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인가?” 이 물음에 대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라고... “그런 말 같지 않은 대답이 어디 있는가?”라고 힐난(詰難)할지 모르지만 그건 사실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누구인지 ‘객관적으로는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은 나이고 주관적으로는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좋은 사람도 있고 미운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준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고들 한다. 그 ‘준 것 없이 미운 사람’은 누굴까? 심리학자들은 그 준 것 없이 미운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의 약점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라고 풀이한다.
"나는 사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7세기의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1596--1650)는 나는 ‘사유하기 때문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나의 사유와 나의 존재가 별개로 따로 있는 것 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존재는 사유 활동 자체로서만 확인되며, 존재하는 나의 본질 자체가 바로 사유라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대부분의 관념철학자들은 정신과 물질 중에 물질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있기 때문에 물질(자신)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신이 선차적이고 물질이 후차적이기 때문에 정신이 없으면 물질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죽은 후의 세계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정답은 없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나라는 존재는 ‘죄책의 절망과 허무와 무의미와 죽음과 무의 절망을 품은 존재’이며 ‘절망적인 존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운명론자인 종교인들은 ‘나’란 ‘죄로 벌거벗고 버림받아 저주 받은 땅에서 고생하며 살다가 병들고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절망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구원받지 못하면 희망이 없는 존재’라고 못 박고 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있어 태어났으며 그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실천할 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불교의 자아관도 기독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불교에서 ‘공불이색, 색즉시공·공즉시색, 수상행식·역부여시'라 하여 ‘물질적 현상이 그 본질인 공과 다르지 않고, 공 또한 물질적 현상과 다르지 않으니, 물질적 현상이 곧 본질인 공(空)이며, 공(空)이 곧 물질적 현상이다. 감각작용, 지각작용, 의지적 충동, 식별작용도 다 공(空)’라고 본다. 불교의 자아관 역시 관념론의 한 아류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불교의 나는 ‘보이는 것은 다 헛되고 헛된 것이기에 가진 걸 모두 버리면 해탈의 길이 열린다.’며 완전한 나는 ‘나를 완전하게 버릴 때 비로소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불교의 자아관이다.
사유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인간, 신의 뜻이 아니면 헛되고 헛된 존재가 가 진정한 나인가? 아무래도 ‘나’는 남이 아닌 내가 나를 찾아야하지 않을까? 인간의 형상으로 태어난 존재인 사람은 다른 어떤 동물도 아닌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이나 가치관을 가지는 게 아니다. 나라는 존재 그 육체에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한 개체가 가진 모습(가치)이 다르다. ‘죽지 못해서 사는 존재‘라거나 ’죽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는 주체적이지도 목적적이지도 못하다. 이런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살아지는 존재(주체적이지 못한...)일 뿐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요리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옳고 그른 것, 선악 시비를 분별할 수 있을 때 자아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천명이면 천명, 만 명이면 만 명, 누구 하나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생각, 똑같은 자아관을 가진 사람도 없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 나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완성은 나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부끄럽고 의미 없는 ‘자아’가 아니라 ‘떳떳하고 당당한 나를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몫이다.(2006.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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