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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자료

역사란 무엇인가?-역사관(歷史觀)

by 참교육 2008. 10. 2.

87년 민주화 대투쟁 전후 노동운동단체가 중점사업으로 했던 교육 사업에는 역사과목이 필수였다. 제도권교육에서 국어, 영어, 수학이 필수과목이지만 당시 운동단체에서는 철학, 경제, 역사, 노동법과 같이 세상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관련된 그리고 지신과 민족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데 공부에 중점을 두었다고 기억된다. 운동단체가 역사에 관심을 뒀던 일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학교교육이 역사를 암기과목으로 ‘서기 몇 년에 무슨 사건, 무슨 사건이 일어났다. 그 원인과 경과, 결과를 베껴서 외우는’ 식의 역사공부를 해 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런 역사공부는 사전적 지식을 머리속에 옮겨 놓는, 그래서 역사의식을 깨우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였다.

역사란 무엇일까? 역사를 말하라면 E.H 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를 연상한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수천만년동안 살아 온 사람들의 생활과 일어났던 ‘모든 사실‘ 안다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과거에 있었던 일 중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일. 그런 일들을 앎으로서 우리의 삶이 보다 더 풍요로워지고 보다 더 알찬 내용으로 채워지게 하기 위해서 역사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지식은 보는 사람들의 안경(史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아는 전문가의 눈을 통해서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 전문가가 어떤 안경을 썼는가 하는 게 문제다. 그걸 사관(史觀)이라고 한다. 사관에는 영웅사관도 있고 민중사관도 있다. 불교사관도 있고 기독교 사관도 있다. 민족사관도 있고 식민지사관도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영웅관이거나 식민지사관에 의해 씌어진 역사책이고 그게 역사라고 외우게 했다. 그런 지식의 양, 암기한 기억력으로 서열을 매기고 우열을 가렸다. 제도권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증주의라는 외피로 씌어진 식민지사관에 의해 기록된 역사를 공부한 것이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 왕조사관에 의해 기록된 역사책을 보면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곧 역사라고 써 놓았다. 어느 왕이 몇 시에 기침을 하셨고 몇 시에 수라를 드셨다는 것. 왕이 몇 시에 자고 무슨 말을 했는가? 재임기간이 얼마고 어떤 사람이 왕이 되고 그 사람 다음에는 무슨 왕이 즉위했고... 이걸 역사라고 배웠다. 그런 역사는 ‘왕조사관’에 의해 씌어진 역사다. 이런 역사는 어쩌면 나의 삶에 별로 보탬이 되지 못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모든 학문이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면 배울 필요가 없다. 왜 역사를 배우느냐는 것은 나를 알기 위해서다. 오늘이 있게 된 과정, 내가 그 과정에서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 역사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 정치사와 경제사, 문화사 종교사... 그런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있게 됐는냐?’ 하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역사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역사를 어떤 안경을 끼고 보느냐?’ 하는 역사관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의식’이다. 역사공부를 한 목적이 ‘역사에 대한 지식을 내가 너보다 더 많이 안다.’는 그런 역사공부는 관념화된 박제지식의 습득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이만큼의 자유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 이 자유를 누리게 된 오늘의 나는 역사에 대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내가 먹고 있는 음식. 의복. 그리고 문화적 혜택을 비롯한 오늘의 모든 것이 과거의 희생과 투쟁의 결과라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철철이 피는 꽃을 보고 아름다움에 탄복한다. 그런데 그 꽃을 피우기까지의 개체가 쏟은 눈물겨운 혼신의 노력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꺼무튀튀한 흙속에서 그런 신비한 색깔의 꽃을 피워낼 수 있겠는가? 역사는 길가의 이름 모르는 작은 식물 하나하나가 피워낸 절묘한 색깔의 꽃처럼 오늘의 네가 만나는 현실은 과거에 살아왔던 이들의 꽃이라는 사실. 그걸  아는 것이 역사의 식을 갖는 것이요,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다. 농부의 고마움을 모르고 먹는 음식은 과정이 생략된 지식의 암기처럼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지 못한다. 제대로 된 역사공부는 계급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역사. 그리고 오늘의 현실이 투쟁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한지 못하는 한 올바른 역사 인식이란 없다. (2006-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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