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암보험 하나 들어 두시지요? 새로 나온 상품인데, 조건 이 참 좋습니다.”
선생님들의 휴게실에 보험 설계사들이 찾아 와 이런 얘길 하면 참 듣기 싫었다.
‘내가 왜 암에 걸려..?’
그런데 어느 날 불쑥 찾아 온 불청객, 암이라는 놈이 내게로 왔을 때 그 황당함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수긍할 수 없는 현실도 그렇거니와 경제적인 부담에 눈앞이 먹먹해진다.
나도 40중반에 백수가 됐던 경험이 있다. 전교조에 가입해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르 아침에 백수가 됐다. 생활대책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20년 직장에서 내 쫓겨 거리의 교사가 되었으니.. 그 막막함이야말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출근할 곳이 없어진 사람들... 나는 이 글을 읽으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에 빠졌다.
‘갈 곳이 없다!’
중앙일보사,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정운현씨가 쓴 ‘어느 날 백수’를 읽으면 그런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런데 필자의 경우, 교직에서 만 62세가 되어 예고된 정년퇴임이었지만 정운현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것도 나이가 한창인 40대 혹은 50 초반에 직장에서 쫓겨났다면 그 황당함이란 본인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특별히 벌어놓은 것도 없는 자녀들이 이제 막 한창 돈이 들어가야 할 나이에 수입이 없어진다는 것은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서는 참으로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4년간 오직 자신이 몸담고 살던 직장이 천직인 줄 알고 성실하게 한 눈 팔지 않고 살아오던 정운현씨의 이명박정권에 미운살이 박혀 본의 아니게 살아 온 사람이라면 그 심경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정운현씨는 책을 통해 그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 사람이다. 20여 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 등을 지내기도 했던 사람, 『친일파-그 인간과 논리』, 『친일파 2』(공저), 『친일파 3』(공저), 『창씨개명』(편역), 『친일파 죄상기』, 공편.... 등 적지 않은 책을 쓰기도 했던 사람... 최근에는 ‘친일, 청산되지 못한 미래’와 ‘어느 날 백수’를 쓰기도 한 언론인이요, 학자다.
내가 정운현씨를 처음 만난 것은 경남도민일보 ‘해딴에’에서 주관한 '해인사 팸투어'에서다. 첫인상이 참 좋다. 귀공자같은 그의 첫 인상은 언론인이라는 느낌보다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님이나 성직자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첫 인상처럼 조용조용한 말씨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의 제 2의 전공이 말해주듯 민족문제 특히 오욕의 역사에 대한 분노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역사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하는 몇 안되는 분 중의 한 분이다.
각설하고 그가 쓴 ‘어느 날 백수’를 읽으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며 지혜롭게 살고 있다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머릿속에 떠나지 않고 괴롭히는 생각들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그런 지혜로 그는 현실을 극복해 가고 있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의 글을 읽으면 ‘지혜란 이럴 때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남 탓하지 않기, 배우자와 잘 지내기, 노후 건강관리, 꿈 명함 갖기, 시간 관리와 소일거리, 죽음 체험해 보기, 또 하나의 세상 SNS...’ 이렇게 읽다보면 백수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자격증 따기, 재산관리와 유산 분배, 평생 일자리 찾기, 창업은 아무나 하나, 내 나이가 어때서, 봉사하는 즐거운, 귀농 귀촌, 쉽게 보지 마!...’ 여기에 이르면 퇴직금 몇 푼 받아서 급한 마음에 식당과 같은 손쉬운 밥벌이를 시작했다고 빈털터리가 되는 백수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중년 백수....
은퇴 이후 30년. 수면 시간 등을 제외하고 활동할 수 있는 12만 시간의 백수 생활이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사실 정운현씨는 완전 백수가 아니다.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니고 블로그 활동도 열심히 하며 산다. 불의와 타협하기를 거부했다는 죄 아닌 죄 때문에 본의 아니게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 어둠의 시대가 걷히면 이 책의 저자 정운현씨같은 사람이 다시 언론계에서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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