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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정진후)은 연말을 맞아 조합원 교원성과급으로 조성한 사회기금 중 1억원을 미혼모와 저소득층 가정 등을 돕는 데 기부한다고 16일 밝혔다. 기금은 ‘전태일 재단’과 고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기리려고 설립된 ‘바보의 나눔’, 조계종이 설립한 ‘아름다운 동행’ 등에도 전달될 예정이다.」
‘전교조, 미혼모·저소득층에 1억 기부’라는 11월 17일자 한겨레신문기사를 보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교육단체인 전교조가 언제부터 자선단체로 바뀐거야?’ 그렇찮고서야 자선단체나 어용단체들이나 하는 표플리즘식사업을, 그것도 한두 번 도 아니고 20억(총 40억원 중 투쟁기금 20을 제하고...)이라는 돈을 그런 식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2008년 5월, 저소득 가정 청소년 141명에게 1억8천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할 때만 해도 그랬다. 전교조가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만해도 ‘얼마나 전망이 안보였으면 청소년을 돕기 사업으로 대국민 이미지를 바꾸려고 안간힘을 쓸까? 조중동과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로 ‘불순세력’이 된 조직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고육지책이려니...’ 했다. 그런데 17일자 아침 한겨레신문의 ‘미혼모·저소득층에 1억 기부’라는 기사를 보고 ‘아니 또...?’ 하는 생각과 함께 ‘전교조가 이제 자선단체로 아예 간판을 바꿔달기로 작정을 한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섭섭한 마음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미혼모 저소득층에 대한 기부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2008년 3월 충남 태안지역 초중고생 400명의 장학금 2억원을 전달했을 때도 태안지역민의 고통을 몰라서가 아니라 왜 삼성이 더럽힌 세상을 전교조가 뒤치다꺼리를 하는가에 대한 섭섭한 심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전교조가 탄생한 목적이 뭘까? 교육은 없고 청소년들을 입시에 매몰시키는 우민화교육에 분개해 ‘교사는 교육을...!’하고 떨쳐 일어난 교육단체 아니가? 얼마나 절박했으면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에 반하는 사업을 주장했다가 200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살상(?)을 당하는 비극을 초래하지 않았는가? 민주, 민족, 인간화를 통한 교육을 살리겠다고 다음과 같은 강령을 채택했던 단체가 전교조다.
전교조는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민족의 자주성 확보와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교육 △민주주의 완성과 생활하는 지향하는 교육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교육 △양성평등교육 △인권교육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교육을, 새로운 교사상을 위한 실천 규범으로 △창조적 교육과정 운영 △협동하는 학습 원리 구현 △학생 자치 존중 △동료 교사와 함께하는 연구 실천 △학부모·지역사회와 협력 △참교육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에 맞선 투쟁’을 사업으로 정해 정부에 미운 살이 박히기도 했다.
'교육의 자주성과 학원의 민주화, 교사의 지위향상과 올바른 교육권의 확립을 확보하겠다는 전교조가 왜 자선단체나 하는 기부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기부사업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또 조중동의 악의적인 매도로 만신창이 된 조직의 대국민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안간힘을 몰라서는 더더구나 아니다.
2009년 11월, 전교조는 성과급을 반납해 모은 돈 20억 3000만원을 ▲태안 기름 유출 피해자녀 장학금 2억원 ▲교육 소외계층 장학사업 2억원 ▲ 결식학생 중식지원 사업 5억원 ▲ 지역 공부방 지원사업 4억원 ▲ 장애인 야학 지원 사업 1억원 ▲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및 학생교육 지원사업 2억원 ▲ 비정규직 노동자 자녀 등을 위한 장학금 지급사업 4억원을 지출‘하겠다는 사업방식을 채택하게 된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언젠가 전교조 조합원 집을 방문했다가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는 걸 보고 경악했던 일이 있다. 전교조 조합원 중에 조직의 강령은 아는 조합원이 과연 몇 %나 되는지 확인해 본 일이 있는가? 전교조 조합원 중 집행부의 결정에 따르는 결집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전교조 조합원이 사업방향에는 관심이 없고 승진을 위해 점수 따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조합원이 얼마나 되는지... 그 흔한 통계조사를 단 한번이라도 시도 했는지...? 일회성 언론 플레이식 조합원 연수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조합원 교육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지...? 전교조를 사랑하고 아끼는 전 지도부는 왜 전교조에 대한 충고와 비판을 아끼고 침묵하는지...?
참교육이 꿈이라는 전교조. 성과급 반납금 20억으로 번듯한 참교육학교를 설립할 계획은 왜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아니면 참교육연구소와 같은 건물을 지어 해마다 조합원 연수에 진력할 계획은 왜 구상해 보지 않았는지...? 전교조가 처한 진퇴양난의 현실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러나 전교조가 국민의 오해를 풀고 국민들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자선사업으로 국민의 사랑을 회복하겠다는 개량화된 모습이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고 참교육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 그것이 전교조를 살리고 국민들의 사랑을 되찾는 길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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