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다음 아고라의 토론자로 참여하게 됐다가 배가 터지도록 욕을 얻어 지금도 배가 부르다. 사람들이 살다보면 욕 안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지 모르지만 신념대로 살다보면 욕을 안 먹기 어렵다. 내가 왜 욕을 먹었는지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글을 워낙 못되게(?) 써다보니 아고라 기획토론 담당자가 Vew의 추천을 받았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토론자로 참여해 줄 것을 제안 받았다. 제 성격이 워낙 남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런 생각에서 흔쾌히 승낙하고 ‘학교폭력. 연간 2만4천 800명씩 전과자를 만들겠다고?(2012년 1월17일)’라는 블로그에 썼던 글을 토론방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웬걸... 내 글이 올리기 바쁘게 댓글이 무려 150여개가 달렸습니다. 그것도 원색적인 욕에서부터 인신공격까지...
‘원론적이고 가해학생 입장에서만 이야기하시는 군요’라든지, ‘탁상공론이군요’와 같은 온건한 비판도 있었지만 ‘전과자로 만들어야 한다.
아니 죽여야 한다’느니 이 사람 미친 사람 아닌가 3살 버릇 80살까지 간다고 하던데 미연에 그 싹을 잘라버려야지 저 미래의 살인자들을 위해서 선량한 수천만의 아이들을 죽이자는 건가 선량한 서민의 인권은 없고 오직 살인자 양아치 학생들의 인권만 있냐 이넘아 너처럼 범죄자집안의 자식쉑휘들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캬악 퉤 더러운 동물아....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알바들로부터 욕을 먹는 것은 예사이고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는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덤비는 사람도 있다. 종교문제를 얘기했다가는 아예 초죽음이 되기도 한다. 일일이 댓글도 달 수 없고 고스란히 배가 터지도록 욕을 먹어야 한다. 옛날 경남도민일보에 무너진 교실 얘기를 썼다가 학부모회 간부로부터 ‘제자들을 팔아 유명인사가 되고 싶은가’라며 심한 꾸중(?)을 듣기도 했다.
내 글을 보고 욕하는 사람들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들이 욕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가 폭력 가해학생ㅇ르 두둔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폭력학생을 미워하기는 그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그런데 왜 그들의 눈에는 내가 가해학생을 두둔하는 것으로 보였을까?
나와 나를 욕하는 사람들은 폭력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폭력 그자체를 보지만 나는 폭력을 유발하게 하는 종합적인 요인을 보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각은 찌라시 신문과 교과부의 표퓰리즘의 한계를 벗버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근정대책을 수백가지 내놨으나 해결이 안되는 걸 보면 알수 있는 일이다.
무슨 수치일까요?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부에 기록된 학생의 수입니다.
지난 2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이 시행된 이후 6개월만에 경남에서만 900여명의 학생이 학교폭력 전과자(?)가 됐다. 이대로 가면 해마다 2만여명의 ‘학교폭력 전과자’가 생겨나는 셈이다.
염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교과부에 권고까지 냈을까? 그러나 교과부는 "가해학생의 긍정적 변화 모습도 함께 기재해 낙인효과를 방지, 상급학교 진학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고등학생의 경우 학생부 기재기간을 졸업 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해 인권침해요소를 해소했다"고 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했다.
학교폭력문제는 반드시 근절해야한다는데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학교폭력은 가해자의 잔인성이며 연령대가 낮아지는 현상을 보면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이대로 두면 수많은 학생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거나 트라우마로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 수도 있다. 그런 현실을 두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학교폭력을 근절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않고 아랫돌 빼 윗돌괘기 식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가해자의 학생생활기록부가 아라니 주민등록부에 기록하거나 전자발찌라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원인을 두고 가해 학생에게만 처벌일변도로 나갈 경우 폭력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가해학생을 전과자로 만들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 더 큰 폭력범을 만들 수도 있다.
‘어린아이를 보고 주위에서 '바보'라고 낙인찍어보자. 그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가? 바보 아닌 바보라는 낙인이 찍힌 아이는 갈수록 의기소침해지면서 자신이 진짜 바보인 줄 의심하게 되어 결국은 진짜 바보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낙인이론이다. 교도소를 다녀 온 사람이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렇고 ‘위스쿨’(문제아 학교라는 딱지) 출신이라는 낙인 때문에 사회에 적응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교육정책도 그렇다. 폭력가해자로 낙인 찍혀 재활의 기회마저 빼앗아 사회로부터 격리하면 그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되겠는가?
내가 욕을 들으면서 블로그로에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그렇다. 교육계에 평생 몸담고 있다가 무너진 학교를 두고 정년퇴임을 했다. 무엇이 잘잘못인지 내 눈에 보이는 데 모른 채 하고 살 수는 없다. 욕을 들어도 펜을 꺾지 못하는 이유다. 아니 더 많은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학교를 살리고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면 블로그를 계속해야겠다는 것이 나의 각오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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