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신문에 난 기사를 모두 사실이라고 믿습니까?" 몇 년 전, 재판문제로 어떤 변호사와 상담을 하던 중 들은 얘기다. 편파보도나 왜곡보도라는 말은 들었지만 재판과정에서 신문기사가 증거로서 별 가치가 없다는 단정적인 말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신문에 보도된 기사는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로 믿고 있다. '신문에 보도되는 기사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는 얼마나 될까?
<이미지 출처 :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 기사에는 '사실기사'도 있고 '가치기사'도 있다. '사실'이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다. 사회면의 기사들이 대부분 사실기사다. 이에 반해 '가치'란 '일반적으로 좋은 것, 유용(有用)한 것을 뜻하며, 인간의 욕구나 관심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신문의 사설이나 해설기사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벌이 운영하는 신문에 그 회사의 노동자들과 사주의 입장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한다고 믿어도 좋을까?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도 마찬가지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시행을 앞두고 메이저언론을 제외한 대부분 언론이 초긴장상태다. 종편이란 '뉴스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할 수 있는 방송'을 말한다.
방송뉴스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까지 '뉴스를 포함한 방송', 즉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예:YTN)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 언론악법을 통해 이들이 '방송뉴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신문사에 각각 30%, 외국자본에 20%를, 보도전문채널은 대기업과 신문사에 각각 20%와 외국자본에 10%를 허용하고, 지상파 방송은 대기업과 메이저 신문사에 각각 10%씩 허용했다.
이명박정부는 이렇게 재벌과 신문사, 외국자본이 '방송뉴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조·중·동을 종편사업자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일본 아사히 텔레비전이 종편 컨소시엄에 포함되어 있고 매일경제신문 종편 컨소시엄에도 일본경제신문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과 신문사, 그리고 외국자본이 국내 방송에 진출한다면 자국의 이익에 맞는 뉴스를 내보낼 수밖에 없어 언론소비자는 일방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종편에 주어지는 특혜는 상상을 초월한다. 종편 시행으로 전체국민의 80%가 이용하는 케이블방송을 통해 무조건 조중동방송을 시청하게 되는가 하면 중간광고를 허용, 지상파에는 없는 프로그램 중간 광고를 돈을 내고 봐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사업을 위해 만들어놓은 국내프로그램 편성비율(60~80%)이 낮아져(20~30%) 방송을 통해 거둔 이익을 공익적 목적으로 쓰도록 한 '방송통신발전기금'조차 종편에는 유예하는 특혜까지 주고 있다.
종편에 광고수입을 늘려주기 위한 전문의약품광고는 약값 상승, 진료비 상승으로 의료보험재정에 부담을 줌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사람들은 말한다. ‘채널이 많아지면 여론다양성과 방송선택권도 다양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방송채널이 증가했다고 여론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여론의 다양성은 사회의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을 말한다. 조중동이 한나라당, 수구보수 세력, 재벌, 부동산 등 우리 사회의 특권층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신문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편파왜곡 보도, 종편시행이 몰고 올 후폭풍 앞에 언론소비자는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는가?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5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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