둘레.....

 

여름... 하동 화개면 십리 벚꽃 길, 거제 서이말 등대-공곶이, 창녕 장마면 대봉늪, 남해 금산-상주 해수욕장, 밀양 표충사 주변계곡...

 

가을.... 하동 악양 노전마을-최참판댁, 함양 화림동 산책길, 고성 하일면 학림 송천 일대, 합천 가야면 홍류동 소리길, 거창 연교마을-봉황대....

 

겨울..... 산청 단속사터-남사마을, 양산 통도사 암자길, 의령 백산-성산 낙동강 바리길, 합천 황강 둑길(창덕 가현-쌍책 성산).....

 

이 책 한군이면 정말 배낭만 메고 원하는 곳을 원하는대로 갈 수 있다. 계절별로 지역별로 역사까지 소개해 사춘기의 자녀를 둔 자녀들이 함께 훌쩍 며칠이고 다니며 못 다 나눈 얘기를 하기 안성맞춤이다.

 

 

떠나기 전날 이 책에 나온 안내도를 스마트 폰에 입력하거나 수첩에 메모하면 그걸로 여행 준비 끝이다.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이며(사진은 작가 수준이상이다) 안내도며 몇 번 버스가가 다니는 경유지며 기산표까지 자세하게 안내해 둔 책...

 

피서철이 되면 찜통더위 속에 10시간 가까운 아까운 시간을 차 속에서 낭비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게 우리네 피서 문화다. 기자다운 아이디어와 기발한 안내로 여행객의 필독서가 될 이런 류의 책이 경상도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을 어디든지 안내 해 주는 책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기자. 김훤주. 환경운동단체의 녹색시민상을 받은 사람답게 환경과 역사에 대한 애착까지 담긴 따뜻한 마음이 있어 더욱 애정이 가는 책이다. 올 여름, 경상도 지역의 진해며, 창녕, 우포늪과 남해, 거네, 통영, 산청, 하동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은 배낭 속에 이 책 한권을 넣고 가면 잊고 살던 낭만을 만나는 행운을 맞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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