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인터넷을 열었더니 "재산 줄 테니 보러와라"..효도 계약서 '씁쓸'이라는 기사가 뜬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2층짜리 한옥을 물려받고는 부모를 홀대한 불효자에게 증여받은 집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면서 이러이러한 조건을 써 두어야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자상한(?) 안내까지 한 기사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이 불순세력이 됐다는기사. 삼성이건희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이야기, 냉장고 시신 보관 살인범 이야기, 우병우민정수석의 국정농단 이야기.. 자칭 일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는 메인기사를 '청사복도에 ×싸고, 길가는 여성보며 음란행위 하고..'라는 기사를 메인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어디를 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갈수록 힘들고 어렵다. 아니 사는게 무섭다.
우리가 땀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힘들게 고생해도 내 다음 세대, 우리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사람이 사람대접받는 세상, 상식이 통하느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갈수록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살기 힘든세상, 상식이 통하지 않는세상, 막가파세상, 멘붕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학교를 왜 다니느냐고 물어 보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모들에게 물아봐도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학교는 훌륭한 사람을 길러내고 있을까?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우리나라 교육법 기본법 제 2조다.
초등학교의 교육목적은 "초등학교는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초등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교육법 제38조)라고 규정하고 중학교의 교육목적은 "초등학교에서 받은 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보통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교육법 제41조). 초ㆍ중등교육법, 제45조에 고등학교 교육은 '중학교에서 받은 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 및 기초적인 전문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초중등학교가 교육관련법에 명시하고 있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을까?
법율만 고고하게 그렇다. 현실은 그런 목적과 관계없이 '더 좋은 상급학교를 진학'하기 위해서다. 원하는 상급학교를 몇명 더 입학시키느냐의 여부에 따라 명문학교여부가 가려진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현실은 법 따로 현실 따로다. 교육과정을 어기고 교육관련법을 어겼다고 처벌 받은 학교를 본 일이 없다. 왜 학교는 물론이요, 교사와 학부모들조차 어기고 있는 실정법. 그 누구도 이의 제기초차 하지 않고 있을까?
도로교통법을 어기면 득달같이 벌금을 내거나 보험료가 올라간다. 그런데 한법을 어긴사람은 왜 처벌조차 받지 않을까? 실정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 것은 학교뿐만 아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갈수록 요지경이다. 대통령이 공약을 어기고 삼권분립이란 법전에나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지만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사전에는 그런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사람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사회다. 힘있고 돈많은 사람, 잘생긴 사람...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세상, 정의가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정치가 필요한 이유가 그렇다. 법이 필요하고, 교육이, 종교가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거꾸로 가고 있다.
오늘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참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모여 만든 결과다.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을 헌산짝처럼 버린 사람들, 노동해방을 이해 초개같이 목숨을 던지고 혹은 단식으로 감옥에서 온갖수모와 고통을 당하면서 지켜 온 나라다.
언론인들은 해직을 감수하고 전교조교사들은 파면을 당하면서 종교인들이 거리로 뒤쳐 나가 짓밟히고 찢겨져도 멈출줄 모르고 싸워온 결과가 안니가? 지난 1월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씨는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맞아 아직도 혼수상태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권력을 가지 사람은 권력으로, 지식인과 언론은 자식이 가진 힘으로 탈세와 범법을 밥먹듯이 하는 사회는 살만한 사회인가? 말로는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법앞에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힘겸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꿈같은 얘기다. 언제쯤이면 사람이 사람대접받는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상식이 통하느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래 전에 썼던 글을 여기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2001년 06월 12일 (바로가기▶) '학생을 이중인격자로 키우는 학교'라는 주제로 경남도민일보에 썼던 글입니다.
학생을 이중인격자로 키우는 학교
김용택(마산여고 교사) 2001년 06월 12일 화요일
‘여학생은 검정색 단화를 신고, 굽 높이는 4cm 이하여야 하며 앞이 뾰족하거나 올라간 것, 각이 지거나 금속장식이 붙은 것은 금한다. 양말은 무늬가 없는 흰색으로 하고, 동복 착용 시에는 살색 스타킹에 검은 양말을 덮어 신는다. 목도리는 혹한기의 등.하교시에만 착용 할 수 있고, 색상은 검정색이어야 하며, 교내에서는 착용할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부산일보>
군인이나 교도소의 재소자가 지켜야 하는 수칙이 아니다. 이른바 교칙이라고 불리는 중.고등학교의 ‘학생생활지도규정’이다. 군인이나 교도소 재소자들이 지켜야 하는 수칙보다 더 까다롭다. ‘위의 제 규정을 위반하면 <학생생활지도 일지>에 기록하고, 5회 이상 기록되면 <행동관찰기록부>에 기재되는 동시에 별도의 선도규정에 따라 생활지도부의 지도’를 받는다.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으로 남겨 대학진학에 불이익을 주는 협박성(?) 교칙을 지켜야 하는 학교도 많다.
교복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학생의 두발은 스포츠형이어야 하고 여학생의 두발은 귀밑 3cm를 고집하는 학교도 있다. 아침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교문에는 학생들의 두발이며 복장을 확인하고 위반 사항이 없는지 샅샅이 확인 후 통과가 허용된다. 선도완장을 찬 선배들에게 ‘성실’, ‘단결’, ‘협동’이라는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를 해야 한다. 복장을 위반하거나 5분이라도 지각을 하면 사정없이 ‘운동장 돌기, 토끼뜀 뛰기, 엎드려 뻗쳐’와 같은 군대식 벌을 받기도 한다.
‘삐삐.휴대전화.전자 게임기의 소지를 금한다. 화장품.반지.팔지.목걸이.귀걸이 등 기타 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장신구는 금한다.’와 같은 규정도 수두룩하다. 요즘 고등학생 치고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다. 자녀들과 연락이 용이하다는 편의성 때문에 부모님들이 사주는 경우도 많다. 학생은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불량한 학생’취급을 받는다. 지킬 수도 없는 규정을 그대로 두고 대부분의 학생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학생생활지도규정’은 폐지해야 한다. ‘재수(?)가 없어 들킨 학생’만 처벌받는 교칙은 학생들로 하여금 기회주의자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부진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다수의 학생을 희생시킬 수 없듯이 소수의 범법 예비생(?)들 때문에 선량한 다수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학교는 ‘교육적’이라는 명분으로 헌법에 보장된 학생의 ‘신체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침해해 왔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전혀 민주주의답지 못한 비민주적인 관행이 학교에 수없이 남아 있다. 내면 감화를 통한 행동의 수정이나 자아 정체성의 확립이 아니라 ‘힘 앞에 복종’하도록 하는 순치가 자행돼 왔다. 형식과 권위가 지배하는 학교, 지킬 수도 없는 교칙이 있는 학교는 학생들을 이중 인격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사회를 맞아 학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비전 2002, 새학교 문화창조’라는 창의적인 교육, 토론문화의 정착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자립형 사립학교, 영재학교 설립 등 수월성(秀越性) 교육이 추진되고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새로운 인간을 양성하겠다는 특기적성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탈산업사회라고 일컬어지는 정보화사회에는 정보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서 교실마다 컴퓨터를 설치하고 프로젝션 텔레비전을 완비했다. 세계에서 최초로 전국의 학교에 인터넷망이 연결돼 유럽이나 미국을 앞질러 선진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변화를 주도하고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학교가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복종을 미덕으로 강요하는 교칙이 바뀌지 않는 학교에서는 창의적인 교육도 민주적 교육도 불가능하다. 다원주의 사회를 살아가야 할 2세들에게 통제와 복종을 강요하는 폐쇄적인 교육은 마감해야 한다.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교칙을 입학식 때 학생대표가 선서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졸업 때까지 학생의 인권이 저당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식민지시대 유산인 교칙을 바꾸지 않고는 민주적인 교육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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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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