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평소에 핸드폰을 갖고 싶어 하던 중학생이 ‘성적이 오르면 사주겠다’는 부모의 약속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자 자기가 살고 있던 아파트 20층에서 몸을 던졌다는 안타까운 얘기다. 이 학생이 자살을 하기 전날 성적이 나빠 부모로부터 심한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목숨보다 소중한 게 있을까?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가? 공부는 왜 하지?” 학생들에게 라고 물어보면 한결같은 대답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가?”라고 물어보면 의사, 변호사, 국회의원 판사, 검사... 이런 사람들이란다.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훌륭한 사람인가? 우리사회는 그 사람이 ‘어떤 인격의 소유자인가?’가 아니라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 혹은 ‘직업이 무엇인가?’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평가 받는다. 결혼을 할 때도, 취업을 할 때도, 선거에 출마할 때도... 한결같이 따라 다니는 게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다.
지난 4·11총선 때 선거문화를 바꾸겠다며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후보 7명이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던 일이 있다. 진보신당은 홍세화, 박노자 등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포함됐지만 후보 학력기재 란에 진보신당의 '탈(脫)학벌' 정책에 따라 '학벌 철폐'라는 방향에 맞지 않다고 판단, 학벌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학벌과 인격은 비례하는가? 유명브랜드 옷을 입은 사람은 다 부자일까?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닌다고 다 유명인사인가? 외모가 잘 생긴 사람은 모두 성격이 좋은가?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은 다 인격자인가? 형식과 내용은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의복이든, 외모든, 학벌이든 마찬가지다. 일류대학 졸업장이 그 사람의 인격이 될 수 없듯이 외모나 형식이 내용과 동일하다는 것은 결정적인 판단의 오류다.
교육이 무너졌다고 야단이다. ‘난 일등 같은 것은 싫은데, 앉아서 공부만 하는 그런 학생은 싫은데, 난 꿈이 따로 있는데....’ 성적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학교사회가 싫다고 절규하다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간 200명의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목숨을 끊고 있는데 어른들은 말한다. ‘우리도 다 그런 세월을 겪어 왔다고... 그 정도를 견디지 못하는 ×이 무슨 큰일을 하겠느냐’며 윽박지른다. ’성적이 뒤졌다고 자살한다면 모든 학생들이 다 자살하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성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데 성적이 좋지 못하다고 자살한다면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목적전치다. 성적뿐만 아니다. 왕따와 폭력으로 고통을 당하던 학생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통계청의 청소년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미성년자, 10대, 20세 이상 청소년 및 대학생까지 아우르는 1세부터 24세 인구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로 꼽혔다.
청소년들에게 죽음을 선택하도록 하는 원인이 소외와 폭력, 그리고 성적과 진학문제 때문이라면 이는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다. 사회적 타살을 두고 교육위기니 학교폭력만 문제 삼을 수 잇는가? 학교가 인격을 도야하는 곳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면 그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인간은 상품이 아니다. 건강한 사회란 학벌이나 외모보다, 사람의 ‘사람 됨됨이로 평가 받는 게 정상이다. 내용은 없고 형식만 중시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형식보다 내용, 학벌보다 인격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가 학벌이 아닌 교육하는 곳으로 바뀔 때 가능한 일이다.
* 이미지 출처 : 위의 이미지는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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