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가 중 산재사망 1위의 국가, 하루 7명, 매년 2,400여명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현주소다. 장미대선을 3일 남겨 놓고 있다. 후보자들 얘기를 들어 보면 교육문제, 언론문제, 사교육비문제, 청년실업문제도 공해문제, 핵발전소문제...가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 들뜨게 한다.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지금도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광화문 사거리 광고탑에 올라,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과 정리해고제 철폐,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노동절이 다가와도 근로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생일까지 반납한 현실... 19대 대통령은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노동절의 유래>
해마다 돌아오는 5월 1일은 세계 노동절이라고도 하는 노동자의 날이다. 이 날은 온 세계의 노동자들의 권익과 연대를 상징하는 기념일이다. 5월 1일을 흔히 ‘메이데이(May Day)’라고 부른다. 메이데이의 유래는 유럽에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이 때쯤 그네 놀이(메이폴, Maypole)를 하면서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농사의 번창을 기원했다고 한다. 기독교가 전해진 후에도 이 전통은 유지가 되었으며 유럽과 미국에선 ‘계절의 여왕’인 5월이 시작되는 축제일로, 작은 마을에선 민속의상을 차려 입고 행진을 하는 의식이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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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아름다운 여학생을 선발하는 ‘5월의 여왕’(메이 퀸, May Queen)으로 대관식을 하는 행사를 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까지 모 여대가 메이 퀸 행사를 성대하게 했다. 노동자의 날(노동절)이 5월 1일이 된 유래는 미국에서 1886년 미국의 노동자들이 시카고를 기점으로 노동투쟁을 하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1880년대 미국의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의 장시간의 노동에 허름한 판잣집에서 방세 내기도 어려운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미국 노동자들은 이 해 5월 1일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면서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공장의 기계소리, 망치소리가 멈추고,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으면 세상이 멈춘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 날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파업 농성중인 어린 소녀를 포함한 6명의 노동자에게 발포하여 사망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다음 날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는 30만 명의 노동자가 참가한 평화적인 집회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폭동죄로 노동운동 지도자들을 체포하였고, 오늘날 기준으로는 믿어지기 어렵지만 이들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이 사건이 바로 세계 노동운동사에 뚜렷이 자취를 남긴 헤이마키트 사건이다. 단, 주의할 점은, 헤이마키트 사건은 5월 4일에 일어났는데, ‘노동절’은 5월 1일로 정했다. 유럽은 5월 1일을 축제일로 정하고 있는데 이 날을 ‘노동절’로 정하면 메이데이의 정통성을 가져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지정규직, 어떻게 다른가?>
2012년 11월 현재, 취업자 2,494.1만 명 가운데 1,794.1만 명이 고용된 임금노동자다. 이 중 임금 근로자 1,773.4만 중에서 정규직이 1,182.3만, 비정규직이 591.1만(한시적-340.3만, 시간제-182.6만, 비전형-228.6만)이다. 실질실업자 수는 320만 명이나 된다.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뉴스 검색 건만 176,603건이고, 연관 검색어로 ‘사내하도급’, ‘정규직’, ‘간접 고용’, ‘공무원 비정규직’ 등이 나온다. 이처럼 비정규직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낯선 단어가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의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정규직을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 돈 많이 벌지 못하는 일자리, 피해야 할 것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 임금 노동자의 천만 이상, 20대 대학 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취직하는 시대, 과연 ‘비정규직’은 무엇일까?
<비정규직’은 무엇일까요?>
비정규직이란 ‘근로 방식 및 기간, 고용의 지속성 등에서 정규직과 달리 보장을 받지 못하는 직위나 직무.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따위가 이에 속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단어 그대로 정규직이 아닌 고용 형태를 말한다. 정규직이 회사에 정식으로 고용되어 근로 기간의 제한 없이 일하고 부당한 해고로 보호되며 4대 보험을 받을 권리가 있는 노동자들이라면 비정규직은 이와 반대되는 고용 형태다.
지정규직은 회사에 정식으로 고용되어 있지 않으며, 근로 기간의 제한과 기한이 있고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 또한 4대 보험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대표적인 비정규직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 지 알아보자.
<간접 고용>
간접고용은 원청업체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게 아니라, 하청을 통해 노동자를 간접 고용하는 비정규직을 뜻한다. 임금은 노동력을 제공받은 원청에서 하청을 통해 지불한다. 사용자가 복수(원청, 하청)인 것이 사용자가 하나인 정규직과 다르다. 하청업체가 다시 하청을 주는 2,3차 하청업체의 노동자도 있다.
조선업, 자동차, 건설, 판매업, 청소, 경비노동자에 걸쳐 다양하며, 같은 일을 하면서 받는 임금은 50%인 임금차별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 빈곤에 놓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고용 불안으로, 정리해고가 시행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해고된다는 사실이다.
<일용직>
일용직은 월급이 아닌 일당을 받아서 생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말한다. 건설 노동자, 공공기관 노동자 등에서 볼 수 있다. 노동기간이 짧을 뿐더러 고용과 실업이 반복되므로 가장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특수고용>
특수고용은 노동자들을 개별사업자로 규정하는 것으로 학습지 교사, 화물, 건설 중장비 기사, 우체국 위탁 택배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력을 제공하여 임금을 받는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의 권리인 노동3권이 존중되지 않는 모순이 일어난다.
<계약직>
기간제라고도 한다. 고용기간을 정해놓고 계약을 맺음으로써 고용된 노동자이다. 사용자가 고용계약기간을 정하여 직접 고용한 직접고용 비정규직이다. 무기계약직이라고 해서 고용기간이 없는 계약직 노동자도 생겼다. 2년 계약의 우체국 상시집배원등이 계약직 또는 기간제에 해당한다.
2013년 2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8월 기간제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54만5000원으로, 정규직 임금(246만원)의 62.8% 수준이었다. 전체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은 이보다 적은 139만3000원으로 정규직의 56.6%에 불과했다. 정규직의 임금은 ▲2003년 167만8000원 ▲2005년 184만6000원 ▲2008년 212만7000원 ▲2009년 220만1000원 등으로 계속 증가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가 노동의 차이나 생산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차별’ 때문이라는 통계도 집계됐다. 2009년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근속연수·교육 정도 등 노동자 개인이 가진 특성에서 비롯한 ‘생산성에 의한 차이’와 뚜렷한 이유가 없는 ‘차별에 의한 차이’가 각각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에 영향을 준 비중을 분석했다.
그 결과 1998년을 빼고는 차별에 의한 차이가 임금격차에 영향을 주는 비중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에는 생산성에서 비롯한 임금 격차가 26.4%인 반면, 차별에서 비롯한 임금 격차의 비중은 73.6%였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순히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끊임없는 임금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가 천 만이 넘어선 상황이다. 통계 자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미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비정규직은 단순히 부족한 개인, 능력이 없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일반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가 점차 ‘비정규직’을 일반적인 고용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정규직이 되는 것 자체에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부당한 임금과 대우를 받으며 일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이나 노동 조건 등에 있어서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기하거나 단체 행동으로 바꾸기가 매우 힘들다.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불만을 말했다가 다음 날 사장이 나오지 말라고 하면 잘리는 게 비정규직의 운명이다. 때문에 노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단체 행동권, 노동조합 결성권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권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이 마주하는 부당한 현실과 임금 등에 대해 제대로 요구하기조차 어렵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1997년 IMF와 비정규직, 그리고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비정규직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 고용 형태다. 그 전에도 임시적인 일자리는 있었지만 오늘날과 같이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듯 고용하지는 않았다. 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정부는 이 위기를 해결할 방안으로 ‘노동자 죽이기’를 선택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 ‘노동유연화’의 본격적인 시작이기도 하다. 유연화, 말은 좋다. 그러나 결국 ‘노동유연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자르고, 임금도 적게 주고, 마음대로 부려먹으면서 자본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었다.
1996년,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은 경제위기를 이유로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96, 97 노동자 총파업이 벌어졌으나 완전하지 못한 승리로 정리해고법과 파견제가 도입된다. 이후 경제위기로 밀려난 정규직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기 시작하고, 비정규직이 한국 사회에서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이 불거지자 노무현 정권은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을 신설한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2006년 11월 30일에 통과되었고, 2007년 7월 1일부터 실제로 적용되었다. 2006년에 통과된 비정규직 보호법의 뼈대는 한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의 눈믈을 닦아준다며 이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이 법을 ‘비정규악법’이라 부르며 법안 철회를 위해 투쟁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지 않고 그 전에 해고해버리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차별을 하지 말라고 법이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 벌금을 낸다 해도 노동자를 정규직화 하는 것보다 적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는 차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또한 비정규직보호법은 노동자가 차별을 당했을 시, 이에 대한 시정 등을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법적 싸움에 들어가기도 전에 노동자는 잘리기 일쑤고 기나긴 법원의 판결과 돈 때문에 노동자들에게는 효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비정규직이라는 문제는 그대로 두면서, 허울뿐인 법을 만드니 이 법을 악용하는 사용자만 늘어날 뿐 이로 인해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동자는 없었던 것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비정규직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열심히 살지 않은 특정 누군가의 이야기도 아니다. 바로 나의 부모님의 이야기며, 내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두는 오늘 하루 동안만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스쳐 이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다.
아침에 학교에서 만난 청소 노동자, 건물을 오가며 만난 경비 노동자, 수업에 들어가서 만난 수업 강사, 편의점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 이들 모두가 ‘비정규직’이라는 굴레 속에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수없는 차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또한, 졸업 후에 비정규직으로 어딘가에서, 이유 없는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비정규직 아닌 더 나은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모든 노동자, 민중의 투쟁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200일 가까이 송전탑 위에서 ‘불법 파견 철폐’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2000일 가까이 거리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특수고용직 재능 노동자, 서울시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다산콜센터 노동자, 깃발 아래로 모여 매년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학 청소, 경비 노동자들까지. 비정규직의 역사는 단지 그것이 늘어나고 차별이 강화된 것의 역사가 아니라, 역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리를 외쳐온 역사기도 하다.
이 땅의 천 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정규직화를 이뤄내기 위해,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해 싸움을 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내일은 없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미리의 미래가 되어버린 비정규직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싸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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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1년 8월 22일 열린 첫 공판 이래 7년째 재판을 방청, 기록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가 57명의 증언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엮은 800여쪽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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