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사망자 156명 부상자 157명 3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그야말로 무정부상태 그 자체였다. 13만명이 몰린 핼리윈 행사에 주최도 없고 시장도 구청장도 실종된 경찰은 겨우 137명뿐이었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의 상당수가 광화문 등으로 분산됐다”며 “예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며 남의 예기처럼 말했다.
<13만명이 몰린 이태원에 경찰은 겨우 137명...>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모든 국민이 완전히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덕수국무총리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참사’(disaster) 대신 ‘사고’(incident)란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희생자 이름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대신 “사망자” 혹은 “사상자”로 쓰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또 리본은 ‘근조’ 또는 ‘추모’라는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라는 지침을 내려 정부의 관리 소홀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가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합의에 의해 형성된 하나의 합의체’이다. 헌법 제 2조 2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했으며. 헌법 제7조 제1항,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에는 재난 발생에 대비해 행정안전부장관이나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민간기관과 단체 등에도 응급조치에 필요한 장비나 시설, 인력을 지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소방방재청도 '공연·행사장 안전 매뉴얼'에서 군중심리·군중관리 원칙 등 혼잡 사고의 특성을 분석하고 공연 행사 시작과 진행, 종료 등 단계별 검토사항과 관리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실종된 정부 국민의 생명은 누구 지키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윈은 "그냥 길을 걷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 안전 요원을 배치만 했어도, 인파의 흐름을 모니터링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며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한 대형 참사, 인재였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사과할 사람은 사과하지 않고,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 회피성 말을 한다.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통같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언론들 "이태원 참사는 한국 정부 잘못”>
핼러윈 축제 기간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를 주요 외신들은 주요 뉴스로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고를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참사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한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평시 재난 중 하나"라며 "번성하는 기술 강국,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NYT는 "한국에선 정치ㆍ노동 집회를 정부에 미리 신고하는 것이 법적 의무이지만, 매년 핼러윈에 젊은이들이 이태원에 모이는 데는 사전 허가 의무나 법적 제한이 없다"고 썼는가 하면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코로나19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된 올해 많은 사람들의 핼러윈 축제 참가가 예상됐지만, 지자체와 경찰의 준비가 허술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 130여명이 역대 가장 많은 인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사고 당일 인파가 1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압사 사고’ 예방책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사고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용산경찰서는 30일, 당일 현장에 130여명이라는 역대 가장 많은 경찰인원(?)을 투입했다는 보도 자료를 내놓았다. 13만 인원이 모이는 장소에 경찰 130여명이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가? 사실은 29일 당일 경찰 인원 대부분은 마약 단속 등 범죄 예방에만 집중됐고, 충분히 예상됐던 핼로윈 행사에는 보행 경로 관리 등 압사 사고 예방을 위한 인원 배치는 없었던 것이 확인됐다.
“압사당할 것 같아요. 너무 소름 끼쳐요. 아무도 통제 안 해요”(사고 4시간 전, 오후 6시34분),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8시33분),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어요”(8시53분) 등 시민들의 신고 전화에는 공포스러운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신고자의 비명까지 들렸다. 이렇게 위험 징후를 알리는 다급한 신고가 최소 11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가운데 7건은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한겨레신문) 정부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지만 2022년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에는 정부는 없었다. 실종된 정부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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