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권력인가, 폭력인가?

by 참교육 2008. 12. 22.
반응형

“여성과 남성은 사람이라는 면에서 같지만 현상으로는 남녀로 보이듯, 권력과 폭력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다. 다만 어떻게 행사되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정치수업 중에 이런 얘기를 자주 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18일 한미FTA국회상정을 과정에서 나타난 여야의 모습을 보면 권력의 본질을 알 수 있다. 입만 열면 ‘동포여!, 애국이여!’하면서 한미 FTA가 국가와 민족에 재앙을 가져 올 것이라는 걸 알 만한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 한미FTA를 백주 대낮에 문을 잠그고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 대표로서 또 이성적인 인간으로서 양식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전교조 소속 조합원으로 구성된 몸짓패가 집회 속에서 율동을 하고 있다.

군인이든 경찰이든 재벌이든 혹은 정치인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고상한 외피를 쓰더라도 언젠가는 그 본질이나 속성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평소에는 늘 인자한 웃음으로 혹은 관대한 지성인으로 비치지만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일 경우 예외없이 속성을 드러내고 만다. 12·18사태에서 보듯 정당이나 사적 이익 앞에 최소한의 양식마저 포기한다면 권력의 본질이 적나라한 추태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권력의 본질이 보이지 않는다. 불의한 사이비지성인이나 타락한 언론의 비호를 받을 경우 폭력이 정당성의 외피를 입고 서민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것이다.

12·18국회파동을 보면서 학교에서 왜 시비를 가리거나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을 양성하지 않은가를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불의한 권력이 자신의 본질을 볼 수 있는 국민을 양성했을 경우 자신이 설 곳이 없어진다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하한 일이다. 예를 들어 광주시민들을 학살하고 권력을 강탈한 전두환 무리들을 보자. 언론이 살아 있거나 지식인들이 침묵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전두환무리들은 역적으로 단두대에 서야 한다. 그러나 불의한 권력을 비호해 준 대가로 나름대로 나눠먹기에 참여한 세력들이 존재한다면 폭력이 권력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시비를 가릴 수 없도록 양성한 교육의 덕분에 살인자일당은 전직대통령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12·18파동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들은 한미 FTA가 국회를 통과했을 때 불어 닥칠 국민들의 고통이나 국익에 대해서는 사실을 사실대로 적나라하게 보도한 언론은 많지 않다. 아니 오히려 불의의 편에 서서 반사이익을 챙기는데 이력이 난 세력들은 영악스럽게 어느 쪽에 서야 이익이 된다는 걸 동물적 본능적으로 인지한다. 더구나 미국식 가치관으로 무장된 친미파들은 미국이 구세주요,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걸 알고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사고와 판단으로 미국을 봅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분야별로 나타나지만 특히 교육부문에서는 반민중적인 추악한 마취제 공법을 동원된다.

‘개인이 출세하는 게 성공이다.’ 교육의 이데올로기는 이러한 신화를 현실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투입, 노력해 왔다. 바보가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식도 필요하고 양심도 필요하다. ‘한라산의 높이가 얼만가“ 또는 ’우리나라 연간 예산총액이 얼마인가?‘라는 따위의 지식을 암기하는 건 관념이다. 이러한 관ㄴ며적 지식이 금과옥조로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정보화사회에서는 전자사전 하나면 수십 수백만 단편적인 지식은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어 관념적 지식은 이미 박물관에 갈 때가 지났다.

거창하게 공자, 맹자까지 거론할 생각은 없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 그러나 학교가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의 목에 칼을 꼽아도 된다는 식의 막가파식 사고를 가진 인간을 길러낸다면 그건 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다. 사람이라면 사람으로서 부끄러워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할 줄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결혼 상대를 찾는데도 그 사람의 인품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무슨 학위를 가졌는가? 작장이나 소득이 얼마인가?’ 그게 기준이다.

내 부모 내 민족 우리문화가 뭐 대수냐?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양심을 포기하든 변절을 하든, 민족을 배신하든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사람되기를 가르쳐 주지 않고 교육이 무너졌다고 방정을 떠는 언론들.... 개 눈에 ×밖에 안 보인다고 제 수준에서 판단한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다.’ 너무나 상식적인 명제조차 부인하고 사회적인 존재로 키우지 않고 어떻게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단 하나. ‘모든 것은 변화하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 변증법의 기본원리만 가르쳐 준다면 사람들이(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 저렇게 본색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도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 권력의 본질뿐만 아니라 사악한 인간의 본질까지 보인다. 잠시 후면 드러날 거짓말을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철면피다. 물론 역사의식(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으니 그렇겠지만 최소한 국민들은 저희들보다 무지와 폭거에 대한 시비를 가를 줄 아는 판단럭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저런 후안무치한 짓을 하지는 못할 것이 아닐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