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아야 더 잘 보인다고 했던가? 현직에 근무할 때 몰랐던 일이 퇴직 후 손자를 학교에 보내면서 보이면서 바라는 게 더 많아졌다. 이런 것은 꼭 가르쳐 줬으면... 읽기 쓰기보다 이게 더 중요한데... 이런 생각이 가끔 든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학생의 입장에서 서 보면 그런 절박한 요구들이 더 많으리라는 것을 퇴임 후 세월이 한참 지나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올해 학교를 퇴임을 한 지 8년째를 맞는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절감한다. 교단 밖에서 보는 학교... 학교에서 생활하던 때보다 더 많은게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멀리서 학교를 보면서 내가 교단에 다시 서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런 것부터 먼저 가르치고 싶다는 게 많다.
멘붕시대, 상업주의 사회, 서바이벌 게임식 경쟁 지상주의, 얼짱, 몸짱 등 외모 지상주의... 사람이 아니라 돈이, 감각이, 경쟁과 효율이... 더 소중하게 대접받는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잘난 사람, 돈 많은 사람, 학벌이 좋은 사람, 브랜드 옷을 입은 사람, 사회적 지위가 놓은 사람, 유명한 사람... 이런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사는 보통사람도 사람으로서 존엄성과 대접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계급사회를 떠올리면 당시를 살던 민초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똑 같은 사람이면서 입는 옷에서부터 먹는 음식이며 집의 크기까지 차별받고 살던 사람들이 불쌍하다. 세상을 잘못만나 차별받으며 살았던 그 때 그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그런데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면 앞으로 50년이나 100년 후에는 우리들의 후배나 조상들이 우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시공을 초월해 진리를 전승해 줄 수 있는 방법은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교육이 권력이나 자본에 예속돼 그들의 입맛에만 맞는 것만 가르친다면 누가 피해자가 될까? ‘농자천하지대본’시대의 가치관으로는 오늘의 정보화시대를 감당하지 못한다. 계급사회의 가치관이나 철학으로는 정보화시대나 다가 올 시대를 살아가기 어렵다. 시공을 초월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권리를 누리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건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무쌍한 사회에 학교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까 부모들은 사랑하는 자녀들이 돈이 없어도, 지위가 낮아도, 브랜드 옷을 걸치지 않아도, 사회적 지위가 낮아도,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을까? 부자들 틈바구니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똑똑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사회에서 못 배우고 무식한 사람들이 살아가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랑하는 자기 제자와 자식을 어떤 제자로 혹은 어떤 자녀로 살기를 바랄까? 허우대는 멀쩡한데 머릿속이 텅텅 빈사람...? 돈이 많아 겉은 번지르르하게 꾸며 놓았지만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이 떨어지는 소리를 예사로 하는 사람...? 주변의 사람들은 헐벗고 굶주리는데 나만 배부르며 즐겁게 살면서 그게 능력이며 행복이라고 기고만장 한 사람...? 나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없인 여기고 그들이 굽신거리는 모습에 쾌감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
내가 다시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만 있다면 나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걸 가르치고 싶다. 돈보다, 지위보다, 명예보다, 나이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비록 돈은 없지만, 사구려 옷을 입고 험한 밥을 먹으면서 사회적 지위도 낮지만 나는 나이기 때문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가르치고 싶다.
스펙을 쌓지 못해 남 앞에 내 세울 게 하나 없어도 나는 허세를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눈이 소중하다고... 돈보다 양심이, 외모 보다 마음이 더 소중하다고 백번 천 번 얘기해 주고 싶다. 내가 다시 교단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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