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는 이야기2018.05.03 06:31


엊그제는 128회 세계노동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달력에는 51일을 노동절이 아니라 근로자의 날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우리 헌법에는 근로라는 단어는 10번 넘게 나오지만 노동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헌법에도 찾아볼 수 없고 달력에도 표시되지 않는 51일은 노동절인가 아니면 근로자의 날인가? 세계 노동자들이 유급휴가로 즐기는 노동절이 왜 대한민국에는 근로자들조차 반쪽 노동절이 되고 말았을까?



근로노동은 어떻게 다른가? 노동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이나 급여 등의 수입을 얻어 생활하는 사람(인격을 존중하는 수평적 의미로 보는 것)이다. ‘스스로 일하는 자 즉 가치와 부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주체로서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사회를 바라본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근로란 힘을 들여 부지런히 일한다‘(-부지런할 근. -일할 로)라는 말로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결국 근로자라는 말 속에는 고용주가 관리 및 감독하기에 용이하다는 자본의 입장에서 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노동절은 일제 치하였던 19232000여명의 노동자가 참석한 노동절에서 비롯된다. 그 후 1946년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가 주최한 20만여명의 대규모 노동자가 참석한 노동절로 치러졌다. 노동절이었던 51일은 정부수립 후 이승만정권이 전평을 해산하고 어용 노동단체인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한국노총의 전신)의 창립일인 310일을 노동절로 바꾸어 노동절을 앗아갔다. 박정희정권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근로자, 즉 노동자를 애국자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포장해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변경 했다. 1989년 메이데이 100주년을 맞아 민주노총은 노동절을 선언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근로자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 23항에는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정의해 놓았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약 1600만명 중 노동절에 유급휴가를 누릴 수 있는 노동자는 400만 명도 안 된다. 은행이나 교사 공무원과 같은 노동자는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만든 사람들은 정신과 육체를 어떤 기준에서 분류했는지 모르지만 일을 하는 데 머리 없이 육체로만 일하거나, 손발이 움직이지 않고 정신으로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51일 노동절은 세계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이 기념하는 날이고, 80개가 넘는 나라에서 국경일이나 공휴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네팔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후진국에서부터 독일, 스웨덴 같은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공휴일이다. 아시아를 보더라도 중국, 싱가포르, 대만, 태국, 필리핀 등에서 공휴일로 정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쪽 북한에서조차 51일은 국가명절인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73, 정전 65. 동족끼리 주적이 되어 서로 죽이겠다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포탄이며 미사일이며 핵무기까지 쌓아놓고 사는 나라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좋은 점을 자랑하는 사람은 국가보안법의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념이나 국토만 분단된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한민족 한문화를 누리며 살아 오던 동무니 노동이니 인민...과 같은 말조차 같이 쓰지 못하고 친구니, 근로니, 국민으로 바꿔 쓰고 있다.



1989년 교사들이 우리도 노동자다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만들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군사부일체라는 가치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교사가 노동자라는 것은 빨갱이라고 단정했다. 내 자식을 빨갱이 노동자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정부의 선전에 전교조교사들은 교단에서 내쫒긴다. 정부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교사들은 색출해 전원 탈퇴시키라는 엄명을 내리고 만약 탈퇴각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교사들은 전원 파면시킬 것을 지시한다. 결국 전국에서 1만여명의 가입교사 중 1600명 여명의 교사들은 탈퇴각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야당의 반대로 대통령 발의 개헌 인이 물 건너가고 말았지만 문재인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는 <현행> 32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고용의 안정과 증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33)고 명시해 근로를 노동으로 그리고 노동을 의무가 아닌 권리로 바꾸었지만 수구야당들은 이런 개헌안이 사회주의 헌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으로 세계가 한반도 평화를 기대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야당은 언제까지 노동자들을 빨갱이 취급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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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