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참 별 일을 다 본다. 국내 주요 대학들이 입시에서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고 하자 돈 내고 인성을 가르치는 속성 인성학원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세상이 어찌 이런 일이...’라더니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코미디도 이 정도면 수준급 이상이다. 공동체 의식을 발휘한 경험,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 경험이 있는지의 여부를 평가해 일류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자질 여부를 가르치겠다니 그게 정말 가능하기나 할까?
MBC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인성교육 붐... 과외 학원까지’의 보도를 잠간 보자.
학원 강사 : "인성 같은 경우는 학원에서 이렇게 말해야 되고 태도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고 다 준비해 주세요."
오늘의 주제는 가치관.
면접관 : 커닝한 친구가 자신보다 성적이 좋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이 주어집니다.
수강생 : "선생님께 알리지는 않지만 그 학생에게 마지막으로 조언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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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시간 짜리 속성 과정도 있는데, 수강료는 22만원.
사람 됨됨이를 몇 시간 혹은 몇 달 만에 지도하면 가능한 일일까?
교과부가 ‘유아단계의 창의․인성교육 내실화, 초중등 교과 활동에서의 창의․인성교육 강화, 초중등 창의적 체험활동의 확대 및 내실 는 운영, 대학의 사회봉사․참여 활성화, 지역사회 ․ 기업 등과 연계한 창의․인성교육 추진’이라는 내용의 ‘창의․인성교육의 기본방향’이라는 인성교육계획을 내놓았다.
교과부의 인성교육계획 발표를 하기 바쁘게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교총)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재계,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 등 160여개의 단체로 구성된 ‘인성교육번국민실천연합’(인실연)이라는 단체를 발족해 민간주도 범국민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나섰다.
대학도 기다렸다는 듯이 ‘공부 잘 하는 아이보다 인성이 좋은 아이를 뽑겠다고 한다. 서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와 같은 서울 소재 대학들은 앞 다퉈 당장 올해 입시부터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을 학원들이 아니다. 강남의 대치동 학원들은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 인성평가에 대비한 한 달에 수백만원짜리 고액그룹과외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풍문도 나돈다.
언론은 어떤가? 언론은 교과부의 발표가 있기 바쁘게 ‘학교폭력에 멍든 우리 교육 현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며 ’교육의 패러다임, ‘인성교육’으로 바꿔야...’한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
교과부를 비롯한 언론과 관변교원단체, 그리고 고액과외 학원들이 벌이는 ‘교육 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교과부의 아랫돌 빼 윗돌괘기식 정책을 내놓기 바쁘게 무슨 해결책이라도 되는 듯 맞장구를 치며 수많은 헛수고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학교폭력문제 해결책이 그 좋은 예다. 학교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찰과 검찰의 학교 담당제, 학부모 지킴이, 생화기록부에 기록해 진학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주기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대책을 내놨지만 학교폭력은 날이 갈수록 흉포화(凶暴化) , 조직화, 저연령화, 여학생화, 사이버화... 하고 있지 않은가?
사교육비를 막는다고 내놓은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게 있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게 무슨 해결책인냥 언론과 관변단체 그리고 수구언론들이 맞장구를 치지 않았는가? 이번 인성교육대책 또한 뭐가 다를까? 결국 학생과 학부모 고통만 더해주고 고액과외학원만 배불려주고 끝날 문제 아닌가?
교과부가 얼마나 웃기는 일을 하는 지 보자. 교육이 뭔가? 교육이란 그 자체가 피교육자의 지적, 정의적, 신체적 발달을 꾀하는 인성교육과정이요,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일이다. 그 계획이 바로 교육과정이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만 한다면 인성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인성교육을 따로 하겠다고? 교과부가 추진하겠다는 ‘창의 인성교육의 기본방향’이란 어떤 것인가? 유아교육단계에서부터 ’ 기초인성 확립과 체험․놀이‘를 시키고, 교과별 교육과정에 준하는 수준의 ‘창의․인성 교육방법(과정)’을 마련하여 교과별로 담당할 창의․인성교육 내용을 구체화하겠다고...?
중등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연계한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 시스템 구축ㆍ활용하고 학교생활기록부에 동아리, 독서, 문화예술, 체육, 인턴쉽, 봉사활동 등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록하고, 대학 등 상급학교 진학시 입학사정관 활용자료로 제공하겠다는 게 ‘창의 인성교육의 기본방향’이라는 계획의 핵심이다.
이런 내용의 인성교육을 하면 교육을 살리고 학교폭력이 사라지는가?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데는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아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교과부의 ‘창의 인성교육의 기본방향’이란 전혀 새로울 것도 없거니와 교육과정만 정상적으로 운영 한다면 교사들에게 공문부담을 늘리고 승진을 꿈꾸는 교사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줘, 아이들 팽개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일류대학 졸업장이 개인의 인품이 되는 현실을 두고 인성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코미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과부가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까지 추진해 온 교육정책 가운데 인성교육에 반하는 정책부터 찾아내 폐기해야 한다. 그런 후 학벌사회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덫을 걷어 내, 학교가 시험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닌 교육하는 곳으로 바뀌어질 때 진정한 인성교육이 가능하지 않을까?
- 이미지 출처 : MBC 뉴스 데스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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