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자기 수준만큼만 보입니다. 같은 사물이라도 시력이 0.8인 사람과 2,0인 사람은 보이는 게 다릅니다. 파란 안경을 끼고 보면 파랗게, 빨간 안경을 끼면 빨갛게 보이지요. 어떤 시각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는가에 따라 세상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학생들에게 삶을 안내하고 싶었지만 교과서만 잘 가르치면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현실에서 제자들에게 삶을 안내하지 못하고 정년퇴임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러다 끝내 학생들에게 진 빚을 갚지 못하고 삶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아파트에 ‘철학재능기부를 하겠다’고 광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지원자가 넘쳐 40명이나 지원해 이틀간 철학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73세 노인이 일주일에 4시간을 수업하는... 초등 5~6학년 학생에서부터 중 3학년 학생까지.. 어떤 엄마는 자녀가 어려서 참여할 수 없다며 자신이 듣겠다고 찾아 온 사람도 있습니다.
뭘 가르치느냐고요? ‘나를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해 주려고요.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게 하려고요. 점수가 나쁘다고 열패감에 빠진 아이들. 그들의 상처를 다독여 주고 싶어서지요. 학교가 점수를 올려 일류대학에 보내는 게 교육의 목적이 된 현실에서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 현실을 볼 수 있는 안목, 세상은 현상이 전부가 아니라 상업주의와 이데올로기로 덮여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요. 시비를 가리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고 싶어서였습니다.
복잡한 세상에 아이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고 상업주의와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고 있습니다. 먹거리는 식품첨가물로 범벅이 되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신문 하나를 보더라고 자유와 평등 중 어떤 가치를 더 중시하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정당이며 사회단체가 다른 가치를 추구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어떻게 지혜로운 삶은 살겠습니까?
학교는 세상사가 서로 연관되어 있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내게 좋은 것이 선이라거나, 현상과 본질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지 못합니다. 학교교육이 가치교육, 철학교육을 않음으로써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이해관계와 상업주의로 뒤범벅이 된 현실에서 원론이나 지식만 가르쳐 아이들을 어떻게 올곧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학생들에게 가장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자아존중감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받아쓰기나 일제고사를 치러 서열을 매겨 패배감을 심어주는 것은 교육이 아닙니다. 점수가 최고라는 가치관, 일류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용감한 어머니와 교과서를 열심히만 가르치면 훌륭한 교사라고 착각하는 선생님들 때문에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지치고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암기해 서열을 매기는 교육은 마감해야 합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 문제풀이 입시교육으로 어떻게 창의지성시대에 적응하는 인간을 길러내겠습니까? 경기도에서 하는 철학교육을 왜 다른 시도에서는 하지 않고 있을까요? 정년퇴임을 한지 10년이 된 늙은이가 무모하게 시작하는 이 철학교실이 아이들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이 기사는 4월 25일자 전교조 신문 ☞ 바로가기 <교육희망>의 '희망칼럼'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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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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