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해 ‘자유’와 ‘평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사회다. 성이나 종교, 사회적 지위, 그리고 경제적인 차이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다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사회다.
이 말은 현직 검찰 고위간부의 금품수수 사건의 수사를 맡은 김수창 특임검사가 한 말이다. 수사권을 놓고 경찰과 검찰의 꼴사나운 얘기는 여기서 논외로 치자. 그러나 민주사회의 현직검사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할 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사람은 우리가 아직도 카스트제도나 골품제도에서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3년 전 공립대안학교인 창원태봉고등학교 TF팀을 운영하면서 현교장선생님과 나눴던 얘기가 있다. 우리가 만드는 이 대안학교는 대안고등학교답게 모든 구성원을 ‘선생님’으로 호칭을 하자고... 그런 약속이 지켜져 지금도 태봉고등학교에는 임시직인 조리원과 행정실 직원, 교무보조까지 모두 ‘선생님’으로 호칭하고 있다.
하는 일은 달라도 교육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니 서로 존경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자는 뜻으로 시작한 일이다. 그분들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더더욱 마음과 몸은 다지고 학생들 하나하나 대할 때도 선생님으로서 긍지와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도 태봉고등학교에는 학생도 교사도 모두가 모든 직원을 선생님으로 깎듯이 존경하고 서로 아끼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검사의 사고방식뿐만 아니다. 아직도 학교는 전근대적인 계급의식이 상존하고 있다. 교사들끼리 ‘선배’ ‘후배’나 ‘형님’ ‘동생’과 같은 연고주의 문화가 그렇고 교장이나 교감은 높은 사람이고 그 아래 교사와 행정직 업무를 감당하0는 사람이나 급식소에 일하는 사람... 순으로 서열화되어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내가 초임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1960년대만 해도 교무실 의지 배치도 선임교사 순으로 배치해, 초임교사는 추운 겨울에도 출입구 쪽에 앉아야 했다. 지금도 학교에 따라서는 선생님들의 신발을 호봉 순으로 번호를 매겨놓은 학교도 없지 않다. 학교 안에서 교장은 사석에서도 상사요, 교원은 부하직원이다. 이런 가치관이 지배하는 학교에서는 학생은 교화의 대상이요, 교사가 되지 못한 미완성품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교장선생님을 서점에서 만났던 일이 있다. 퇴임한 지 몇 년이 지난 교장선생님이니 반갑게 인사를 했더니, 이 사람... 아직도 나를 부하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이도 서너살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반말에 고압적인 자세 그대로였다.
사람의 가치를 사회적 지위로 서열매기는 사회는 후진 사회다. 공적으로 수행하는 지위는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엄격하게 지켜지는 게 옳다. 그러나 일단 공식적인 관계를 떠나 사석에서는 교장이나 평교사의 사이가 아니라 인간대 인간의 관계로 만나는 게 정상적이다.
직장에서 상사는 단합대회나 사석에서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민주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 직장에서 상사는 인간의 가치까지 우수하다거나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은 민주주의 사회의 적이다.
민주의식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남이 소중하다는 걸 알리 없다.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방도 존중하지 않는다. 학생들을 인격체로서 존중해주지 않는 학교에 어떻게 학교폭력이 사라지기를 기대할 것인가?
김수창 특임검사의 전근대적인 가치관은 우연이 아니다. 평등교육을 실현해야할 학교가 민주의식이며 평등의식을 가르치지 못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학원으로 바뀌는 파행적은 교육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이러한 사회풍토며 계급의식이 엘리트들로 하여금 전근대적인 인간관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대통령은 가장 우수하고 장관, 판검사 순으로 서열을 매기는 계급의식으로는 민주주의도 평등 사회도 없다. 판, 검사나 의사는 우수한 인간이요, 농부나 청소미화원은 사람조차도 열등한 존재일까?
-이미지 출처 다음 검색에서....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성향을 비교분석해 보니.... (15) | 2012.11.20 |
---|---|
박근혜후보가 당선되면 교육은 어떻게 바뀔까?...(상) (12) | 2012.11.16 |
멘붕시대, 사람들은 왜 배신자, 변절자를 좋아할까? (9) | 2012.11.10 |
33년 전 제자가 우리학교 이사장이 됐습니다 (14) | 2012.11.05 |
북한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요...? (18) | 2012.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