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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혁신학교, 잘못하면 전시성 연구학교 만든다

by 참교육 2014.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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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 13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 되면서 혁신학교가 화두다. 혁신학교란 어떤 학교일까? 경기도에서 시작한 혁신학교는 강원행복더하기학교, 빛고을혁신학교, 서울형혁신학교, 무지개학교...등으로 부르지만 경기도혁신학교의 다른 이름이다. 이제 13개 지역 진보교육감들이 혁신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니 경기도 혁신학교를 모델로 수많은 혁신학교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혁신학교가 ‘대안학교가 아닌가’하고 궁금해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대안으로 세워졌으니 대안학교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서울풍성중학교에서 근무하다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정책팀에서 일했던 권재원선생님은 「대안학교는 “이런 학교 어때?” 하고 손짓하는 학교지만, 혁신학교는 “이런 식으로 바뀌어야 해” 하고 제시하는 학교」라고 정의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지역 교육청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을 초청 특강을 하는 등 뒤늦게 혁신학교 연수바람이 불고 있다. 혁신학교의 목적이 ‘교육 정상화의 성공적인 사례·모델 창출 및 보급,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으로 교육만족도 제고, 교육 양극화 해소를 통한 교육복지 실현’이며 5가지 기본가치가 ‘공공성(사회적 역할), 창의성(교육의 내용), 민주성(운영의 원리), 역동성(교육의 방법), 국제성(인재육성의 지향)’이란다.

 

혁신학교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도 평생 들어 보지도 못한 모델학교니, 중심학교니, 선도학교, 거점학교’ 어쩌고 하니 그게 무슨 학교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긴 꼬이고 비틀린 교육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려니 헷갈리기도 하겠다. 혁신학교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말하면 많이 어렵다. 자칫하다 내용은 없고 형식만 있는 기형적인 연구학교를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공교육의 정상화가 먼저다

 

혁신학교란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한다면 그런 학교가 생겼을 리 없다. 혁신학교는 파행적인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학교다. 한마디로 ‘입시학원이 된 학교를 교육하는 학교’로 만들자는 것이다. 실종된 민주주의를 찾고 파행적인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자는 거다. 그 기본이 상품이 된 교육을 물과 공기처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겠다는 공공성의 회복이다. 경기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시작하며 내건 슬로건이 ‘자발성·공공성·지역성·창의성을 지향하겠다는 이유가 그렇다.

 

 

딱딱한 의자에 3~40명의 학생을 하루 15시간 앉혀놓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하는 학교가 아니라 교과과정 편성과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학생의 수업 집중도와 참여도를 높이려고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 학년당 학급 수는 6개 이내로 편성해 놓은 학교다. 교사들이 교육과 상담에 집중할 수 있게 교무보조 인력과 상담·사서·보건교사를 배치하고, 학생들의 쾌적한 수업 환경을 위해 연간 1억원 안팎의 예산도 지원했다.

 

혁신학교의 핵심적인 가치... 공공성의 회복  

 

혁신학교의 기본절학의 하나는 공공성의 회복이다. 공공성이란 노무현정권에서 시작한 교육의 상품화정책이 이명박, 박근혜정부로 이어지면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쟁논리로 추진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교육을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처럼 교육의 기회균등을 신천하자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제31조 1항) 즉 경제력이 있는 부모의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받고 가난한 집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에 관계없이 차등교육을 받지 않는 교육이다.

 

교장왕국을 민주주의 학교로 만들자는 것이다

 

교장왕국이 된 학교를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회복’은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기본가치다. 학교운영을 ‘교수·학습 우선, 자발성, 소통과 협력,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자는 이유가 그렇다. 교장중심의 운영을 구성원 모두가 함께 협력하고 소통하고 책임을 나누는 학교, 이름뿐인 교사회와 학생회 그리고 학부모회를 명실상부한 민주주의정신으로 바꿔내는 것.... 그것이 혁신학교가 만들고자 하는 학교다.

 

‘차가 고장 나면 경고를 하고 말을 안 듣는다고 몽둥이질을 하며 차를 처벌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컴퓨터가 오작동을 하면 컴퓨터에게 화풀이를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차나 컴퓨터가 고장이 나면 당연히 그 원인을 알아보고 손상되거나 고장난 부분을 찾아서 수리하는 게 정상이다.’ 김상곤의 교육편지에 나오는 얘기다. 지금까지 학교는 마치 고장난 차나 컴퓨터에 화를 내듯 화를 내고 부수며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런 학교를 원인을 찾아 수리하자는 게 혁신학교다.

 

 

교육의 기회균등이나 혁신학교를 말하면 하향평준화를 걱정한다. 우수한 학생을 길러내지 못하면 국제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정말 그럴까?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학생들간의 학업성취도 편차와 OECD 주관 국제학업 성취도 평가 PISA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그런데 어떻게 성취도 평가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해 세계의 국가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까?

 

철학이 없는 혁신학교는 또 다른 연구학교를 만들 수도 있다.

 

서열화된 대학을 놓고 교육의 기회균등이 성공할 수 있을까?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진보교육감들을 보고 보수적인 사람들의 걱정이다. 인위적으로 바꿔놓은 물길은 재앙을 불러온다. 특수목적을 위해 만든 특목고가 특수목적이 아닌 SKY 입학을 준비하는 특수목적고가 됐다. 우수학생을 길러내지 말자는 게 아니라 과학고는 과학을, 외국어 고는 외국어를, 체육고, 예술고, 마이스트고는 각각 그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혁신학교다.

 

내용은 없고 형식만 있는 정책은 공허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내용과 형식이 통일되지 못하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제대로 된 혁신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부터 달져야 한다.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없는 헌신이 없는 교사들로 채우지 못하는 혁신학교는 승진점수를 채우고 예산이나 낭비하는 또 다른 연구시험학교일뿐이다.  여기다 학부모들의 협조와 공감 그리고 정책지원이 한께 할 때 비로소 교육하는 혁신학교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서열화된 대학, 우수한 인재를 뽑아 고시준비나 시키고 공무원 시험준비나 시키는 그런 대학을 두고 혁신학교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다행히도 진보교육감당선자들은 입시고통 해소, 공교육 정상화, 대학서열체제 및 학벌구조 해소...와 같은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보교육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학교가 공부하는 곳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인지 진보교육감들이 풀어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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