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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자료

선생님이 사전보다 똑똑합니까?

by 참교육 201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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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한 시간에 임금이 50만원인데 농민의 임금이 같은 한시간에 5만원이라 가정합시다. 이렇게 노동력의 가치가 차이 나는 이유가 뭘까요?"
"의사는 공부를 많이 했고 농부는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공부를 적게 한 사람도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월급을 많이 받지만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운영이 잘 되지 않는 회사에 들어가면 월급을 적게 받을 수도 있는데..."   

"의사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있고 농부는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사를 안 지으면 살아남을 사람이 있나?"
"박사학위가 있고 없고 차이 아닙니까?"
'박사학위가 있는 대학의 조교는 왜 박사학위가 없는 교사보다 월급금이 적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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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작 전, 잠을 쫒기 위한 도입단계다.
역시 이런 얘기는 언제시작해도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몇가지 답을 하다 밑천이 달렸는지 대답들을 않고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숙제로 해 와요. 다음 시간에 얘기해 줄께"
"에이~ 궁금해요, 빨리 말씀해주세요."
"빨리요!"
여기저기서 독촉이 성화같다.
"그럼 말해 줄테니 잘 들어봐요."
 "사회적 가치란게 있어요? 못 들어 본 소리지요?"
"예"
"사회적 가치란 '재산, 사회적 지위, 명예, 학벌 등과 같은 거예요. 재산이나  국회의원, 대통령 도지사... 이런 사회적 지위나 명예같은 거랍니다. 이러한 사회적 ㄱ치는 누구나 갖고 싶겠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지고 싶지만 수량과 자리가 제한되어 있는 정신적 혹은 물리적 가치를 '사회적 희소가치' 혹은 '사회적 가치'라고도 한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물과 다이아몬드의 경우를 봅시다. 사용가치로 보면 물이 더 귀하지만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싼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당연히 희소가치 때문이지요. 이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행위를 청치라고 하는겁니다."
"이제 대강 이해가 됩니까?"

알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갖기도 하다는 한 표정이다.
그렇다면 확실히 이해하도록 하는 게 후환이(?) 없겠다 싶어 조금 전에 의사가 농부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의사와 농민의 노농력의 가치 차이는 학교를 많이 다녔다거나 박사학위 를 가졌다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의사의 의료행위는 의료수가라는 가치기준을,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은 수매가격이나 소비자물가 조정을 통해 소득수준을 조정하는 거랍니다"
농민이 아무리 농사를 뼈빠지게 지어도 의사만큼 재산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는 부지런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사회적 기치 기준을 정하는 제도적인 장치 때문이립니다. 
 
정치가 무엇이기이기에 사람들의 소득 수준까지 좌우하는가 하겠지만 정치란 법이나 정책이나 세금과 같은 가치배분기준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의사와 농민의 차이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거지요."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나라의 정체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지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민주의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기준이 각각 다르답니다. 
아이들의 수준을 넘고 이렇게 가다가는 한시간도 모자랄 것 같아 마무리해야겠다고 정리를 할 생각으로  
  
국어 사전에 보면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이라고 풀이하고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 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요? 정치란 사전의 해석처럼 모든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할 수 있을까요"
돈이란 것은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이 화폐량의 수량을 조절하면서 발행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많이 가지면 어떤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게 기질 수밖에 없답니다.

사회적 가치도 마찬가지지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사회적 가치를 배분학는 어렵습니다. 절대평균이란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서나 가능하겠지요. 마찬가지로 의사와 농민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득이 산술적 평균배분을 할 수 없어 차이를 보이는 거랍니다.

여기까지 듣고 있던 한 학생들은 '그럼 선생님은 사전보다 똑똑하다는 말입니까?"
정신이 번쩍 드는 질문이다. 아니 질문이라기 보다 항의요 반발이다. 누군가 봤더니 입시를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이다. 
  
수업시간 시작할 때마다 이 학생의 상식을 뛰어넘는 그런 내용이 마땅찮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이다.
맞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이해한다면 수능시험이 오히려 엉망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내가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부딪치는 순간이 바로 이런 경우다. 집에서 조중동 신문을 보고 있는 학생. 특히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 학생, 또 근본주의에 가까운 교회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 또 수능을 준비하는 공부벌레들...

이럴때 아이들끼리 반발해 서로 충돌이 일어나 한시간 내내 토론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은 그게 더 바람직하지만...) 여기서 정리하고 교과서를 외우거나 문제풀이로 들어가야 한다.

"어~ 내가 사전보다 똑똑하다는 얘길 한 일은 없는데...."
"야 너 뭐야?! 선생님 계속합시다."
 여기 저기서 한마디씩 한다. 역시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 간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보인다. 
"좋아요. 이런 어려운 얘기들은 대학을 가거나 나와 개인적으로 얘기합시다.  



수업을 시작하고 10분도 채 안돼 여기저기서 팔 베게를 하고 잠을 청하는 하는 학생들이 눈에 뜨인다. 수능에서 선택과목제가 도입된 7차교육과정 시행 후 내가 가르치는 정치과목을 들을 필요가 없는 학생(정치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은 이런 시간을 이용해 체력조정을 한다.(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내신성적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언제쯤이면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 성숙한 토론으로 자기의 세계를 만드는 살아있는 교실수업이 가능할 지....
교육을 하고 싶은 교사는 오늘도 교실이 너무 답답하다.

위의 내용은 필자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직 중, 학생들에게 들려줬던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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