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이츠하크님 블로그에서>
수요자에게 선택권이 없다면 공정한 거래가 될 수 있을까? 교육이 상품이라는데 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면 공정한 거래란 허구다. 상품이란 수요자를 의식해 생산된다. 그런데 수요자의 선택권이 무시되고 공급자의 의도대로 만들어진다면 생산자는 자본의 목적에 따라 생산되고 수요자는 선택권을 침해당하게 된다. 자본의 논리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주의가 판을 치는 거래란 공정한 거래가 아니다.
<이미지출처 : 연합뉴스>
인간을 일컬어 지고(至高)의 가치를 가진 존재라고 한다. 그런 인간의 생각과 행동, 사람 됨됨이를 만드는 교육이 상품이라는 것도 해괴한 논리지만 그 상품이 불량품인지 양질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도록 공급자 마음대로 만들면 수요자는 뭐가 되는가? 2011 개정교육과정얘기다. 교육과정(敎育課程)이란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조직한 교육의 전체 계획’이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과정(2013년 시행예정)을 3, 4개월만에 만들어졌다면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믿어도 좋을까?
이렇게 쫓기듯이 졸속으로 교육과정을 만들다보니 교과서 개발 기간도 6개월밖에 안 되고 중등의 경우 집중이수제 때문에 3년치를 한꺼번에 만들어야 한다. 집중이수제란 ‘주당 수업시간이 1~2시간인 도덕·실과·음악·미술 등의 과목을 지금처럼 매 학기에 나누어 가르치지 않고 특정 학기에 몰아서 수업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이 시행되면 현 최대 13개인 중,고교의 학기당 배우는 과목 수는 8개로, 초등고학년(3~6학년)은 7개로 줄어든다. 고교 단계에서는 3년 동안 이수해야 할 총 이수단위가 204단위로 축소되며, 대학과목 선이수제 과목 등을 개설할 수 있다.
교과서 발행체제도 중등은 국어, 사회(역사포함), 도덕만 검정이고 나머지는 인정도서로 바뀌었다. 인정교과서는 각 시도교육청에 과목별로 심의를 분배하였는데 교과서가격이 올라가고 질 관리가 안 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교과서에 집권당의 정책이 담기면 어떻게 되는가?
정책이란 정당마다 다르다. 그런데 교과교육과정을 고시할 때부터 국가정체성과 녹색성장 내용을 꼭 담고, 수업방법론으로 창의인성을 강조했다. 역사교육과정은 공모절차도 없이 국사편찬위에서 개발하였다. 그러다 보니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아예 “자유민주주의”로 바꿔버렸다. 개발과정에 참여한 인사들이나 심의회위원들조차 심의회 안과 다르다며 사표를 내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사회교과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이나 노동자의 역할은 거의 없이 자산관리와 기업가를 찬양하는 내용이 많아졌다. 도덕과는 통일교육 내용이 대폭 축소되었다. 다른 교과에서도 맥락에도 맞지 않는 창의인성, 녹색성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결국 시작부터 MB교육과정으로 불린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이제 교과교육과정까지 만들었지만 내용은 졸속이고, 부실한 교과서가 양산돼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재정경제부조차 8월초에 경제교육내용이 축소되고 개발기간이 짧다고 한 달간 토론을 하자고 제안할 정도였던 ‘2011개정교육과정’이 일정을 1년 앞당겨 실제로는 3, 4개월만에 만들어졌다. 이런 교육과정이 2013년부터 시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얼마나 될까?
교과부가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보면 2014년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목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해 온라인으로 시험까지 본다. 2015년에는 고등학교 과목으로 대상이 확대될 될 계획이다. 교육을 상품이라면서 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사를 무시한 공급자의 계획이 과연 모든 수요자에게 만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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