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악(惡)이 선(善)이 되는가? 공과 사는 구별되어야 하고 정의와 불의는 공과로 평가 되어서는 안된다. 시간이 지나면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시(是)나 비(非)는 시공(時空)을 떠나 시(是)는 시(是)요. 비(非)는 비(非)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사(私)와 공(私), 차이(差異)와 차별(差別)을 구별하지 못해 미망(彌望)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불의가 큰소리치며 살아 왔다. 정의란 권력이나 경제력이라는 잣대로 제단(裁斷)해서는 안되지만 우리사회는 유전무죄무전유죄는 아직도 유효(?)하다.
<사진 ; 마산문학관>
1999년, 전국적으로 지역 유명인사들의 기념사업이 확산되면서 마산시의 요청에 의해 노산문학관 이름으로 건립 기금이 정부 예산에 반영되어 논쟁이 시작되었다. 결국 이 논쟁은 6년여에 걸쳐 친노산계와 반 노산계로 갈라진 형국의 문인, 시민단체, 학계 등의 논쟁으로 시간을 끌다가 반노산계 주장이 관철되어 노산기념관이 아닌 마산문학관으로 명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2009년 논쟁당시 마창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로 참여해 노산문확관이 아닌 마산문학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해 노산이 아닌 마산문학관으로 명명하기로 관철시켰던 일이 있다.
당시 논쟁의 초점은 노산 이은상의 이름으로 문학관을 짓는 것이 마산의 관광사업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3,15의거 부마항쟁의 자랑스런 마산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결국 일제 강제징용을 정당화하고 찬양하는 친일시를 발표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마산의 얼굴이 되어서는 안되며 이은상이 마치 마산 시민 모두가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위대한 인물로 착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우세해 마산문학관으로 명명,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은상에 대한 공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마산역 앞에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 시비(詩碑)’와 "한국민주주의 요람,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라는 두 안내판이 흉물처럼 남아 있다.
며칠 전에는 안희정 충남지사 부친상을 당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의 당직자들의 문상을 놓고 논란이 됐던 일이 있다. 또 엊그제 고 박원순서울시장의 시청앞에 분향소 설치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 박원순시장의 경우 시장의 전 비서, '성추행 혐의'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소식만 보도됐을 뿐 아직 혐의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전날 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히 여성단체에서는 “고인의 경력을 치켜세우며 애도하고, 정치인들이 공식 조문하는 행위에 대해 “피해자를 향한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가 하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20여만명이 박원순 시장(葬)을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안타깝게 여긴 서울시장 공보특보 이민주씨는 기자들에게 “고인과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민주공보 특보의 호소처럼 “고인은 평생의 삶을 사리사욕 없이 공공에 대한 헌신으로 일관”해 왔으며 “정치인-행정가로의 길로 접어든 이후 줄곧 탄압과 음해에 시달려 왔으며...” “가족이라는 이유로 견디기 힘든 고통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던...”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피해자의 고통을 덮자거나 혼자서 지고 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글을 쓰는 동안 백선엽시가 타계 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며칠 전, 국립현충원에 묻힌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을 파묘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백선엽장군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문제로 논란이 됐던 일이 있다. 자신의 삶의 공으로 말하면 이은상씨나 백선엽장군 그리고 박원순시장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공(功)과 사(私)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공사를 분별 못하는 풍토에서는 피해자는 자신의 고통을 평생 혼자 안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위안부문제를 반드시 일본에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이유가 그렇듯이 정의를 세우는 일. 시비를 가리는 일은 역사가에게만 맡겨 놓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살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의 삶을 두리뭉실 덮어 공만 말하고 과를 덮어두는 것은 본인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고인의 장례를 치른 후 시비를 가릴 것은 가려 억울한 피해자가 있다면 그의 고통이 혼자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밝히는 것이 사회정의를 세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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