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학교도 두발 자유를 합시다

학교홈페이지에 경천동지(?)할 제안이 올라왔다. 마치 이런 제안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한꺼번에 수백명의 학생들의 주장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학교에 불량학생처럼 머리카락을 기르고 다니는 게 자존심 상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다른 학교 학생들도 두발 자유를 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있느냐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건강한 토론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차츰 자기주장에 감정이 섞이고 끝내는 욕설과 막말까지 쏟아냈다.

 

<이미지 출처 : 참세상>

 

교육이 교실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나의 지론이다. 학생들의 막말도 문제지만 두발문제를 두고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주장에 사회과 교사로서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학생들의 토론 공간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사회과 교과서에는 사회적 쟁점에 관한 단원이 있어서 이 토론을 잘 이끌어낸다면 교육적인 차원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이해관계라면 몰라도 인간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권을 다수결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나의 주장에 토론은 종결됐지만 학생들은 가치문제와 사실문제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마산 00여고에 근무했을 때 얘기다. 평준화가 시작되면서 자신들은 이 지역에서 자칭명문학교를 다닌다는 자존심이 강했던 학생들에게 귀밑 3Cm’를 지키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치마길이를 줄여서 입다가 학생부장에게 걸려 벌점을 받는 등 학생들의 교칙위반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위기를 보다 못한 범생이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따라지들이 들어와 학교 망신을 시키고 있다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던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회적 쟁점에는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가 있는가 하면 가치문제도 있다.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는 만장일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결국 찬반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문제 즉 인간의 존엄성이나 신체의 자유, 자유나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문제를 찬반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은 후진성을 드러내는 무모한 짓이다. 신체의 자유란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문제로 토론은 좋지만 다수결로 결정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 SBS>

 

서론이 너무 길었다. ‘9시 등교찬반 논쟁을 보며 생각난 얘기다. 언론이 ‘9시 등교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중앙일보는 ‘9시 등교인데 학생들이 배고파하는 이유라는 칼럼을 통해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식의 정책이라며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동아일보는 ‘'9시 등교'까지 좌파 교육감들 똘똘 뭉쳐 밀어붙이나라는 사설을 통해 9시 등교를 좌파교육감의 잘못된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대부분의 수구언론들은 중립을 가장하면서도 맞벌이부부의 출근시간과 달라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에 무게를 두어 반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는 7시 반에서 8시가 등교시간이다. 잠도 채 깨지 않은 채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등교하는 청소년들... 이를 보다 못한 경기도 교육감이 선거공약으로 시작된 9시 등교는 경기, 전북에 이어 서울과 광주, 제주지역 등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학원에서 다시공부가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12시가 가끼워서야 집에 돌아가 잠을 자는 ‘45의 진리(?)는 아직도 유효하다.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현실을 보다 못한 진보교육감들의 철학이 수구세력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9시 등교가 정말 찬반 논란거리가 되는가? 밥을 먹는 문제, 잠을 자는 문제..와 같은 문제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문제요,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인 가치다. 공부가 삶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청소년 헌장은 뒷전이고 한창 자라야할 학생들을 20(67.5m²)도 안 되는... 학생 한 사람이 2.0m² 공간에 10시간 넘게 생활하도록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차마할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요, 인간에 대한 모욕이다. 건강하게 바르고 밝게 자라야 할 청소년들을 체형에도 맞지 않는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혀놓고 수학문제까지 암기시키는 교실에 교육다운 교육이 가능할까? 오죽하면 OECD국가 중 삶의 질이 최하위라는 결과가 나왔겠는가?

 

학생들에게 잠자는 시간까지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잠자는 시간과 인간의 기본적인 건강권을 놓고 찬반의사를 문는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다. 공부도 중요하고 때로는 경쟁도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으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건강권을 학생이라는 이유로 빼앗는다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소년도 학생이기 전에 인간이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인권을 유린당하는 야만적인 시대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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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교육정책2014.09.26 06:28


경기도교육청의 학생들의 ‘9시 등교를 놓고 찬반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이 ‘9시 등교를 시행하게 된 이유는 학생들이 인간으로서 기본권인 수면권과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건강을 잃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재정교육감이 취임하자 말자 시행한 ’9시 등교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고생의 9시 등교문제를 놓고 일부 보수적인 신문은 진보교육감과 보수교육감의 논쟁거리로 몰아가는가 하면 심지어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까지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9시 등교를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 ‘하교 후 학원 갈 시간이 빠듯하다’, ‘맞벌이부부의 경우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켜주고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다고 불편을 호소하는가 하면 늦게 등교하기 때문에 늦게 자 아침밥을 안 먹기는 마찬가지라고 불평하는 학부모도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2,250여개 학교 중 93.6%9시 등교를 실시하고 있다, 학교 급별로 보면 초등학교는 98.2%, 중학교는 96.2%, 고등학교는 78%가 시행 중이다. 또 강원도는 이미 시행중이며 전라북도는 20153월 달부터 시행중이다. 이미 이전에 실시하고 있는 강원도와 전라도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 경기도는 왜 말이 많을까? 9시 등교는 정말 나쁜 정책일까? 일부 수구언론들은 ‘9시 등교문제를 놓고 보수와 진보의 문제로 몰아가기도 하고 같은 교원단체인 전교조와 교총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전교조는 9시 등교를 적극 환영 한다고 반기는 반면 교총은 9시 등교 시행 중단을 위한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다.

 

사실 경기도 교육감이 ‘9시 등교를 시행한 것은 충분한 사회적 공감과 소통의 시간 없이 너무 성급하게 시작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리 새로운 정책이 좋다하더라도 비토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사교육시장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 학교의 등교시간은 그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교육감의 대거 진출에 위기를 느낀 정부와 권력의 비위를 맞추며 공생해 오던 사이비교원단체의 경우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의 진보 진보교육감 길들이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기도의 ‘9시등교는 이해관계가 걸린 단체와 수구언론의 먹잇감으로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사교육 활동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어차피 습관이 되면 달라질 게 없다’, ‘수학능력고사는 840분에 1교시가 시작되는데 9시 등교가 정착된다면 생활 패턴이 달라져 수능체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등 진보교육감 흠집 내기에서부터 학생들을 학교까지 태워다 주는 학생 전용 버스 업계 사람들의 수익에 피해를 입게 된다는 소리까지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미지 출처 : 경기도 교육청>

 

정치계나 언론은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주장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한참 자라는 청소년기에 45(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낙오)이 정말 부모로서 또는 교육자로서 이대로 덮어둬도 좋은 정책인가? 새벽 2시에 잠들고 아침 6시에 기상해 아침도 먹지 않고 비몽사몽간에 등교해 보충수업에 1교시가 끝나기 바쁘게 매점으로 달려가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는 학생들을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가를... 자기네들은 청소년시기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잔인한 삶을 강요해 온 그런 생활이 정말 좋기만 했는지를 묻고 싶다.

 

서울 대학을 나온 사위를 보지 말라는 농담이 있다. ‘서울대학을 입학하고 졸업할 정도로 공부를 했다면 몸 어느 구석이 성한 곳이 있겠는가라는 것이 그런 농담이 나온 이유다. 학교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곳이지 경쟁을 통해 서열을 매기는 곳이 아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일류대학이 교육목적이 된 교육이 정말 교육적인가? 또 교육과정은 뒷전이 되고 수학문제까지 외워 1등만이 대접받는 공부가 정상적인 교육인가? 우수한 학생을 뽑아 고시나 공무원 시험 준비나 시키는 공부를 교육이라고 강변해도 좋는가?

 

정의는 세워야 하고 잘못은 고쳐야 한다. 바쁘고 급하다고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 교육이란 청소년들이 미래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삶의 질이 걸린 문제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원칙을 포기하고 변칙으로 갈 수 없다는 예기다. 지금은 다소 힘들고 어렵더라도 원칙을 세우고 비뚤어진 길은 바르게 고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이요, 지켜야할 정의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서 못쓰지 않은가? 원칙 포기하라는 논쟁은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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