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조 ①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권력은 이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 ② 그러므로 독일 국민은 이 불가침ㆍ불가양의 인권을 세계의 모든 인류공동체, 평화 및 정의의 기초로 인정한다. 독일헌법 제 1조 ①, ②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 1조 ①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 ②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시작한다. 독일과 우리나라 헌법은 왜 이렇게 다를까?
대통령과 국회가 내년 6·13선거까지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했지만 개헌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개헌특위에서는 내년 2월까지는 특위 차원에서 개헌안을 성안, 5월 24일까지 개헌안에 대한 국회 의결 절차를 밟아 대통령은 5월 25일까지 국민투표를 공고하고, 지방선거일인 6월 13일 이전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확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투표법에는 내년 5월 25일까지 대통령이 투표안을 공고해야 하고, 전날인 내년 5월 24일까지는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가능한 일일까?
우리헌법 제 1조 ②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데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 개헌을 논의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 중심의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분과 소위원회와 공청회, 간담회 개최..등 국민여론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개헌은 주로 권력구조와 정부형태가 주관심사다. 국민의 주권실현보다 권력구조와 정치형태 등 기득권 갈라먹기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은 87년에 6월 민주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만들었지만, 최종적으로 헌법 내용 즉 조문화 과정에는 국민이 배제된 채 ‘8인 정치회담’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번에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민간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헌법 조문화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구성됐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는 시민단체·전문가·연구자·학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국회 개헌특위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한 자문위의 헌법 개정안을 만들고 있지만 이번에는 주권자의 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 의문이다.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2016년 12월 29일부터 2017년 6월 30일까지 활동기한으로 여야의원 36인으로 구성되었다. 특위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에서 공모로 선발한 각계각층의 전문가 53인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개헌관련 전문적인 의견들을 특위의 논의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평등원칙 중 차별금지 사유를 현행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외에 확대, 성평등 규정 신설, 공직 진출에 있어서 남녀 동등한 참여 보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위하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는 등 기본권 신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헌법 제 1조에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지 아니한다.”는 헌법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이 얼마나 다른가? 개헌특위에 다양한 시민단체가 참여해 주권실현을 위한 의사가 반영되고 있지만 정착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의 권리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②항에 명시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의 주인은 그들 모두의 주권을 얼마만큼 골고루 반영할 수 있는가 여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미지 출처 : the 300>
최근 적폐청산을 비롯한 예산편성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보이고 있는 반개혁적인 추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개혁과 사표를 남발하여 국민의 대표성을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대의관계의 동맥경화 현상을 초래하고 과도한 선거 및 정당 활동 규제로 민주적 정당제도가 정착되지 못하여 국가권력 간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건설적 협력관계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등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문제를 헌법에 어떻게 반영할지의 여부 도 관심사다.
독일은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바, 국가권력은 선거 및 다른 투표행위를 통해서, 그리고 특정한 입법, 행정, 사법 기관들을 통해서, 국민에 의해 행사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권리행사주체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북한헌법의 경우 제 4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 근로인민은 자기의 대표기관인 최고인민회의와 지방 각급 인민회의를 통하여 주권을 행사한다.”고 명시해 권리행사의 주체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개헌특위 자문단의 요구하는 헌법 개정에 반영되어야할 주권실현은 정치인들과 다르게 국민발안권이나 국민소환권과 같은 직접민주제의 실현을 얼마나 새헌법에 많이 담을 수 있을까?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라는 독재자의 이데올로기가 지금까지 주권자를 정치에서 배제해 기득권들의 전유물로 만들어 온 전근대적인 구태는 청산되어야 한다. 이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주권을 주인이 행사하기 위해 개헌에서부터 구체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인 직접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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