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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폭력은 어떻게 다를까요?”
학생들에게 물었다. 대답을 하는 학생이 없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경찰이 차고 있는 몽둥이와 강도가 들고 있는 몽둥이는 똑같은 몽둥이입니다. 그런데 경찰이 차고 있는 몽둥이는 겁이 나지 않는데 강도가 들고 있는 몽둥이는 왜 두려울까요?”
“저요!, 저요!”
저마다 자신 있다는 듯 손을 든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그 정도 대답을 못할 리 없지.’ 그 중 한 학생에게 발언권을 줬더니....
“경찰은 몽둥이로 사람을 때려잡지 않지만 강도는 몽둥이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교실이 갑자기 웃음바다가 된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또 다른 사람...?” 했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손드는 학생이 몇이 없다.
“경찰은 도둑이나 강도가 위협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몽둥이를 차고 다니지만 강도는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차고 다니다가 반항하면 몽둥이로 사람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서 킥킥하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야 임마, 앉아! 아까와 똑같은 소리잖아?”
여기저기서 야유하는 소리가 들린다.
“또 다른 사람?” 했더니 손드는 학생이 없다. 대신 앉아서
‘남자에게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침묵이 흐르는 교실에 TV광고 아저씨 목소리와 똑같은 말로 젊잖게... 학생들이 그게 무슨 소 린지 못 알아들을 리 없다.
폭소가 터져나왔다. 발로 교실바닥을 굴리며 웃는 학생...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웃는 학생.... 옆에 앉은 친구 등짝을 두들기며 웃는 학생...
옆반에서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뒷문으로 들여다본다.
겨우 진정시키고 수업을 진행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경찰이 가지고 있는 몽둥이나 강도가 가지고 있는 몽둥이는 다같이 폭력의 도구랍니다. 그런데 이 몽둥이는 경찰이 사용할 수도 있고 강도가 사용할 수도 있
습니다. 경찰이 강도를 잡는 데 몽둥이를 사용했다면 폭력일까요?”
“아닙니다!”
“왜 아니지?”
“...?..?”
“경찰이 행사하든 강도가 행사하든 몽둥이로 사람을 구타했다면 그것은 똑 같은 폭력이 잖아요? 그런데 왜 경찰이 행사한 구타는 폭력이아니라고 하지?”
역시 대답이 없다. 뭐라고 할 말이 입안에서 가득한데 선 듯 나서서 명확하게 답변할 자신이 없다는 태도다.
“같은 폭력이기는 하지만 정당성이 있으면 권력의 행사가 되고 정당성이 없으면 폭력이 되는 거랍니다.”
이제 의문이 풀렸는가 보다. 모두들 알아들었다는 표정이다.
내친김에 마무리를 한다.
“권력과 폭력은 형식은 권력이나 폭력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본질은 폭력'이랍니다.”
이 말을 알아듣는 학생이 몇이나 될지...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볼까요?"
요즈음 김진숙 민주노총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47m 높이의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20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여기저기서 ‘알아요’ '뉴스에 나왔어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김진숙민주노총지도위원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농성하는 시위대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면 권력일까? 폭력일까?”
“권력입니다!”
“아닙니다. 폭력입니다”
대부분 권력의 행사라는데 유독 한 학생이 ‘폭력’이라고 말해 지명해 발언하게 했다,
“너는 왜 폭력의 행사라고 생각하느냐?”
“데모는 나쁩니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합니다!”
너무나 자신 있게 대답한다.
“야, 임마! 김진숙이라는 사람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요구해도 안 들어주니까 크레인에 위에 올라간 거야!”
“너거 아부지 경찰 아니랄까 봐! 자식, 그만 앉아!”
여기저기서 야유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간만 조용해 봐요, 내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독선이고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근거를 대고 논리적으로 말해봅시다."
학생들이 잠잠해지자
“그래, 김00, 넌 왜 그렇게 생각한 거지?”
어디서 듣긴 들었는데 논리적으로 설명을 못한다.
..............................
..............................
"세상에는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현상은 보이지만 본질은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경찰의 몽둥이, 강도가 쥔 몽둥이'라는 모습의 차이지만 보이지 않는 '본질이 폭력'이라는 걸 알아야 객관적인 이해가 가능하답니다.
'현상과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상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객관적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현상을 어디까지나 현상이지 본질이 아닙니다.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판단하면 객관적인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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