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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6 학교의 모범생이 사회에서 열등생이 되는 이유...? (30)



몇 년 전 마산 YMCA 시민사업위원회 ‘아침논단’에 강의를 했던 일이 있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에 참가했던 사람 중 한 분이 ‘선생님은 근본주의자’라고 해 웃었던 일이 있다.

근본주의란 ‘성서의 완전한 무오류성과 육체를 가진 예수 그리스도의 임박한 재림, 동정녀 탄생, 부활, 대속(구속행위) 등 그리스도교의 근본으로 강조’한 신앙을 일컫는 말이다.

에둘러 말하면 기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내기 살아 온 삶이 늘푼수 없이 원칙밖에 모르고 고지식하게 살아 왔다는 뜻이다.

                              <모든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교회나 학교에서 가르쳐 준 대로 사는 사람은 도덕적인 사람, 근본주의자와 같은 삶을 살게 마련이다. 원칙주의자나 근본주의자는 학교에서 말하는 범생이, 고지식한 사람을 일컫는다. 범생이는 칭찬이 아니라 ‘모범생의 낮춤말’이다. 학교에서 모범생이 사회에서 열등생이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학교가 길러낸 범생이는 늘푼수도 없고 민주적이지도 못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인간형은 선입견이나 편견, 아집, 흑백논리, 고정관념, 표리부동...과 같은 비민주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학교가 길러낸 범생이는 이런 이중인격의 소유자를 길러내는 것은 아닐까?


‘군대갔다오면 사람 된다’는 말이 있다. “철딱서니 없이 망나니 같은 아들이 군대 갔다 오더니 사람 됐더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여기서 ‘사람이 됐다’는 뜻은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나 예의를 지킨다는 뜻이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올까?

군대에서 인성교육을 잘했다는 뜻인가? 사실은 군 생활에서 고생을 해보니 부모의 심정도 알고 나이도 두서너 살 더 먹어 철이 들었다는 얘긴데, 군대가 사람 만드는 곳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힘 앞에 복종하거나 알아서 기는 폭력에 길들여진 인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군대만 그럴까? 학교는 어떤가? 학교는 피교육자로 하여금 가치 내면화를 통해 바람직한 인간을 키워내는 곳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아직도 학생들이 등교하는 교문에는 군대 위병소를 방불케 하는 군기(?)가 시퍼렇게 살아 있다.

교문에는 복장이나 두발이 교칙을 위반했거나 지각생을 단속하는 곳으로 서슬 퍼렇게 남아 있다.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학교. 교칙을 정하고 위반하면 체벌이나 벌점으로 규제하고 규칙을 자주 위반하면 문제아로 취급하는 학교는 민주적인 학교도 행복을 배우는 학교도 아니다.

교는 규칙을 잘 지키는 학생을 모범생이라고 한다. 학교가 기르고자 하는 인간상, 도덕적인 사람 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을 통제하고 단속하는 규칙이니 윤리니 하는 규범이란 무엇일까? 도덕(道德, morality)이란 원래 ‘자연환경의 특성에 순응하고 각기 그 집단과 더불어 생활하여 온 인간이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간 방식과 습속’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도덕은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이 됐다. 이러한 도덕은 ‘계급사회의 성립과 함께 정치지배의 유력한 수단’으로 ‘법이 국가권력을 지배하고, 도덕이 보편적 원리를 지배하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학교는 왜 ‘행복한 개인’ 보다 ‘도덕적인 인간’을 양성하는가? 사전에서 풀이한 것처럼 도덕적인 사람은 내가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 상호 관계’나 ‘규범’을 잘 지키는 인간. 즉 피교육자들로 하여금 ‘도덕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곳이 됐다. 도덕이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거나 행복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도덕이나 법은 통치계급이 자기네들이 필요해 만든 ‘질서’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 민중들에게 강제규범으로 만들어놓은 이데올로기다.

도덕이나 법이 없었던 사회는 구성원들이 살기 위험한 곳이었을까?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을 모르고 산다. ‘법이 없으면 법망을 피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어쩔 것인가?’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다. 돈이나 재화가 사람의 인격보다 소중한 사회에서는 도덕이나 법망을 피해 얼마든지 나쁜 짓을 할 수 있다. 그런 식의 법이라면 법전을 사람 수보다 더 많이 만들어도 법을 어기는 사람이 안 나오라는 보장이 없다.


학교가 기르고자 하는 인간상은 ‘정직한 인간’, ‘성실한 인간’, ‘근면한 인간’ 상이다. 정직, 성실, 근면이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실천할 덕목이 아니다. 학교는 개인이 행복한 삶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가 필요한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진정 인격적인 인간,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안내자역할을 하겠다면 통제와 단속으로 길들이는 강압적인 교육을 중단해야한다. 학교가 ‘행복한 인간, 정의롭고 민주적인 인간’을 길러내지 못하고 통제와 단속으로 복종을 길들이고 있다는 것은 국가나 자본이 필요한 인간을 길러 내고 있다는 증거다.


로마시대 도덕은 ‘법과 정의’였고,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시대 도덕은 ‘법과 질서’였다. 오늘날 억울한 일을 당해 시위라도 벌이면 경찰은 어김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법과 질서란 개인의 행복을 위한 덕목이 아니라 지배집단이 피지배자인 민중을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수단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신라시대 골품제며 두품제가 그렇고 봉건제 사회의 반상제도가 그렇다.

조선시대는 삼강오륜이 도덕이요,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왕의 충성스러운 신민을 길러내기 위한 질서와 복종이 도덕이다. 역대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은 질서가 도덕이다. 학교가 왜 교칙을 강조하고 통제와 단속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지 알만하지 않은가? ‘학교는 불행한가?’의 저자 전성은씨는
‘질서는 복종’이라고 정의한다. 자유보다 질서를 강요하는 학교는 민주주의 학교가 아니다. 자율보다 질서를 강조하는 정부는 민주정부가 아니라 독재정부다. 통제와 단속이 아닌 자율과 인격을 존중하는 학교, 사랑과 평등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는 인격적인 인간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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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지막구절이 정말 맞는말씀입니다.
    질서는 복종이죠 학교에서는 꼭 질서만 알려주는...
    참 안타깝습니다.

    2011.06.06 07:31 [ ADDR : EDIT/ DEL : REPLY ]
  3. 저도 울 아들이 범생이라는 말을 들을 때 좀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 사회에 순응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좀 착하게만 살지말고 네가 원하는 걸 하라고 주문하죠.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그런 아이가 진정 우등생이 아닐까 합니다.

    2011.06.06 07: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11.06.06 08:13 [ ADDR : EDIT/ DEL : REPLY ]
    • 선생님! 전 폰트 양식이 어느건지도 모른답니다.
      참 답답하지요?
      선생님께 전화해서 가르쳐달라고 하고 싶어도 전화번호를 몰라서요. 후배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배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이렇게 빚지고 삽니다.

      2011.06.06 10:12 신고 [ ADDR : EDIT/ DEL ]
  5.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과 무조건 따라가는 복종형 인간은 차이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사회 규범을 지키는 아이가 제 아이들에게
    바라는 저의 모습입니다.

    2011.06.06 08: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질서가 지나치면 독재가 되고
    자율이 지나치면 방종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질서나 자율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 수 밖에 없겠죠?.

    2011.06.06 08:19 [ ADDR : EDIT/ DEL : REPLY ]
  7. 조용히 읽고 가려다 너무 글이 공감되어서 손가락이 떨어지질 않았어요.. ^^;
    참교육님 페이지에 와서 글을보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오늘도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2011.06.06 09: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단숨에 읽어내려갔네요

    아가때 부터 그러면 안돼 그렇지 아이 예뻐라...
    알아듣지지 못하면서 배우던 질서

    자율이 지나쳐 방종이 되면 안되겠지요
    좋은 글 공감 하고 갑니다

    늘 행복 하세요

    2011.06.06 10:19 [ ADDR : EDIT/ DEL : REPLY ]
  9. 잘읽고 공감하고 갑니다^^:;

    연휴 잘 마무리하세요^^

    2011.06.06 13: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도덕과 윤리란 책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스운 세상의 단면이 아닐까 싶네요.

    2011.06.06 14: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공감하고 갑니다 멋진 주말 보내세요~

    2011.06.06 16: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하모니

    ㅎㅎ 근본주의자, 흑백논리.. 김용택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두단어..

    2011.06.06 21:20 [ ADDR : EDIT/ DEL : REPLY ]
  13. 아~ 참 어렵습니다.....개개인의 자율과 인격을 존중하는 학교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각 가정에서부터(가족끼리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율을 기대하며, 사랑과 평등을 가르치고 배우는지요......

    무조건적인 순종이나 복종은 절대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지 못하고
    자유와 방종을 분간하지 못하면 엉망진창의 사회가 되긴 하는데......

    아~ 정말 고정관념을 고치기 어려운 거죠.....

    2011.06.07 05:57 [ ADDR : EDIT/ DEL : REPLY ]
  14. 나니

    공교육기관을벗어난지 얼마되지않았지만 뒤돌아생각해보면 학교는무엇인가나를얽매고 공부하는기계가되길 강요하는곳이었습니다 그리고그렇게되는것이 그네들의 '도덕'이기도했구요 학교에서배운것이뭘까 씁쓸하기만하네요

    2011.07.03 13:21 [ ADDR : EDIT/ DEL : REPLY ]
  15. 하얀겨울호랑이

    질서라는 것도 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선 나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율적인 사고는 어떤 것도 허용치 않은채 사회의 통념과 복종만 강요하는 학교에는 반드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 사회에서 말하는 "교육"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한 고등학생으로서 참교육님의 생각에 많은 부분 공감하였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2011.07.11 20:33 [ ADDR : EDIT/ DEL : REPLY ]
  16. 남의 떡이 커 보인다

    2012.01.02 00:15 [ ADDR : EDIT/ DEL : REPLY ]
  17. 큰 최고야, 당신은 날 계몽있다

    2012.01.07 03:50 [ ADDR : EDIT/ DEL : REPLY ]
  18. 변호사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12.04.04 00:28 [ ADDR : EDIT/ DEL : REPLY ]
  19.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2012.04.06 04:45 [ ADDR : EDIT/ DEL : REPLY ]
  20. 죄송합니다.

    2012.05.09 07:16 [ ADDR : EDIT/ DEL : REPLY ]
  21. 감사합니다.

    2012.05.11 12:1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