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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2 부끄러운 학교얘기 하나 해 드릴까요? (21)
  2. 2011.12.16 절대평가 뻔한 실패, 교과부는 정말 모를까? (32)


 

“우리학교에는 성적이 90% 이상의 학생들이 들어와서 학교가 이 지경이 됐습니다....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인문계 학교를 만드는 데 동참해 주십시오.”

 

임시직원회의가 있다기에 수업 마치고 손도 씻지 않고 교무실에 달려왔더니 어떤분이 하는 소리다. 교무부장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니 지역의 시의회의원, 도의원, 지역의 영향력 있는 기업가, 정당인 등등..... 이름만 들으면 ‘내노라’ 하는 지역의 저명인사(?)들이 앉아 있었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지역의 지성인들이라는 사람들이... 그 중에는 공무원인듯한 사람은 근무시간에...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자기 모교가 실업계 학교라서 후배들이 찌질한 아이들이 들어 와 학교를 버려놨다며 인문계 학교로 바꾸자며 선생님들의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 말이 협조지 선생님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서명을 받자는 수작(?)이다.

 

교장선생님의 소개로 일일이 한사람씩 인사를 마치고 대표자 격인 듯한 사람이 나서서 한다는 말이 가관이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이것 저것 다 알만한 지식이이요 지역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다. 이 학교를 인문계로 버꾸면 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성적 하위의 아이들은 어디로 보내자는 것인가? 지성인이라는 사람,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몇몇 선배인사들의 설득(?)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교감선생님이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겠단다. 그렇잖아도 이 가당찮은 인사들의 꼴사나운 동문 살리기가 듣기 거북했는데 이대로 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속이 뒤틀려 있던 참이다. 눈치코치 막살하고 마이크를 잡고 일어섰다.

 

“학교 살리기는 저도 동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00상고 후배들을 길러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도 다 자녀를 키우신 부모님들이잖아요?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선천성 질병을 가진 아이들이 더 가엾고 마음 아파가며 키우는 게 부모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혹은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이라고 팽개칠 수 있겠습니까?

 

이학교가 인문계가 되면 이 학교에 올 수 있었던 학생들은 어느 학교로 가야 하지요? 모교를 살리겠다는 마음은 모르는 바 아니자만 그런 여력이 있으시다면 학교가 왜 이지경이 됐는지 교과부에 달려가서 학교를 살려내는 정책을 펴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그 잘난 사람들의 눈에 꾀죄죄한 선생 따위의 말이 얼마나 비위에 거슬렸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교육자의 양심으로 모교만 살리면 그만이라는 이 어쭙잖은 위인들에게 침묵한다는 건 내 양심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친 김에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난 후에야 그 잘난 선배들과 교장선생님 얼굴을 쳐다봤더니 벌레 씹은 인상이었다.

 

명분이야 거창했다. '모교를 살리자' 이학교가 어떤 학굔데... 일제시대 이 지역에는 대조적인 두 개의 학교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학교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하나는 인문계, 하나는 실업계 학교... ‘00고등학교’는 일본인 자녀들이 다녔던 학교로 인문계 학교다.

 

또 다른 ‘00상고’는 일제시대 가난하지만 머리 좋은 조선인 집안 아이들이 다니던 실업계 학교였다. 당시 실업계 학교였던 이 학교는 졸업과 동시 은행이나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 두 학교는 해방 후 정치계나 경제계 등에 진출해 성장하거나 토호세력이 되기도 했다.

 

 

 

 

필자가 마산에 살 때 이야기다.

 

고교평준화 시행 후 자기네 모교가 무너지는 참담한 모습(?)을 보고 견디다 못한 동문들이 모교 살리기 운동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지역에서 똑똑하고 머리 좋은 학생들이 대를 이어 후배를 길러내야 한다는 갸륵한 마음(?)이 이들로 하여금 집단행동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학교를 졸업 후 지역이나 서울에서 성공해 돈과 명예를 얻은 사람들... 가난 했던 지난 시절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모교가 좋아야 동문이라는 연고주의 덕을 보겠다는 속 보이는 사람들이 얄팍한 속내를 드러냈던 것이다.

 

모교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 잘난 선배님들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당연히 막강한 파워로 교과부를 움직여 다음해 인문계 학교로 바뀌었다. 그리고 말썽피지우지 않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좋은 학생들이 입학해 선배들이 바라는 학교가 됐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교과부는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교육을 상품이라며 시장판에 내놓았다. 당연히 고등학교가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일반계, 실업계 고등학교 순으로 서열화됐던 것이다.

 

선배들의 꿈은 우수한 학생들은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로 뺏기고 그 나머지 아이들이 가는 학교로 서열이 하순위가 됐다. 마산을 떠나 온지 5년이 가까워 오는데 내가 근무했던 이 학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선배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또 자기네 후배들이 시원찮은 학생들이 들어온다며 일반계고등학교를 특목고로 바꾸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러 로비를 하러 동분서주 하러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이미지 출처 다음 검색에서....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교과부가 하는 일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분노마저 치솟는다. 사흘이 멀다 하고 내놓는 정책치고 현실성이 없거나 아니면 실패가 뻔한 정책의 재탕이다.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내놓은 방과 후 학교가 그렇고 해마다 바뀌는 입시정책이며 특목고 자기주도전형, 자율고 확대, 입학 사정관제, 수시모집 등 교육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로 많다. 이번에 내놓은 ‘토론수업 등의 다양한 창의 ․ 인성 수업이 가능해지고 학생 개인의 잠재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마치 참신한 대책인 냥 포장해 내놓은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보면 교과부 관료들 저런 정책이 정말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내놓았을까? 아니면 무슨 다른 꿍꿍이속이 있어서 내놓은 것일까 궁금하다. 교과부 관료들이 누군가? 선망의 대상인 고시출신 아니면 수백 수천대 일의 공무원시험을 치러 합격한 수재들이다. 이들이 왜 저런 정책이 실효성이 없거나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걸 모를까? 

교과부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내놓는 이유

그렇다면 실패가 뻔한 정책, 그것도 선진화니 뭐니 하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내놓는 것일까? 짐작컨대 교과부 관료들이 살아남는 길은 앉아서 월급만 축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승진도 해야 하고 상사들에게 인정도 받기 위해서는 복지부동할 수 없다. 결국 해묵은 정책을 꺼내 재탕삼탕하거나 아니면 외국의 교육제도를 검증도 않은 채 도입해 인정 받고 싶은 것이 아닐까? 물론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당사자가 승진한 뒤 나오기 때문에 본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 그러나보니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 또한 독일의 6단계 평가제와 너무나 흡사한 제도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이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고등학교 내신 산출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형식의 성취평가제로 수정해 현재 중학교 1학년부터 지금까지 시행해 오던 상대평가인 수우미양가를 폐지하는 대신, ABCDEF라는 평가제로 바꾼 제도다.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고등학교 석차 9등급제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과 학년 단위로 교과목별로 석차를 매겨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은 학생들에게 경쟁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협동학습을 저해하기 때문에 이런 방안을 내놓았다는 것이 교과부의 정책도입 이유다.

원론적으로 옳은 정책이라고 다 성공할 수 없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시행해 온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제가 옳다. 학생들을 소수점 몇점으로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매기는 것도 모자라 학급별, 학교별, 지역별로 서열화시켜 교원의 성과급이나 학교평가 예산지원까지 차등화하는 야만적인 상대평가보다야 절대평가가 백번 좋은 제도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우리의 정서나 토양에 맞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십중팔구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절대평가제가 왜 발표하기가 바쁘게 비난과 반발이 이어지는 것일까?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교를 한 줄로 세우는 고교서열화 정책을 중단하고, 진정한 의미의 고교다양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특목고-자사고-자율고-대도시 일반계고-농산어촌 일반계고-전문계고라는 고교서열화 구조를 그대로 두고 도입되는 절대평가는 내신 무력화 효과만 가속화시키게 된다. 점수 위주로 서열화 된 고교 체제를 그대로 두고 도입하는 절대평가제는 내신무력화로 공교육 황폐화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일류대학이 존재하고 일류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을 그대로 두고 강행하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방안’은 “대학서열화도 모자라 고등학교마저 서열화, 계층화시켜 명문고 입학을 위해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부터 입시교육과 사교육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절대평가가 ‘학교교육 중심의 대입전형 정착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 진로에 따른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내신 50% 이상의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게 해주는 자사고 정책부터 폐지해야한다. 경쟁과 차별을 일상화하는 교육정책을 두고 평가방식만 바꾼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씨앗을 뿌려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정지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서열화도 모자라 고등학교마저 서열화 된다면 입시명문고 입학을 위한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부터 입시지옥으로 만드는 절대평가제는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 교과부가 진정으로 교육개혁을 원한다면 내신과 수능 그리고 대학별고사 등의 종합적인 개선책부터 마련한 후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