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하는 학교, 민주적인 학교로 바꾸기 위해 할 일이 어디 한 둘일까 만은 교육계의 해묵은 과제 중의 하나가 교원승진제다. 임명을 받은지 몇년도 채 안 된 새파란 젊은 교사가 승진을 위해 점수관리를 한다는 말은 이제 낯선 얘기도 아니다. 교감교장, 장학사 장학관은 훌륭한 사람이요, 나이가 들어 정년퇴임할 때까지 평교사로 남아 있는 교사는 무능한 교사를 취급받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몇년 전 울릉도에 찻발령을 받아 경력점수로 치면 승진을 하고 남을 점수가 가진 선생님에게 어떤 교사가 "왜 승진하지 않고 평교사로 남아 있느냐"고 했다가 호된 면박을 받았다고 한다. "선생 할려고 교사가 됐는데 행정직으로 갈바에 왜 교사가 됐겠느냐"는 말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사가 된 사람이 교사로 남아 있는게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교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이 말을 곧이 곧대로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사회적 지위가 곧 그 사람의 인품이 되는 풍토에서 교사는 무능한 사람인가? 그렇다면 왜 무능한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유능한 사람들은 승진해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가? 얼마전 경기도 교육감이 교장교감은 물론 수석교사까지도 수업해야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가 교장, 교감 수석교사들의 거센 반발로 물러서고 말았다. 수업을 할 바에야 무엇 때문에 그 어려운(?) 승진의 관문을 통과했느냐는 것이다.
물론 교장이나 교감이 교육자로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그러나 직접 아이들과 만나 호흡하고 아이들의 세계속에서 그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교사다. 교감이나 교장은 행정적으로 학생들을 지키고 보호하지만 그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삶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앞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들이 좋아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사람은 명예나 육체적인 안일, 그리고 사회적인 안목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그런 철학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누가 뭐래도 나는 교사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고 보람을 느끼는 평교사야 말로 가장 교육자다운 교육자가 아닐까?
교장이 훌륭하고 교사가 무능한 사람이라는 사회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 세상의 어느 부모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사에게 내 아이를 맡기 고 싶지 않겠는가? 훌륭한 교사는 승진을 해 교장이나 교감이 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 그 아이들이 좋아 승진도 포기하고 그들과 눈을 맞추며 행복해 하는 선생님이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 아닐까? 이제 범생이를 키워 '너도 나처럼 공부의 신이 되면 교사도 변호사도 될 수 있다고 윽박지르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하는 가슴 따뜻한 교원을 길러내야 한다. 이 세상 어떤 부모가 사랑도 사명감도 없이 지식만 전달하겠다는 교사들에게 자식을 맡기고 싶겠는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자료전시회, 수업연구발표대회, 농어촌 점수 그리고 학교장에게 받는 교원평가 점수를 잘받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뒷전인 교사들을 승진시켜 어떻게 교육을 살리겠다는 것인가? 교장, 교감 점수모으기로 승진시킬게 아니라 대학처럼 보직제로 바꿔 교원들이 선출하도록 하면 왜 안되는가? 물론 교장, 교감이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책임을 지는 힘든 자리라면 정말 좋은 사람이 교장으로 선출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학교를 살리려면 교직사회 승진제부터 바꿔라!
아래 들은 지금부터 16년 전 승진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을 경남도민일보 사설에 썼던 글입다. 그런데 학교 민주화의 가장 시급한 교원승진제는 아직도 바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는 언제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요? (바로 가기 ☞ 교원승진제, 선출제로 바뀌어야)
<이미지 출처 : 한국교직원 신문>
교원 승진, 선출제로 바뀌어야
논설위원 2001년 04월 16일 월요일
학교장이 교사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는가 하면 서울에서는 교장이 여교사를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해 또 말썽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마산제일여고에서 일어난 교장의 교사 폭행사건에 이어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명예퇴임을 안한 여교사는 이혼녀나 시부모를 모시기 싫어서 학교에 근무한다’는 여성차별 발언으로 여성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어떤 교장은 행사비 명목으로 학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기도 하고 결재를 맡으러 온 교사에게 결재판을 던지는 교장도 있어 자질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장의 자질시비는 갑자기 불거진 얘기가 아니다. 어떤 학교장은 바른말하는 교사를 강제내신이라는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기도 하고 근무평가라는 통제수단으로 비판적인 교사를 침묵케 했던 사례도 많다.
직위를 이용해 교사들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학교에서 민주적인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창의적인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을 승진제가 아닌 보직 선출제로 바꿔야 한다.
학교장의 자질문제를 비롯한 교육의 위기는 잘못된 승진제도의 탓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장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근무평가로 승진여부를 결정하는 구조 아래서는 창의적인 교장도 민주적인 교장도 배출되기 어렵다.
학교장도 사람인 이상 완전무결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자질문제 시비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교장의 교사폭행이나 성희롱은 개인의 도덕성만 탓할 일이 아니다.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교직자로서의 품성 수련보다 개인적인 점수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행정능력이 있는 사람이 우대 받는 사회에서는 교사가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에 충실한 교사보다 순종적인 교사가 유리하다. 교육철학이 투철한 사람보다. 행정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승진하는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자질 시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좋은 학교는 학교장의 탁월한 교육철학의 바탕 위에서 가능하다. 세계에서 교장자격증을 발급하여 수업을 면제해주고 관리만 하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교원의 전문직성을 무시하고 교사와 교장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한 현행 승진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교장직을 보직 선출제로 바꾸는 길만이 정보화 시대의 학교를 살리는 길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옛날 썼던 글을 여기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2001년 04월 16일 (바로가기▶) '교원 승진, 선출제로 바뀌어야'라는 주제로 썼던 경남도민일보 사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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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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