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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농민이 똑같이 한 달 동안 일했는데 소득의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나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끔 뚱딴지같은 이런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곤 했다.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럼 먹지 않고 살 사람도 있나?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백성들은 뭘 먹고 살지?” 똑같이 가치를 생산하는데 왜 의사가 생산하는 가치는 크고 농부가 생산한 가치는 적을까?”

“의사들은 농부보다 공부를 더 많이 했잖아요?”

“그럼 대학졸업자가 현장 노동자로 일하면 왜 임금이 적을까?”

“.........?????”

학생들은 말이 없다.

한번은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성명서가 발표됐기에 이런 얘기를 한 일이 있다.

“모든 폭력은 악인가?”

“그렇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으로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윤봉길의사나 안중근 의사는 폭력을 행사했는데 왜 애국자라고 하지?”

“4.19는 학생들이 경찰서에 불도 지르고 했는데 왜 ‘폭도’가 아니고 ‘혁명’이지?”

“그건 특수한 경우잖아요?”

“그럴까? 특수한 경우는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말이군...??? 그렇다면 모든 폭력은 악이 아닐 수도 있겠네?”

“.......”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는 ‘사회·문화현상의 탐구’라는 단원이 있다. 이 단원에는 사회를 보는 시각을 길러주기 위해 ‘기능론과 갈등론’이라는 소단원이 있다. 기능론으로 보는 세상은 ‘사회의 유지와 존속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사회유기체설)’을 사회·문화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갈등이론에서는 사회란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들 집단 간에는 대립과 갈등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라는 계급의 관점에서 사회를 이해하지 않으면 본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준이 없는 관점은 혼란의 연속이다. 노사간의 갈등, 빈부갈등과 같은 문제는 ‘사회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본질’을 볼 수 없다. 갈등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회문제는 ‘현상과 본질, 부분과 전체, 보편과 특수, 필연과 우연, 원인과 결과’ 의 관계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운명론이나 결정론적 세계관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세계관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기득권 세력이요, 지배계급이다.

유기체설라는 거울로 세상을 보면 노동자는 노동자의 역할을... 자본가는 자본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부자가 자본가의 영역을 넘보는 것은 불경스런 일이 된다는 말이다.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관념철학과 유물철학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 기능론의 외피를 쓴 관념철학은 자본가의 시각을, 갈등론이라는 외피를 쓴 유물론 중 어떤 것이 세상을 보는 안경이라고 하지 않고 방황하게 만든다.

‘상위 소득수준 20%가 지출한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천253원이요, 하위 20%의 지출액 4만6천240원의 6.9배다.’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 중 대학을 졸업한 가구주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지난해 346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21만원 증가한 반면 고졸 학력을 가진 가구주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233만5천원으로 전년보다 7만7천원 늘었다.’

‘지역별로도 서울의 1인당 월 사교육비가 29만6천 원으로 읍면 지역(12만5천 원)의 2.4배에 달했다....’

‘교육을 통한 사회경제적인 대물림!’ 기능론에서 이러한 현상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가?

사람의 눈에는 현상만 보인다. 게으른 사람인지 정직한 사람인지, 신의가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 겉으로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다. 사회·문화현상도 겉만 보인다. 소득의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 되는 현상을 운명론적인 시각(결정론적인 세계관)으로 혹은 기능론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불평등’은 하느님의 뜻이 된다. 총체적인 관점, 상대주의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 한 사시(斜視)의 한계를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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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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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3 23:56

    의미심장한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회경제적으로 대물림 되는 현상을 운명으로 치부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그에 맞서 투쟁하여 사회를 개혁할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대물림에 성공한 사람들...
    스스로 대를 물려 지키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지 않지요.
    그래야 자신의 기득권이 지켜지는 것이니까요.

    참으로 어려운 세상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 2009/10/10 22:43

      반갑습니다.
      이사를 하느라고 한참 돌보지 않았는데
      반가운 분이 오셔서 댓글 남겨 주셨네요.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안정된 여건이 아니고서는 안된다는 걸
      확인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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