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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립대안학교, 성공할까 실패할까?

by 참교육 2011.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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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왜 3월에 정원을 다 채우지요?”
“중간에 위탁학생 신청을 하면 어떻게 받아줍니까?”
00시교육청에서 장학관을 비롯한 7명의 장학사들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있는 태봉고등학교를 찾았다.

“다른 학교에서 평생동안 맞았던 손님보다 이 학교에서 1년간 맞은 손님이 더 많습니다”
태봉고등학교 교감으로 발령 받아 온 선생님 얘기다. 방학을 이용해 00시 교육청에서 경남의 공립대안학교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찾아 온 것이다. 00시뿐만 아니다 전국 여러 시·도 교육청에서 사흘이 멀다않고 태봉고등학교를 찾아온다.


00교육청 장학관의 얘기를 들어보면 태봉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의 개념과는 방향이 맞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대안학교에 대한 정체성부터 확인하지 않으면 얘기가 진척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00시에서는 대안학교에 대한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는 지요? 혹 학교적응을 하기 어려운 세칭 부적응학생을 대안학교로 이해하시는 건 아닌지요?”
질문한 내용을 보니 00시에서는 단위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대안학교에서 위탁해 교육하는 위스쿨을 대안학교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위스쿨이란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학업 중단위기에 있는 학생’을 수용하는 학교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대안학교하면 학교부적응 학생을 수용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경남에서 설립한 공립대안고등학교는 부적응아를 수용하는 학교가 아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중학교 성적 3%에서 90%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입학한다. 영어회화를 능숙하게 하는 학생에서부터 랩 가수 실력의 소유자. 가수 뺨치는 가수 지망생, 유도 유단자... 축구선수, 인터넷 전문가(?)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있다.

‘그런 학교가 왜 대안학교인가?’라고 반문할 사람이 있겠지만 그런 학생들을 받아 교육하기 위해 세운학교가 공립대안학교다. 처음 대안학교설립을 위한 TF팀에 참가했다가 정체성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던 일이 있다.

“문제 학생을 모아놓고 수용소를 만들면 어떤 학생이 별을 달겠다고 지원을 하겠습니까?”
학생뿐만 아니었다. '교사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 그런 골치 아픈 학생들을 공립학교 교사들이 누가 지원하겠느냐'는 것이다.
전체 경남 공립학교 교사 중 그런 헌신적인 교사 10여명도 없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느냐며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다.


설립을 위한 예산확보도 난관이 많았다. 당시 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중에는 문제 학생(?)을 위해 100억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분위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개교한지 2년. 전국에서 공립대안학교에 대한 관심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온다.

‘도대체 그런 학생들을 선발해 어떤 대안교육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게 태봉고등학교를 찾는 사람들의 궁금증이다.
군대에서도 금지한 체벌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아직도 설전이 끝나지 않은 교칙과 수학문제가지 외워 일 년에 한 달 가까이 시험을 쳐 서열을 매기며 일류대학을 준비하는 곳이 우리나라 인문계고등학교다. 아침 8시부터 등교해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방학도 없는 곳.... 성적이 뒤떨어지는 학생은 자칫하면 패배자로 분류돼 위스쿨이라는 곳으로 귀양살이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육자가 있는 곳이 학교라는 곳이다.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에는 어떤 학생들이 오는가? 시험문제풀이만 하는 학교, 인권도 개성도 무시당하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20평도 안 되는 공간에 갇혀 수학문제가지 풀이하는 학교는 싫다. 이런 생각을 가진 끼가 있는 학생이 모이는 곳이다. 자녀의 그런 생각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류대학이 아니라 개성과 인격적인 인간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자녀를 이 학교에 맡기고 싶어 한다. 대학에 가서 학문을 더 학고 싶은 학생은 그런 안내를 해주고 노래면 노래, 파티쉐면 파티쉐, 복지사면 복지사가 꿈인 학생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는 학교.

두발이며 복장을 전혀 간섭하지 않고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는 학교. 공부가 힘에 부치면 탄력 있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공부가 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학교. 친구가 적이 배움의 공동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아니라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학습이 가능한 학교. 전교생이 기숙형으로 급식을 통한 식습관 개선과 영양 있는 식단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학교가 교육적으로 관리하는 학교. 학급당 15명이라는 작은 학교 운영으로 소통과 대화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생활화하는 학교. 졸업 후 진로는 일류대학이 아니라 나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조사해 스스로 진로에 대한 준비를 하는 LTI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태봉고등학교라는 공립대안학교다. 이름 그대로 무너진 학교를 교육하는 학교로 바꾸기 위한 실험학교인 셈이다.

그러나 걱정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장애요소는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행정지원청의 시각이다. 대안학교가 ‘문제 학생(?)을 수용하는 곳’이라는 교육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자칫 위스쿨 류의 학교로 가기 십상이다. 장애요인은 또 있다. 처음에는 이 학교를 지원한 학부모들 중에는 제발 우리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해주기만을 바라지만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욕심(?)이 생겨 우리아이도 친구네 누구아이처럼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감당하지....?

 


또 하나. 끊임없이 학력 공포증에 시달리던 공립학교 교사가 체벌도 서슬퍼런 교칙도 없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사랑하고 안내해 주는 인격적인 학생관을 가진 교사로 거듭나게 하는 일이다. 대안 학교 마인드가 있는 교사를 계속 어떻게 계속 양성하고 확보해 낼지... 내 자식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제자가 마음 상하지 않고 인격적인 인간으로 자라기를 바라며 정작 자기 자식교육은 뒷전이 돼 혹은 밤늦게 까지 남아 개별지도며 일숙직까지 감당해야 하는 그런 문제를 어떻 게 해결할 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부모교육에 중점을 두고 시간 날 때마다 강사를 초빙해 학부모교육과 교사연수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교육은 학교(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교육은 교사의 능력만큼 가능하다.' 학부모와 함께하지 않는 교육은 시행착오를 거듭할 뿐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제 출발한지 2년차다. 주변에서 호기심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던 시각이 차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의 시행착오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공립에서 대안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을 비롯한 이 학교 구성원들의 헌신과 사랑만이 공립대안학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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