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에 미친나라.! 

'교육인가, 사랑인가? 내가 '점수에 미친 나라'라는 표현을 하면 과격하다고 비난 받을까? 따지고 보면 틀린말이 아니다. 이제 겨우 7살이 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바쁘게 받아쓰기를 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운교과목의 시험을 치러 점수를 매겨 경쟁을 하도록 하기에 하는 말이다. 이렇게 서열을 매기기 시작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모든 과목의 성적을 점수로 매겨 학급에서 혹은 학년에서 학교에서 아니 전국에서 몇등이라는 등수를 매겨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 매기는게 우리나라 학교다.

지난 7일에는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사립고등학교 교장과 교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생활기록부 성적과 내용을 조작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학교는 25명의 특별관리학생을 정한 뒤에 이들의 생활기록부를 한두 번이 아니고 2년 동안 36번 조작을 해 왔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민중의 소리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A교장은 1학년 때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대입 수시 전형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수정하도록 교사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조작한 나이스는 교장이 접속 권한을 부여하고, 생활기록부 입력과 수정 역시 담임교사와 해당 과목 교사가 교장 결재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일부 교사는 학생 성적이 떨어지자 성적 조작을 대가로 200만원을 받거나 심화반 교습료로 시간당 4만~4만8천원씩 총 2천5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제자의 성적을 조작해 명문대에 보내겠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필자는 1999년 7월 29일 ''학생점수 올려주는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썼던 일이 있다. 교사는 누구인가? 교사는 교육을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교과서를 가르쳐 주는 사람인가? 입시준비를 하는 학교에 교사는 교육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과서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다. 경쟁과 효율이 지상과제요. 점수로 서열을 매기는 학교에는 교과서를 가르쳐 주는게 교사의 책무요, 일류학교에 많이 보내는 교사가 능력 있는 교사, 훌륭한 교사다.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구유하게 하여,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법 제 1조에는 이렇게 학교가 길러내냐할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학교는 이런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가? 도로교통법을 어기면 득달같이 범칙금이 날아 오지만 헌법이나 교육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을 어기는 교육자는 왜 처벌받지 않는가? 아니 법을 많이 어길수록 일류학교가 되고 유명한 학교가 되는가?

'인격을 완성'시키는데 주력을 두고 교육하는 학교가 얼마나 되는가? '자주적 생활능력을 갖춘 인간을 양성'하는학교는 얼마나 많은가? '민주국가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실현'을 하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길러냈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요, 주권자인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

헌법제 69조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약속하고 취임한 대통령은 평화적통일을 위한 노력을 하는가?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을 위해 일하고 민족문화창달에 노력하고 있는가? 

교육자는 교육법 제 1조를 성실히 지켜 학생들의 인격완성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 평생 대한민국국민으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헌법을 한번도 가르쳐 주지않는 학교. 평생 노동자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단 한번도 근로 기준법이나 노동 3권조차 가르쳐 주지 않는 학교. 아니 입학하면서 학교장에게 선서한 '교칙준수'는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읽어볼 기회가 없이 들키면 죄인을 만드는 교육을 하는게 학교다.  

피해는 보는 학생따위는 신경쓸 필요조차 없이 몇명만 일류대학에 입학시키면 일류고등학교가 되는 나라. 실정법을 어긴 교장과 교사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런데 법의 법인 헌법을 어기는 그 많은 교육자. 그 많은 교육관료는 왜 처벌받지 않는가? 그래서 정직하게 살면, 성실하게 살면, 근면하게 살면 손해를 보는 나라가 살기좋은 나라인가? 민주국가인가? 복지국가인가?   

점수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키워내겠다는 교사는 왜 무시당하는가? 불의를 보고 분노하는 교사는 왜 문제교사가 되는가? 시비를 가리는 교사는 왜 미움받는가? 청문회에 나온 비리의 몸통과 같은 이들은 장관이 되고 대통령 보좌관이 되는데... 실정법을 어겨서라도 일류학교가 되기를 안간힘을 쓴 교장과 교사에게 차라리 연민의 정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육하는 학교. 헌법을 비롯한 교육법, 교육관련 실정법을 지키는 학교. 교육자가 입시문제를 풀이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과서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하는 교사가 있는 학교는 언제쯤 가능할까? 성적을 조작한 교장과 교사에게 돌은 던지는 사람들이여! 당신은 '죄없는 자가 이 여자를 돌로 치라'는 성서에 부끄럽지 않은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는 오래 전에 썼던 글을 여기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1999년 07월 29일 (바로가기▶) 학생점수 올려주는 선생님-라는 주제로 지역신문에 쓴 글을 20000년 10월 04일,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글입니다.


학생점수 올려주는 교사의 사랑

1999년 07월 29일


초등학교의 시험문제가 아니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성적평가를 석차백분율 대신 '수우미량가'로 표시하는 절대평가로 바꾼다는 방침이 발표된 후 서울의 모 여자고등학교의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 출제된 시험문제다. 어떤 학교는 아예 32문항 중 30문항을 '맞음(0)과 틀림(x)'으로 답하는 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 대학수학능력고사가 자격시험으로 밀려나고 학교성적이 대학의 중요 평가자료가 되자 학교마다 대학입학전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학생성적을 올리기 작전(?)은 필사적이다.

제자를 대학에 보내기 위한 선생님의 점수 부풀리기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민다. 어쩌다 우리교육이 이 지경까지 왔는가? 돌이켜보면 우리 나라 초·중등학교의 교육은 교육의 본질적인 기능보다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준비를 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학생간의 경쟁교육을 완화하여 교육다운 교육, 인간교육을 해보자고 시작한 대학무시험전형제도가 학교간의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객관식 평가, 끊임없이 외우고, 외운 결과를 평가하여 서열화 시키던 입시교육을 그치고 정보산업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력을 기르는 열린교육을 해보자고 도입한 것이 수행평가다. 평가를 담당해야 할 교사들조차 수행평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 교과에 걸쳐 획일적으로 수행평가를 실시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으로 학교는 또 한번의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뿐만 아니다.

10여 과목이 동시에 쏟아지는 수행평가 과제로 학생도 학부모도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급기야는 수행평가를 대신 해결해 주는 전문학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육통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주관식 문제를 30% 이상 반영하라!'고 지시한지 일년도 안되어 '수행평가를 실시하라!' '올해는 30%를 반영하고 내년부터는 점진적으로 반영비율을 높여나가라'고 한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교육내용이나 교사들이 가져야 할 평가권까지 장악하고 사사건건 통제하고 간섭해 왔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점수 올려주기가 말썽이 일자 이번에는 '부당한 점수 부풀리기'가 적발되면 징계를 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중등학교에서의 평가는 가르친 내용에 대한 내면화를 확인하는 과정으로서 끝내야 한다. 대학의 학생 선발은 대학의 문제다. 대학이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떤 학생을 선발하든지 그것은 대학이 할 일이다. 대학은 대학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자기학교의 학생을 선발한다면 중등학교는 대학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교육할 수 있다.

중학교가 고등학교의 준비기관이 아니듯 고등학교도 대학의 준비 기관이 아닌 것이다. 교육부가 학교를 믿지 못하고 통제하고 간섭하는 풍토에서는 부당한 점수 부풀리기와 같은 해프닝은 끊이지 않는다. 자가 제자의 점수를 올려 주면서 정직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1999.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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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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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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