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교육부장관이 발표한 교육개혁안에는 필자가 14년전인 2004년 07월 12일 경남도민일보에 썼던 “교육개혁안에는 개혁이 없다”(클릭 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는 사설과 너무 흡사하다. 문재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또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교육으로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한겨레신문>
노무현정부가 시작한 교육개혁의 핵심은 “지식기반사회화, 세계화와 그에 따른 경쟁 및 사회양극화, 저출산·고령화, 고용조건의 유연화”였다. 김대중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인 “수요자중심 정책”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내신 중심 대학입학제도 개선,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복지 확대, 지방교육 육성, 대학의 경쟁력 강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이었다.
교육을 상품이라고 보는 철학으로는 공교육 정상화 할 수 있을까? 김상곤교육부총리가 발표한 교육개혁안도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은 "대입 제도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상곤교육부총리가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어 1년여 공론화과정을 거쳐 만든 권고안을 토대로 만든 교육개혁안에는 그런 개혁이 보이지 않는다.
김상곤교육부총리가 발표한 교육개혁안의 핵심은 “수능 정시 비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확대하되, 학생부 교과전형 이 30% 이상인 대학들에게는 이를 강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수능 전면 절대평가’는 미뤄졌고, 기존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와 한국사에 제2외국어/한문만 추가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던 절대평가에서 대폭 후퇴하는 등 1년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개악이다
현행 입시에서 수능위주전형 비율은 20% 수준이다. 수능이 30% 이상 확대되면 전국의 모든 학교는 공교육정상화는 뒷전이요, 수능 위주 입시교육의 확대로 몰아 갈 게 뻔하다. 학생들의 선택권은 제약될 수밖에 없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은 실현할 수 없게 된다. 학교가 입시학원이 된 것은 일류학교 입학생 수로 서열이 매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이번 개혁안은 수능 준비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인식되는 자사고와 외고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면서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이 전면적으로 무력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다시 수능문제풀이 수업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교수-학습의 혁신은 제동이 걸릴 것이며, 자사고와 외고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던 대입제도의 개혁의 기저는 “수능 준비를 위한 획일적인 문제풀이 수업에서 벗어나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수능 절대평가 확대 등으로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 전교조는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국가교육회의 해체와 김상곤 장관 퇴진 등을 요구했다. 출처 : 교육희망>
김상곤교육부총리의 교육개혁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입시학원이 된 학교를 교육 하는 학교로 바꾸기 위해서는 수능중심이 아니라 절대평가로 가야하고 일류대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부터 풀어야 한다. 수능 절대평가 확대는 중장기 과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되어 온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는 이러한 대입개혁의 흐름 속에 만들어진 산물이다. 그러나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혁의 큰 흐름을 가속화하기 보다는 이에 역행하여 퇴행적인 결정을 내리고 만 것이다. 교육을 상품으로 만들어 경쟁을 시키는 교육시장화정책은 언제 그칠까?
교육 개혁안에 개혁이 없다(클릭 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 2004년 07월 12일 월요일
참여정부가 마련한 교육개혁 안에는 개혁에 대한 가능성은 물론 개혁의지조차 찾을 수 없어 교육주체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마산과 창원에서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가 밝힌 교육개혁 안에는 한계상황에 처한 교육을 개혁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 볼 수 없어 실망스럽다. 공교육의 위기로 표현되는 교육문제는 사교육비를 포함한 사립학교문제와 실업학교문제 등 혁명적인 개혁 없이는 치유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교육혁신위원회가 밝힌 ‘공교육정상화와 교육활동지원 행정체제(안)’에는 경로별 학생선발체제와 행정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의 참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러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몇몇 엘리트들이 구상한 안을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파행적인 교육으로 이익을 보는 세력들의 저항을 인식해 한계를 드러내거나 행정의 효율성만 강조한 나머지 지엽적인 문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교육시장 개방이나 시도별 우수학교설립을 위해 도교육청을 도지사의 산하에 두겠다는 구상은 교육의 기회균등정신을 포기한 발상이다. 더구나 지역별소득격차를 무시한 교사의 지방직화나 수요자중심의 시장논리는 교직사회의 갈등을 초래할 요인까지 안고 있다.
현행 교육부-시, 도-시·군·구 교육청-단위 학교의 교육행정체계가 중역 교육청으로 바뀌고 광역 의회를 교육특별상임위원회로 통합한다고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개혁의 방향은 학교를 교육하는 장으로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개성이나 창의성이 무시되고 관념화된 지식의 양으로 인간의 가치를 서열매기는 반교육을 마감하지 않고서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교육개혁은 부모의 경제력으로 자녀의 사회적 신분을 세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학의 민주화와 학부모회, 교사회의 법제화와 같은 문제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효율성을 앞세워 공정하지 못한 경쟁구조를 정당화하거나 행정능률만 고집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기회균등정신을 외면한 개혁은 옥상 옥을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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