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상품이다’
7차교육과정의 핵심이 그렇다. 교육이 상품이란 뜻은 상품(교육)이 수요자인 학생(학부모)과 공급자인 학교(교과부)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상인이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파악해야 한다.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기구가 바로 학교운영위원회다. 학교운영위원회란 수요자인 학생(학부모)과 공급자인 학교(교육부)가 만나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교육)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대해 논의 하는 장(場)이다.
부모가 시장에 가서 자녀가 만족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부모가 구매해 놓으면 자녀들이 만족해 할까? 교육이라는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학생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가해 학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학교운영위원회에는 당연직인 학교장과 교사대표 학부모대표, 지역인사가 참여하지만 학생대표는 참가할 수 없었다.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면서 학생대표가 참석하지 못하는 학교는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보장’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통해 책임과 권한을 나눌 수 있을까?
지난 18일자로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는 “국·공립학교에 두는 운영위원회는 학생의 학교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학생 대표 등을 회의에 참석하게 하여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조항과 “국·공립학교에 두는 운영위원회는 국립학교의 경우에는 학칙으로,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 대표가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운영위원회에 제안하게 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를 참석시키자면 가장 반대하는 사람은 학교장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같이 ‘아이들이 뭘 안다고...’라고 한다.
학생들은 교육의 한 주체다. 입만 열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던 주장이 이때만은 아닌 모양이다. 주인이 빠진 회의. 그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진정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이 가능하기나 할까?
“시설은 좋지만 비싼 수영장으로 갈 경우 함께 못가는 친구가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꼭 한번 가보기를 원하는 수영장을 신청한 많은 어린이가 섭섭해 할 것 같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가 참여하는 수원 영화초등학교의 운영위원회에 참가한 학생대표의 발언이다.
<사진자료 : 경기도 교육청홈페이지에서>
수원 영화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체육과 교육과정에 있는 수영교육을 위해 전교생이 수영현장학습을 실시하게 되어 담당교사는 편의시설에 따라 가격차가 있는 2개의 장소에 대한 의견조사 결과를 제안 설명하자 학생대표가 한 발언이다.
수련회뿐만 아니다. 수학여행이며 교복이며 급식이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학교운영의 기본이다.
가정의 경우, 가족구성원이 참여해 가사를 논의하는 것이 민주적인 가정이다. 학교나 사회가 다를 리 없다. 특히 학생의 경우 학교란 민주주의를 배우는 도장이다. 학교장은 학생대표를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시켜 민주적인 학교운영에 동참하게 하는 게 교육자의 참 모습이다.
학교장이 학생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기를 꺼려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 혹시 투명하지 못한 학교운영이 제자들 앞에 드러나는 게 부끄러워서는 아닐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학생들이 민주적인 훈련을 받을 소중한 기회를 빼앗을 리 없다. 만에 하나 교육자가 제자들 앞에 부끄러운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제자들 앞에 떳떳하다면 학교장이 먼저 학생들을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시키기에 나서야 한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은 학생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학교장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를 참석시켜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학교장의 의지로 부족하다면 학칙을 개정하거나 시·도의회에서 조례를 제정, 학생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 학생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더 이상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창의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운영위원회를 학교장의 들러리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교가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불신을 받지 않으려면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를 참여시켜 학교운영위원회를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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