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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쪽지글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4월 4일 보낸 쪽지였으니 20일이 지났네요. 왜냐하면 제가 네이버 메일을 잘 보지 않거든요. 우선 미안하다는 사과 쪽지만 보냈는데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조군의 삶에 안내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교칙부터 읽은 반항아! ' 표현이 너무 재미 있네요. 반항아가 아닌 가장 민주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의 쪽지 내용부터 먼저 보시죠. 학생의 쪽지글을 제 블로그에 올린다는 허락을 받지 않았으나 용서해 주리라 생각하고 여기에 학생이 보낸 쪽지의 전문을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조00 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 입학할 때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학교 교칙을 읽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선생님에게 부당을 말씀드렸을 때 돌아오는 비판, 예를 들면 “싸가지가 없다거나, 일을 키운다거나, 너 생각이 꼭 맞는게 아니다”는 말에 승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제 양심에 항상 떳떳했지만, 반항아였고, 그걸 일면 즐기기도 했습니다만, 또한 제가 나쁜 아이로 낙인 찍히는게 외로웠고 큰 상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선생님의 글은 제가 느끼는 비민주적임이 실제하는 현실임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양심 앞에 떳떳했던 제 행동이, 결코 의미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분명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학업에 정진해서 높은 성적으로 정시로 대학가는 것입니다. 학교의 불합리한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학생회장 선거에서 선생님의 글들을 보고 느낀 점, 그 불합리함에 저항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슴 두근거리는 목표에도, 한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학우들입니다. 학우들은 모두 눈앞의 일에만 몰두합니다. 불합리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목소리를 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제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지 않는다며 질책하기도 합니다.
학우들이 저를 지지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제가 말하는 바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에게는 마치 큰 목표 하나가 이미 실패해 버린 기분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게 현명할지 조언 주시면 정말 감사드릴것 같습니다.
또, 학생회 활동으로 무엇을 저항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학교는 학생회가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도 없고, 대의원 회의 안건조차 학생이 내지를 못합니다. 방법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부디 조언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우선 부끄럽고 미안한 생까이 앞섭니다. 이 학생의 고민을 들어줄 사람.... 조군이 다니는 학교에 상담교사가 있겠지만 아마 찾아가서 상담할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가끔 제 블로그 글을 보고 이런 장문의 쪽지를 남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군이 고민하는 문제를 몇가지만 짚어 봅시다.
첫째 교칙문제입니다.
우선 교칙을 읽은 학생이 있다는데 놀랐습니다. 국적을 가진 국민은 헌법을, 교사라면 교육법이나 교육과정을 먼저 읽는 것이 순리듯이 학생을 교칙을 읽었다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칙을 입학해서 졸업할 때가지 한번도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칙을 읽교 교칙인 학생들을 인격의 대상이 아닌 순치의 대상으로 보는데 놀랐다는 것이 아닐까요? 학생회장도 아닌 평범한 학생이 교칙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가하면 조군의 표현처럼 “반항아?" 아니면, "뭐 이런 당돌한 학생이 다 있어?!”라며 지나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군의 눈에 문제가 있는 교칙을 왜 선생님이나 학교운영위원회 교사위원, 학부모위원은 알지 못했을까요?
둘째 : 학교운영위원회 학생 참여 문제입니다.
학교는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면서 학교운영에 학생대표가 참여하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유일한 법적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 대표와 학부모 대표 그리고 지역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해 놓은 것이 학교운영위원회 규정입니다, 물론 상위법에 그렇게 되어 있고요. 아마 조군이 학교운영위원회가 공립은 심의기구요, 사립을 자문기구라는 사실을 안다면 더 분노했을 것입니다. 법적인 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장의 거수기가 되다시피 된 현실을 알면 더더욱 실망하지 않을까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눈에도 보이는 학생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도 못하는 모순이 보이는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의원들 눈에는 왜 보이지 않을까요?
셋째 : 이런 모순을 보고서 ‘개선해야겠다는 의지’는 참으로 건강한 생각을 가진 학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군의 표현을 빌리면 “학업에 정진해서 높은 성적으로 정시로 대학에 가서 이런 모순을 바꿔야겠다”는 의지입니다. 제 블로그의 글을 읽고 이런 모순 된 현실을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학생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대견했습니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내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조군도 지적을 했지만 ‘범생이’들은 내 일이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학교가 안고 있는 모순, 사회의 모순을 바꿔야겠다는 의지는 참으로 건강하고 대견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조군에게 뒤늦게 답글을 몇자 쪽지로 남겼지만 답변이 되지 못할 것 같아 여기 답글 대신 몇자 더 적습니다. 부디 조군이 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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