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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정희 추모예배...? 그게 교회가 할 일인가?

by 참교육 2013.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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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로마서 13장)

 

 

내가 가장 싫어하는 성경 구절이다. 나름의 해석이 다르겠지만 초대교회가 로마의 국교로 바뀌는 과정에서 권력에 무릎 꿇은 바울의 배신을 보는듯하기 때문이다. 자구대로 해석하면 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은 게 없으므로 권력자는 하나님이 세우셨다는 뜻이 된다. 고로 하나님이 세우신 권력에게 복종하지 않은 것은 하느님 명령을 거역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을 자초하게 된다는 의미다.

 

합법적으로 쟁취한 권력이란 그렇다 치자. 그런데 5·16이나 12·12쿠데타의 경우는 어떨까? 총칼로 민주주의를 짓밟은 자들이 장악한 권력도 하느님이 세우신 것이고 그들의 폭력에 순종해야 하는가?

 

‘한경직 ‧조향록 ‧김지길 ‧정진경 ‧김인득 ‧강신명 ‧김용도 ‧김윤식 ‧김준곤 ‧김창인 ‧김해득 ‧민영완 ‧박정근 ‧박치순 ‧신현균 ‧유흥묵 ‧이경재 ‧이봉성 ‧장성칠 ‧조덕현 ‧지원상 ‧최태섭 ‧문만필’

 

무슨 명단일까요? 1980년, 5월 광주에서 전두환일당이 이끄는 계엄군들에게 학살당한 자식이나 남편을 끌어안고 통곡을 하고 있었던 1980년 8월 6일, 롯데호텔 에메랄드홀에서 열린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에서 전두환 장군의 군사 쿠데타의 성공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한 사람들의 명단이다. 당시 KBS와 MBC가 이 조찬 기도회를 생중계를 했던 일이 있다. 공중파를 타고 날아갔으니 이 기사를 읽는 분들 중에도 이 방송을 듣고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덕분에 살인마 전두환은 8월 27일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던 통일주체국민회의의 체육관 선거에서 1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린다. 국가조찬기도회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던 것은 국회의원 원내 조찬기도회와 김준곤 목사가 설립한 CCC의 주도로 3월 8일 조선호텔에서 정부와 종교계 인사 3백여 명이 모여 ‘대통령조찬기도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에는 조찬기도회가 열릴 수 있도록 주선한 미국 국제기독교지도자협의회(International Christian Leadership) 인사 5명과 주한대사를 비롯한 외국 사절단, 이효상 국회의장, 정일권 국무총리 및 삼부(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요인, 김수환 추기경, 노기남 대주교, 한경직, 강신명, 유호준, 김활란, NCCK 총무 길진경, 최태섭 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등이었다.

 

이 모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 여당 총무였던 김종필이었고, 야당 총무였던 김영삼도 빠질 리 없었다. 제 1회 대통령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사람은 정계, 교계, 외국 귀빈까지 무려 500명여명... 이 후 육영수가 서거한 이듬해인 1975년을 제외하고는 연례행사로 매년 열리게 된다. 국가조찬기도회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76년부터다.

 

 

조찬기도회 하면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김준곤 목사다. 이 사람은 국가조찬기도회의 입안자이기도 하고 유신체제의 생산자 중의 한사람이 이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권력으로부터 반대급부로 무엇을 얻었을까? 도대체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하느님께 무슨 기도를 할까? 1973년의 김준곤 목사의 설교문을 잠간 살펴보자.

 

“민족의 운명을 걸고 세계의 주시 속에 벌어지고 있는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시켜야 하겠다. … 당초 정신혁명의 성격도 포함하고 있는 이 운동은 … 맑스주의와 허무주의를 초극하는 새로운 정신적 차원으로까지 승화시켜야 될 줄 안다.

 

외람되지만 각하의 치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군신자화운동이 종교계에서는 이미 세계적 자랑이 되고 있는데, 그것이 만일 전민족신자화운동으로까지 확대될 수만 있다면 10월 유신은 실로 세계 정신사적 새 물결을 만들고 신명기 28장에 약속된 성서적 축복을 받을 것이다.”

 

 

4. 19혁명을 총칼로 뒤엎은 박정희와 광주시민을 처참하게 학살한 대통령을 위해 하느님께 축복하는 국가조찬 기도회.... 정말 이런 자들이 행사한 폭력이 사랑의 하느님이 준 권력일까? 이런 권력에 복종하는 게 하느님의 뜻일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일까? 가해자와 이들의 권력에 기생해 부귀영화를 누린자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득권세력으로 성장했다. 아들이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국가조찬기도회만으로는 축복이 부족한 지 오늘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나들목교회 대강당에서 박 전 대통령 서거 34주기를 앞두고 추모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예배 준비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의 기독교인으로서의 삶과 정치사상을 추억하고, 한국 교회발전에 공헌한 기여도를 재조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추모예배에는 강변교회 김명혁 원로목사, 충신교회 박종순 원로목사를 비롯한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4. 19혁명정부를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종신대통령을 하겠다고 유신헌법을 제정, 공포한 사람. 19년간 박정희가 행사한 권한을 하느님이 주신 것이라고 믿어도 좋을까? 살인자와 독재자를 위한 국가조찬 기도회도 모자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예배'라니...  이런 기도를 하느님이 정말 바라기나 할까? 혹 대통령이 된 박정희의 딸 박근혜에게 빌붙어 아부하고 굴종하겠다는 비굴한 처신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이들의 기도를 정말 하느님이 들어 주실까?

 

-이미지 출처 : 구글검색에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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