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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촌지, 효과는 있을까요?

by 참교육 201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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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방어진 Y중학교에 근무할 때 일이다.

학년을 처음 맡고 난 3월초 학생들이 하교하고 난 교실에 1학년 담임을 맡은 K 선생님이 찾아와 상담을 하잔다. 웃으면서 얘기를 시작했지만 자기는 고민이 되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얘기를 꺼냈다.

얘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학부모가 찾아왔다 가면서 봉투를 놓고 갔다는 것이다. 아이에 관한 참고 사항이라면 책상 위에 편지봉투를 놓고 갔는데 뒤에 열어보니 촌지였다는 것이다. 결벽증에 가까운 성품의 선생님이 촌지를 받은 기분은 ‘너무너무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선생님 표현을 빌리면 ‘사람을 어떻게 보고... 정말 너무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학생 편으로 돌려주자니 학생이 볼 수도 있고...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책을 한권 사서 책 속에 봉투를 넣어 학생 편으로 돌려주는 방법 말입니다. 물론 학부모가 무안하지 않게 편지도 써서 말입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편지 내용을 어떻게 썼는지는 모르지만 이튿날 복도를 지나가며 K선생님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웃으며 지나가는 걸 보니 잘 해결된 것 같았다.


국어사전에는 ‘촌지[寸志]’란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혹은 ‘정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주는 돈’이라 정의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뜻과는 달리 자기 자식의 특혜를 바라 남의 자식의 불이익도 마다않는 불순한 욕심이 담겨 있어 학부모들의 원성이 대상이기도 한다. 촌지가 ‘마음이 담긴 혹은 정성을 드러내는 돈’이라지만 따지고 보면 ‘내 아이를 잘 봐 달라는 일종의 뇌물’의 성격을 지닌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는 추악한 거래다.

                                                                                  <사진 자료 : SBS 포토뉴스에서>
담임을 맡다보면 학기 초 이런 학부모가 한두 명씩 있다고 한다. 앞에서 K선생님 같은 분은 촌지를 던져놓고 간 학부모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는 선생님도 있지만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도 있다고 한다. 교육부에서는 학교 비리를 척결하겠다며 모든 성생님을 촌지나 받아 챙기는 사람으로 취급해 ‘우리학교에는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는 입간판을 세우기도 하고 고발하는 사람에게 보상금을 주겠다며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

학부모의 원성의 대상인 촌지. 과연 효과가 있기나 한 것일까? 사실을 확인할 수 없지만 간혹 촌지를 전해 받은 학부모의 자녀에게 앞자리에 배치하는 등 특혜(?)를 준다는 말도 있다. 교사가 촌지로 학생을 차별화하고 편애를 한다면 그런 사람은 교단에서 영구 퇴출 되어 마땅하다. 촌지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신고보상제나 입간판을 세워 선생님들의 자존심을 긁어 놓을 것이 아니라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 교단에서 영구 퇴출하는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사와 학부모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 엄밀하게 말하면 학부모도 교사도 똑같은 교육자다. 교육자인 학부모가 ‘내 자식을 특별히 사랑해 달라’는 뜻의 촌지를 전하는 것도 문제지만 촌지를 받고 그런 부모의 자식만을 편애한다는 것은 교육자이기를 포기한 파렴치한 행위(?)다. 어쩌다 학부모를 만나면 ‘철없는 자식을 선생님께 맡겨놓고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며 죄지은 사람처럼 담임교사를 만나는 학부모가 있다.

교사는 아이들을 맡아 교육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왜 학부모가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교사는 학부모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는... ‘학부모가 고용한 사람’이다. 아이문제로 당당하게 학교에 찾아와 자녀의 교육에 대해 상담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미안하고 죄송해야 할 이유가 없다.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학교라면 학부모와 협조 없이도 교육(?)을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의 삶을 안내하는 교육은 학부모의 협조 없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촌지와 양심을 바꾸는 교사는 교단에서 영구히 축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촌지를 받는 극소수선생님을 빼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참교육에 혼신의 힘을 다 쏟고 있다. 실력의 차이는 있고 성의가 부족한 교사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촌지에 ‘사람을 뭘로 보는...’ 자존심 상해거나 거부감을 갖고 있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촌지로 특혜를 받겠다는 비뚤어진 부모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는 건강하다. ‘자식을 맡겨놓고...’ 미안해하는 학부모에게 묻고 싶다. 왜 당당하게 ‘선생님과 만나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의논하지 못하는가?라고... 새 학기에는 촌지를 받는 파렴치한 교사도 사라져야겠지만 촌지로 특혜를 바라는 부끄러운 학부모도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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