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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본은 원전 제로, 한국은 울진 7, 8호기 기공식

by 참교육 201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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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일본은 마지막 남은 1기의 원전마저 완전히 가동 중단, 원전 제로시대를 열었다. 그런 반면 한국은 하루 전인 5월 4일, 울진 7, 8호기(신울진 1, 2호기) 기공식이 열렸다. 작년 12월 2일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건설을 허가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첫 신규 원전이다.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이 기공식에 참여하기 위해서 울진 현지를 방문했다.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오는 정권 말기까지 세계적인 사양산업인 원전에 몰입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가 한심하다.

 

일본은 사고 이후 원전이 최악의 자연재해를 견딜 수 있는 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재가동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원전 가동을 중단해왔다. 설계 시에 일률적으로 매겨지는 안전 기준과 달리 가동 연수나 지질 구조 등, 각 원전 고유의 조건을 반영해서 테스트한다. 하지만 이 안전점검이 끝나더라도 지자체의 동의가 없으면 재가동이 어렵다.

 

 

 

 

반면, 한국은 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국 21기의 원전을 작년 4월 단 한 달만에 점검을 끝냈다. 원전 1기의 정기점검 시에도 한 달에서 두 달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서류검사라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작년 국정감사에서 울진 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의 세관 25%인 4천여 개의 마모 손상이 뒤늦게 밝혀졌고 올해 고리 1호기 비상디젤발전기는 매달 점검에도 불구하고 비상시에 고장 나 있음이 밝혀졌다. 더구나 짝퉁 부품을 사용하고, 중고부품을 새것인양 다시 납품하는 등의 비리가 드러났고,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임직원도 직접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적 오류, 절차 무시, 기기 고장, 사고은폐에 원전 납품비리까지 총체적인 부실상황에서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핵산업계를 비롯한 핵마피아는 신규원전 확대가 아니라 자숙하며 원전 안전을 위해 점검을 해야 할 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는 원전을 추진하는 측과 원전을 포기하는 측으로 양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러시아를 제외하고 신규원전을 착공한 나라는 없다.

 

오히려 지난 3월 28일 불가리아는 2기의 원전건설을 취소했다. 세계적으로도 43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지만 지난 20여 년간 가동 원전수는 큰 변화가 없다. 앞으로도 안전비용 증가와 시민들의 거부로 원전시장은 더 위축될 전망이다. 미국만이 30년 만에 신규원전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에너지법 개정으로 총 사업비의 80%를 대출해주고 20억달러를 지원해주는 유인책에 의한 결과다.

 

 

 

위축된 원전시장에서 진출하려는 한국정부는 고리 7, 8호기(신고리 3, 4호기)에 이어 울진 7, 8호기(신울진 1, 2호기)를 추진하면서 100% 한국형 원전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전모델(APR1400)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의 System80+ 모델을 설계 변경한 것으로 우리에게 원천기술이 있지 않아 시장 진출가능성은 더욱 낮다. UAE 수출계약과 같이 저가 공세에 100억달러 대출, 파병, 60년 운영보증, 핵폐기물 처분책임까지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세운다면 모를까 추가 수출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저물고 있는 사양산업 밖에 기댈 곳이 없는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과 함께 역사 속에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 기공식은 이명박 대통령과 핵산업계의 마지막 몸부림일 뿐이다

 

 

 

한국과 일본은 양국 모두 원전이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이다. 그런데, 1년 만에 일본은 원전 없는 사회가 되었다. 일본 정부와 일본 시민들은 원전 없이 이번 여름을 나는 큰 실험과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원전제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한 기라도 다시 가동하기 위한 시도가 있지만, ‘원전 없는 일본’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누르기는 어렵다.

 

세계 최고의 효율과 절약을 자랑하는 일본이지만 에너지와 전기소비를 더 줄일 수 있는 데는 이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보다 효율 잠재량이 많은 우리나라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어린이날을 맞아 일본 시민들은 자국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옆 나라인 우리와 전 세계 아이들에게 어느 때보다 값진 선물을 마련한 셈이다. 반면에, 우리 아이들에게 핵폐기물과 위험한 원전만을 잔뜩 안기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어리석음이 개탄스럽고 한국인으로서 세계에게 부끄럽다.

 

 

- 이 원고는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논평을 부분 수정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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