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공부를 많이 한다고 다 훌륭한 사람인가?’라는 글에서 N번방 조주빈의 아동음란물제작과 강제추행...에 대하여 ‘교육부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국민들에게 사과 라도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내용의 글을 썼더니 페이스 북 친구가 ‘교육부가 개인의 범죄행위까지 일일이 책임을 져야 하나’며 못마땅해 하는 항의성 댓글을 올린 분이 있었다. 정말 교육부는 조주빈의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이 없는가?
생식기를 깨끗하게 하지 않는다면? 정자와 난자가 아파요’(초등중 15차시)/‘성매개 감염병의 예방법: 임신 전이나 결혼 전에는 성매개 감염병에 관한 전문가 진료를 반드시 받도록 한다.’(고등 19차시)/남성은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말고 여성은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초등저 14차시)/여성의 성기를 ‘난소, 난자, 난관, 자궁, 질’로 내부기관만을 설명하고 성기를 생식기능에 한정해서 설명(초등중 15차시)
‘왜 남자의 성기는 볼록하고, 여자의 성기는 오목한 모양인 것일까요? A. 남자의 경우 정자를 잘 만들려면 온도가 낮아야 하니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좋고 여자의 경우는 아기를 안전하게 키워야 하니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차이를 보았을 때에도 남녀의 생식기는 단지 쾌락과 욕구의 배출 도구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만들고 생산하는 소중한 것’(중등 2차시)/‘성 반응의 주기: 질도 음경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확장되고’(고등 18차시)
교육부의 성교육표준안에 담긴 내용이다. 생식이 성의 목적이며 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성관계는 무가치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서술해, 생식으로 귀결되는 성만을 건강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이성간 성관계도 남성 성기 중심으로 서술하는가 하면 ‘여성은 예뻐야 하고, 남성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고등학생 대상 성교육 자료를 통해 학생들에게 “여성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공을 들여야 하고, 남성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남성의 성욕은 여성에 비해 매우 강하다’, ‘남성과 여성은 뇌 구조부터 다르다’ 당시 예산 6억원을 들여 마련한 이 표준안은 배꼽티, 짧은 치마, 딱 붙는 바지 대신 치마를 입은 모습을 여성의 바른 옷차림으로 제시하는 등, 성교육 표준안이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부모와 여성단체 등에서 비판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지난해 3월 “하반기 성교육 표준안 개편안을 마련하고 자문회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개편안을 확정·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개편안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교육을 다른 말로 사회화라고도 한다. 사회화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자 그 사회의 행동 방식과 사고방식을 배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현실을 무시하고 원칙만 배우면 어떤 인간이 될까? 정보화사회를 거쳐 알파고사회를 살아 갈 아이들에게 컴퓨터의 작동방법만 가르쳐 주고 인터넷 세상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판단력이 없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뢰밭이다. 이런 세상에 특히 온라인에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유혹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종교가 그렇고 주주빈과 같은 인간이 득실거리고 있다. 개인의 도덕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자는 이들의 타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중·고교 재학 중인 청소년(만 13~18세) 6만8043명을 대상으로 한 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5%나 된다. 40명 정원인 학급의 경우, 한 학급에 평균 2명이 성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남자의 비율(7%)이 여자의 비율(2.8%)보다 훨씬 높았다.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는 응답자의 10%가 성관계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놀라운 사실은 성관계 시작 연령은 만 13.2세. 중1 때였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교육부는 뜬 구름 잡는 성교육표준안으로 제대로 된 성교육이 가능할까?
미국은 오바마정부 출범 후 ‘안전한 성생활·피임·출산 등의 실질적 프로그램을 보강해 성적 관심을 자연스럽고 건강한 삶의 한 부분으로 보며 혼전 순결보다는 피임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독일은 이미 1992년부터 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강화해 성관계 시 체위를 포함한 거의 모든 주제를 지도하며 정확한 피임법을 교육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1992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월경과 사정·신체의 발육·성충동·이성교제·에이즈 예방법 등 연간 70시간 이상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왜 우리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지 않을까? 성이 상품화된 사회에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가치관 교육을 하지 않고 어떻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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