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는 인민들을 자발적으로 복종하도록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억압과 간섭이라는 타의에는 쉽게 저항심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지만 독재자들은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자발적 복종으로 바꾸기 위해 정치의식을 마비시키거나 가난하게 만든다. 그밖에도 3S정책이나 종교를 이용하기도 한다. ‘자발적 복종’을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메스미디어를 이용한 이데올로기 전술이다. 그러나 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청년들에게 미래를 앗아 가는 일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떻게 정치에 관심을 갖겠는가?
“피고 조국, 학생의 이름으로 그대를 파면한다. 부정부패 위선으로 법치주의를 훼손하면서 장관에 올라 사회 상식과 도덕, 윤리를 붕괴시킨 당신을 심판에 회부한다.”
12일 서울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모인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 집행부’(전대연)의 주장이다. 이들은 "청년들의 명령이다. 조국을 수사하라" "사회주의가 웬 말이냐. 조국은 반성하라" "무법자가 검찰개혁, 문재인은 각성하라"...이런 구호도 외쳤다. 이들 집회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거린다. 청년들이...? 그것도 이 나라 최고 지성이라는 대학생들이... 3·15의거와 4·19 혁명 때 가장 앞장에 선 학생들, 광주민중 항쟁 때 총탄에 맞서 싸운 이 땅의 학생들이 할 소리인가?
대학생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너무나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들의 집회가 참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의 주장이 너무나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이명박전대통령이 토건업자들과 짜고 금수강산을 황폐화시키고 있을 때 그들은 어디 있었는가? 박근혜의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한 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그들은 무얼 하고 있었는가? 강단에서 차미 인간으로서 말할 수 없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불과한 일"이라고 하고 “안중근은 테러리스트”요,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교수들의 망언에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그러다 왜 뜬금없이 조국타령인가?
“형제들이여!
대한의 학도여 일어나라!
피 묻은 국사를 보고 그냥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정의에 불타는 학도이거든, 진정한 일꾼이 되려거든 일어나라!
3·1정신, 4·19저신, 6월항쟁과 5·18광주항쟁 때 목숨을 바친 선배학생들의 영령들이 시퍼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총칼도 두려워하지 않고 길거리로 뛰쳐나온 것이 ‘전대연’의 선배들이 아닌가? 이 땅의 학생들, 청년들은 정의의 파수꾼이요, 민주주의의 보루였다. 제 1공화국 이승만의 부정선거에 분노해 가장 먼저 일어선 것이 청년 학생이었다. 3,15의거와 4,19혁명과 5.18광주민중항쟁과 6월항쟁에 맞서 싸운 이들은 청년학생들이었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거룩한 희생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킨 정의의 파수꾼이 아닌가?
조국이라는 사람이 완전무결한 사람이라고 두둔 하고 싶지는 않다. 문재인대통령이 촛불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변명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정의를 지켜야 할 대학생들이 국정농단의 공범자들 편에 서서 친일세력, 유신의 후예, 사이비 종교인들, 타락한 정치인들, 그리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기레기들이 하는 소리와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할 일이다.
실정법을 어긴 “박근혜를 석방하라!”...고? 물론 ‘전대연’집회에 참석한 사람이 모두가 학생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그들이 가난의 유혹에 못이겨 무슨 뒷거래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이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기자들에게 얼굴을 찍지 못하게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몇 사람이 참석했는가의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이 지금까지 대학이라는 상아탑에서 무슨 공부를 했기에 조국심판이라니... 그게 청년들이 살아 갈 앞길을 밝히는 길인가?
나는 전교조 행사와 6월항쟁 때 총학생회가 어떻게 불의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지켰는가를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전국연합 지역의장들 중에 수배자가 있어 회의 장소는 대학총학생회가 단골장소였다. 당시 총학생회는 어려운 여건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환경.. 등 시민운동단체들과 함께 민주화운동단에 앞장섰다. 수많은 학생들이 빨갱이로 몰리고 구속수배를 당하면서도 의지를 꺽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온갖고초를 당해 왔다.
독재와 싸운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박종철, 이한열 그리고 수많은 민주열사선배들의 영령에 부그럽지 않은가? '법치주의'라니... 독재의 후예, 유신의 후예, 광주학살을 자행한 자들이 만든 정당이 법치국가였는가?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이 실현되는 나라다. 그들이 그런 나라를 만들었는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는 정의다. 청년들이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청년학생들이 앞장서 3·15의거와 4·19혁명, 6월항쟁과 광주민중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않았는가? 나라의 최고지성이라는 학생들이 정의를 외면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나라에는 불행한 나라다. 전대연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선배들의 거룩한 희생을 더럽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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