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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 9월은 '독서의 달'이다. 아마 세계에서 책을 읽게 할 목적으로 ‘독서의 달’을 정하고 ‘독서진흥법’을 만들어 독서를 권장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교과부는 독서진흥법도 모자라 2015년까지 초·중·고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로 바꾸고 독서기록과 대학입시를 연계하는 종합적인 학교 독서교육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얼마나 책을 읽지 않아서 ‘독서의 달’까지 정해놓고 대학입시와 연계시키고 지자체별 행사까지 하고 있을까? 정말 정부가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을 읽게 할 의지는 있기나 한 것일까? 책을 많이 읽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무 책이나 많이 읽는다고 유익한 것일까? 좋은 책은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이 가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힐 것인가? 우리가 먹는 먹거리 중에도 유기농 식재료가 있는가 하면 농약이나 방부제가 범벅이 된 식재료도 있다. 먹어서 건강을 지켜주는 식재료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식재료도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책사에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은 모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일까? 음식이 그렇듯이 책도 모든 책이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책 중에는 호기심을 조장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삶을 안내해주고 인간의 감성이나 정서를 살찌우는 좋은 책도 있다.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는 좋은 책을 권해주고 싶지만 어떤 책을 권해야 할지 망설이는 부모들이 많다. 책사에 진열된 ‘베스트 셀러’가 가장 좋은 책일까? 좋은 책이란 우선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맞는 책이어야 한다. 책을 많이 팔아 돈벌이를 하겠다고 폭력을 미화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좋은 책은 고전이나 동서고금을 통해 존경받는 분이 쓴 책이 좋다. 존경하는 선생님이나 양심적인 사람이 추천하는 책, 전통 있는 출판사의 책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이다.
성장기 아동들의 독서지도는 음식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용도 없는 만화나 판타지 소설에 빠져 바른 독서의 기회를 잃는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사람과 만나느냐, 혹은 어떤 책과 만나느냐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독서란 책을 읽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또한 시공을 초월한 저자와의 대화이기도 하다. 석학들의 경험과 사상을 공유해 나가는 것. 그것이 독서의 필요성이다. 아이들에게 무한한 꿈을 심어주는 책, 책의 내용과 형식이 바람직한 삶의 가치를 담고 있는가? 라는 것도 선택의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기준도 원칙도 없는 독서습관으로는 책에 대한 싫증만 가중시킨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읽느냐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호기심이나 흥미 중심의 책은 읽고 난 후 남는 게 없다. 읽기 싫은 책을 스펙을 쌓기 위해 억지로 읽고 형식적으로 기록에 남기는 독서활동평가제도는 오히려 아이들의 정서를 좀먹는다. 삶을 넉넉하게 하고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좋은 책으로 이 가을 자신을 살찌우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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