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사교육없는 나라도 있다
2022년 통계청이 교육부와 공동으로 전국 초중고 약 3,000여 학급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총액이 약 26조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약 23조 4000억 원에 비해 2조 5000억 원(10.8%)이 증가한 수치다. 전체 학생 수는 4만 명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또한 사교육 주당 참여 시간은 7.2시간으로 전년 6.7시간보다 0.5시간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6학년이 49만 2천 원, 중학교 3학년이 60만 1천 원으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교 1학년은 70만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평균 8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에서 사교육비 지출을 가장 크게 늘리며 소득 300만 원 이하의 가구의 3배가 넘는 돈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율적 학습목적의 EBS 교재 구입 비율은 전년 대비 2.7%p 감소한 16.4%에 불과했다.
<사교육이 증가하는 이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나라로 인구감소가 갈수록 심화되는 요인이 양육비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위와인구연구소가 각 나라의 양육비를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8세까지 아이를 키우는 데 1인당 GDP보다 7.79배 높은 비용이 들어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양육비가 GDP의 6.9배인 중국이 뒤를 이었다. 독일은 3.64배, 프랑스는 2.24배, 호주는 2.08배가 들었다. 이들 나라와 비교해 한국은 3~4배 가량 많았다.
학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향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방향에 대해 “공정한 수능이 될 수 있도록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겠다”고 했다. 또 이 장관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추진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어왔다”면서 “그럼에도 교육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한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말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면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이 정상화될까?
<역대 대통령의 교육 살리기>
박정희 정권은 심각한 사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8년 중학입시의 무시험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과외와의 전쟁은 실패로 끝났다. 1980년 전두환정권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대학졸업정원제와 과외 전면금지를 골자로 한 ‘7.30 교육개혁’조치를 단행했다. 과외를 하다 적발되면 학부모와 과외교사를 형사처벌하고 명단까지 공개하겠다며 엄포를 놓았지만 '몰래바이트', '비밀과외'라는 부유층의 비밀 고액과외만 만들어놓은 채 실패로 끝났다.
김영삼 정권은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내걸고 교육을 시장에 맡기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의 시장화정책을 도입했다. ▲ 열린교육체제, ▲ 수요자 중심교육, ▲ 교육의 자율성, ▲ 다양화와 특성화, ▲ 교육정보화라는 구호의 시장화정책은 비밀·고액과외만 만들어놓고 끝났다. 김대중 정권은 ‘새교육공동체위원회’와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수준별교육과정, BK21사업, 대입수시제도를 도입했으나 조기교육, 조기유학열풍과 서울대중심의 대학서열화고착, 성적중심의 학생선발로 학생부담만 가중시켜 놓았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시장화정책의 틀에서 자율화와 다양화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공교육 정상화를 하겠다면서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불러들여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방과후학교’를 만들었으나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았다.
‘학교 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이다. 유체이탈화법의 달인 박근혜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증진, 중산층 70% 복원, 지역균형 발전과 대탕평 인사, 집 걱정, 대출 걱정 없는 세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경제민주화.. 반값 등록금,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 걸었지만, 그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해 물러났다.
문재인 정권 대통령은 자신이 만드는 마라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라는 슬로건 아래 ‘국공립 유치원확대’ ‘온종일 돌봄’, ‘안전한 학교’ ‘사교육비 절감’ ‘고졸희망시대’ ‘맞춤형 학습’ ‘진로 맞춤형 교육-고교학점제’ ‘특권학교 폐지’ ‘대입제도 단순화’ ‘4차산업혁명 대비’ ‘교육 거넌스 개편 추진’했지만 그는 교육을 살려 놓지 못한 채 임기를 끝냈다.
우리나라에는 ‘교육에 관한 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이 만신창이 된 지금까지 교육을 살린 사람은 없다. 병을 잘 고치는 의사는 확실한 진단 후에 가능하다. 잘못된 진단은 치료를 하기 전 승패가 결정 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국내 석·박사학위 취득자만 해는 한해 10만1629명을 배출해 냈다. 석사학위 취득자는 8만3869명, 박사학위 취득자도 무려 1만7760명이다. 이런 고학력 사회가 어쩌다 교육이 이 지경이 됐을까?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정말 없을까? 오늘날 교육위기는 학벌사회가 만들어 놓은 구조적인 모순의 결과다. 일류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입시과목인 국·영·수중심의 암기교육, 지식주입교육을 하다 보니 예체능교과는 기타과목이 돼 교실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른바 교육과정의 파행적인 운영이다. 지식중심의 교육,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인성교육이며 철학은 없고 입만 열면 성적 타령이다. 해법은 없는게 아니다. 학교를 교육하는 곳을 바꾸면 된다.
교육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교육관이요 또 하나는 교육을 물과 공기처럼 ‘공공재’로 보는 교육관이다. 영국과 뉴질랜드의 경우, 그들은 교육이란 하나의 공공재로서, 국가가 무상으로 모든 시민에게 널리 베풀어야 할 중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교육관은 교육이 자본의 논리, 상업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경쟁지상주의 교육으로 흐르게 된다. 자연히 일등이 최고요, 일류학교가 교육의 목표가 된다.
윤석열은 대통령 당선 전 전부터 ‘자유’를 강조했다. 모든 자유는 선이 아니다. 재벌이 누리는 자유와 가난한 사람이 누를 자유가 같을 수 없다. 누가 평등보다 자유를 더 강조하는가? 경영자가 돈을 벌기 위해 ‘노동 유연화’ 정책을 펴면 노동자도 행복할까? ‘자유’나 ‘승패’란 상대적이다. “승자가 승리에 취해 좋아할 때 진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상대방의 행복을 포기한 대가로 누리는 자유란 정말 좋기만 할까?”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데 익숙한 우리는 패자의 아픔을 외면하면서 살아 온 외눈박이였다.
‘자유’니 ‘효율’, ‘성장’, ‘경쟁’, ‘일등’.... 언제부터인지 이런 상업주의 경쟁논리가 우리생활 깊숙이 들어와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생존논리가 삶의 철학이 된지 오래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니, 복지제도 축소, 규제 완화, 공기업의 민영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앞에 이름도 생소한 계약제니 비정규직이니 성과급제까지 도입되면서 승자만이 살아남는 학교는 완전히 시장판으로 바꿔놓았다. 공정하지 못한 무한경쟁에 승자의 쾌거에 박수를 보내며 그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에 도취해 패자를 짓밟는 교육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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