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나라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그렇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 카드, 비수도권 부동산 활성화, 건설경기 지원 등을 제시했다. 우선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해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산정 시 1가구 1주택자 혜택을 적용한다. 인구감소지역은 지난해 기준 총 89곳으로, 일부 수도권 지역을 포함해 전국 대부분 지역이 해당된다. 개발제한구역과 농지, 산지에 대한 입지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 윤 대통령의 규제완화는 부자 손들어주기
규제(規制)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규, 규정, 또는 관행을 의미한다. 규제는 적절하게 사용되면 국민의 경제적·사회적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나 잘못 입안되거나 비능률적으로 적용되면, 오히려 각 경제주체에게 그릇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경제왜곡을 초래하거나 경제적·사회적 복지를 훼손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이 규제를 잘못 입안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의 줄푸세에서 보듯 ‘세금 줄이기’와 잘못된 ‘규제 완화’ 정책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체감하는 민생경제 지속성장 구조개혁’을 목표로 설정하고, 민생경제 회복, 잠재위험 관리, 역동경제 구현, 미래세대 동행이라는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규제 혁파와 기업 활력 제고를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역대 정부가 규제 혁파를 약속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혁명적 접근’을 약속했다. 모두 성과는 미흡했다. 규제 혁신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5798건의 규제가 신설됐다.
■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보면 정부역할의 확대가 곧 반시장주의라는 인식하에 작은 정부와 시장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개입 없는 자유경쟁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노동자 보호나 사회보장, 심지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규제조차 자유의 적으로 간주했던, 윤석열이 가장 감명 깊었다던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논리다.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감세 정책이다. “기업의 투자·고용창출 유인 제고를 위해 법인세 등을 정비”한다는 명목 하에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 인하를 추진하였지만 1%p 인하로 그쳤다.
참여연대가 뽑은 역대정부의 ‘최악의 규제’를 보면 카드사용 한도 규제 폐지, 저축은행의 제로베이스 규제완화, 중소기업 고유업종 규제 폐지, 재벌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 규제 폐지, 대형마트 진출허가제 규제 폐지, 정리해고 규제 완화, 비정규직 사용규제 완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해제, 분양가상한제 및 무주택자 우선분양제 폐지, 사행성 게임의 규제 완화, 이자제한법 폐지 등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기다 ‘부동산 규제 풀어 경기를 살린다’는 최악의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투기를 억제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과 주택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투기를 억제하고 서민주거안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정부는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이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주택자들의 투기에 의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식해서 출범 초기부터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려 했다. 공급을 확대해도 다주택자들이 투기를 하면 별 효과가 없으므로 투기수요를 잡아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민간·시장 중심 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감세와 규제 완화로 기업과 시장이 살아나면 국가와 서민 경제가 활력을 찾으리라고 기대했던 정책이다. 출범 1년이 지났지만 경제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역적자의 골은 깊어지고 세수 구멍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공매도 금지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제는 노골적으로 극소수의 투자자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 카드까지 들고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는 개발사업 시행사와 230만 다주택자만을 돕는 편파적 정책이자, 무주택자에 대한 노골적 차별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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