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청주에는 요즈음 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을 본다. 산남 사거리를 지나다 보면 신호등 아래에서 정당의 기호와 자신의 이름을 적은 어께 띠를 두르고 한손에는 자신의 경력을 적은 알림판을 들고 지나가는 차를 보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알림판에는 ‘네 번째 도전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4·11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 왔다. 말의 성찬...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를 말의 성찬이 시작된 것이다. 선거철, 정치인이나 정당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보면 당선 전과 당선 후가 왜 그렇게 다른 지... 평소에는 부자들만 챙기던 정당도 선거를 앞두고는 너도 나도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단다. 이런 정당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섭섭한 생각이 들다가도 ‘약속을 지켜주기만 한다면...’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학교나 직장, 혹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의 중요함을 지적하는 말이다. 선거 때 정당이나 선량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당, 어떤 사람을 심부름꾼을 보내면 내가 내는 세금을 양심적으로 또 나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것인가는 나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선거철 정당의 공약을 보면 정말 헷갈린다. 정당은 왜 그렇게 갑자기 생겨나는 걸까? 정당정치에서 무소속은 도대체 뭔가? 정당이 없다는 것은 정당정치에서 이념이나 소신이 없다는 말이다. 무소속은 당선만 되면 지지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신발을 바꿔 신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념이나 비전이 없는 정치인이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을까가?
여야는 민생관련 어떤 공약을 내놓았을까?
새누리당은 임대 120만가구 건설, 공공임대 비율을 전체 주택의 10~12% 확보, 전월세 상한제 도입, 방과후 학교 차상위 계층 월 6만원 지원, 골목상권 보호, 카드수수료 인하, 병사 월급 인상, 중소기업 취업자 대학등록금 전액지원, 무상보육 확대, 한중 FTA 추진, 보육료지원, 양육수당 지금, 보육시설 확충...
민주통합당은 '3+1' 복지정책(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취약계층 선별적 지원, 청년고용의무할당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재벌계열사 간 순환출자 금지, 재벌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 일감 대형유통업체 영업제한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입법화, 평균임금의 50%이상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등록금 후불제와 상한제 도입,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한미FTA재협상, 제주해군기지건설 반대, 중학교 무상급식...
통합진보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용사유제한 법제화 및 고용안정세 도입,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결성권 및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 비정규직 평균임금을 정규직 대비 85% 수준으로 인상, 최저임금법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보장, 평균노동시간을 년간 1,800시간 단축, 연장근로 제한, 휴일휴가 사용 확대, 전 산업 주 5일제도입, 노동법원을 설치해 노동기본권 실현...
정당의 약속이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일까? 위에 예시한 여당이나 야당의 공약을 보면 가능성도 없는 공약이 있는가 하면 누가 진짜 서민을 위한 정당인지 구별하기란 어렵다. 당선이나 집권이 목적인 정당이다 보니 다수 유권자인 서민들을 의식해 표를 얻기 위한 공약으로 보인다. 살기 바빠 정치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서민들이야 선거 때만 되면 찾아와 손을 잡고 아는 채 하고 ‘나는 당신편이니 믿어달라’고 하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헷갈리기만 하다.
정당이 내놓은 공약(公約)이 ‘公約’인지 ‘空約’인지 구별할 수는 없을까?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외모만 보고 선택한 사람은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 중에는 성격이나 인품도 원만할 수 있지만 겉과 속이 다른 사람도 부지기수다. 상품이야 잘 못 사면 물릴 수도 없는 일이다. 정당이나 선량은 한번 선택하면 미워도 4~5년간은 어쩔 수 없다. 겉으로는 서민들을 위한 정당으로 포장했지만 속은 아닌 정당.
새누리당은 분명히 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서 선거 때만 되면 서민들 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진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당은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이지만 사람들은 당선도 안 될 텐데 왜 표를 썩히느냐며 지지하지 않는다.
‘숲은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판단하거나 전체를 보고 부분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중대한 오류다. ‘A는 X다. B도 X 다. C도 X다. 고로 어떠한 경우라도 X다.’라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서민들을 위한 공약을 내놓았으니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 줄 정당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같은 오류다. 새누리당은 선거 때만 되면 서민을 위한 공약을 내걸지만 그런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었다는 것은 역사가 증면하고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면서 재벌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정당이 새누리당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이 있다. 겉포장이 예쁘게 돼 있으면 내용물까지 좋을까? 상업주의가 막장으로 달리다보니 속보다 포장에 더 정성을 쏟는 장사꾼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겉포장이 좋다고 구매했다가 내용물을 보고 실망한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정당 또한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민주’니 ‘자유’니 하면서 과거를 들여다보면 섞은 냄새가 진동한다. 나라를 팔아먹고 유신헌법을 만들고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부정과 부패의 온상인 새누리당이 겉포장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단다. 오죽 과거가 부끄러우면 이름까지 바꿨을까?
신의가 없는 사람,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상대하기조차 싫다. 개인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다수를 상대로 약속한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당을 믿어도 좋을까? 겉 다르고 속 다른 정당, 재수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서민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정당. 그들이 5년간의 집권 기간 동안 만들어 놓은 양극화는 서민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4대강 사업으로 복지 예산까지 깎이고 외채는 900조원을 넘어섰다. 청년실업문제며 남북관계며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선택은 자유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한다. 자신의 잘못 판단으로 이웃에게까지 고통을 안겨 주어서야 되겠는가?
- 위의 이미지들은 다음 검색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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