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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짜깁기 교육과정으로 ‘창의·융합 인재 양성’할 수 있나?

by 참교육 2014.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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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이 또 바뀐다. 교육부는 왜 교육과정을 바꾸려고 할까? 세상이 변화하는데 가르칠 내용도 달라져야 하지만 바뀌어도 너무 자주 바뀐다. 정부 수립 후 7차례나 바뀐 교육과정을 또 바꾸겠단다.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바꾸겠다는 이유는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지만 선듯 공감이 가지 않는다. 교육이 지향하는 인간상은 홍익인간, 전인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인데 왜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으로 바꿔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기르려 할까?

 

 

교육과정이란 학생들을 가르칠 설계도요, 수학기간 중 배워야 할 교육내용이다. 교육과정에는 피교육자를 어떤 인간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철학과 종합적인 교육계획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당연히 교육을 상품이라 했으니 수요자인 학부모들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인간상을 길러내야 하는 공급자인 정부가 감당할 몫이다. 그런데 가르칠 교사도 학부모도 모르게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으로 바꾸겠다는 저의가 무엇일까?

 

교육부가 바꾸겠다는 교육과정은 어떤 내용일까? 교육부는 이번 시안으로 내놓은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는 2009개정교육과정의 필수이수단위 116단위에서 94~104단위로 줄였놓았다. 특히 필수이수단위가 15단위에서 12~14단위로 줄여 과학교과는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라는 명분과는 거리가 멀게 됐다. 최소한 2009개정교육과정의 당초 기준인 국····15단위 이상(한국사 6단위 별도)으로 복귀하고 생활교양 교과는 현행 16단위에서 20단위로 설정할 필요가 있지만 이는 일반계 고교만 해당될 뿐, 자사고를 비롯한 특목고와는 무관하다.

 

수능이 학교교육내용을 좌우하는 현실에서는 학교교육과정이란 일류대학의 입시전형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교육과정이 버젓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수는 주요과목 그 밖의 과목은 기타과목 취급을 받아 온 사실을 보면 그렇다. 학교가 교육과정 따로 가르치는 내용 따로...된 이유가 무엇일까?

 

현재 국··수 비중은 수업시수 50~60%, 수능에서 75%(가중치까지 고려하면 80~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고교교육을 개정해 창의·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달성을 하겠다는 의도라면 국··수 비중을 40% 이내로 축소하여 일반고뿐만 아니라 특목고, 자사고까지 모두 적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내신(비교과 활동 포함) 반영을 강화하고 고교 서열화·상대평가 폐지, 절대평가제 도입, 수능비중 축소, 수능의 대학입학도 자격고사로 바꾸는 게 정상이다.

 

<걸레로 만들어 놓은 교육과정>

 

사실이 이러함에도 고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학습내용의 수준을 대학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점검, 대학입학전형에서 선수과목을 지정한다.’는 것은 이과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의도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관된 철학도 없이 각종 외부 요구를 짜깁기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초등과 중학교 교육과정에 필수로 도입, 반영한 정책은 창의·융합인재 양성과 문·이과 통합형교육과정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초등에서 수업시수증가와 안전교과 신설, 통합교과 해체와 재구조화, 한자교육 활성화와 같은 계획도 학생들과 학교 현장의 부담만 늘리는 개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초등학교 1-2학년 통합교과 재구조화를 보면 초등학생들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 등 교육과정 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누리과정과 고학년과의 교과연계성 때문에 수십 년 이어온 통합교과를 해체하고 새로운 교과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초등 1, 2학년 수업시수증가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게 뻔하다. 현재도 시수감축 없는 주5일제로 1, 2 학년 수업부담이 가장 커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 2학년은 담임교사에 의한 교육이 필요한데 시수를 늘리는 대신 교과별 전담교사를 투입한다는 것은 초등교육의 특성을 모르는 발상이다. 오히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복수담임제를 도입하여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외되지 않고 기초기본학력을 키울 수 있도록 초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또 늘어난 시수에 졸속으로 안전교과를 만들어 땜질하려 하는 것은 교육적 근거 없는 주먹구구 정책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는 개인에 대한 교육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다.

 

 

<이미지 출처 : 교육희망>

 

자유학기제스포츠클럽을 중학교 교육과정에 전면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현직교사들이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인프라 구축 미흡, 프로그램 구성의 어려움, 진로직업체험활동에 편중된 프로그램 운영, 주당 총 수업시수 증가...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입시교육이나 사회교육환경의 변화 없이 급격하게 도입하는 자유학기제는 과거 책가방없는 날의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교육과정의 개정은 단지 문서상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정은 학교 교육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설계도로서 그에 따르는 교과서, 학사일정, 교원수급과 양성체계, 입시제도 등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과정에 대한 안정적 운용, 그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개정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시안 마련, 현장 적합성 검토, 충분한 심의 등 장기적 계획과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아 한다. 대학서열화를 두고 바꾸는 그 어떤 교육과정으로도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목적도 분명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과정도 없이 졸속으로 시작하는 교육과정은 또 다른 교육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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