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2014.10.15 06:31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이를 두고 종교인들은 말세라고 하며 예수의 재림이 가까웠다며 회개하고 믿으라고 한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말세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의감이 강한 사람들은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진보정당을 만들기도 하고 술을 한잔 하면 세상을 한탄하고 좌절과 실의에 빠져 울분을 토해내는 사람도 있다.

 

 

종교인들이 기대처럼 예수님이나 미륵불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열망 때문일까? 비상도가 나타났다. 보통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초인이 나타나 세상의 불의와 맞서 법이나 경찰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깨부수고 정의를 세우는 홍길동, 비상도가 나타났다.

 

이 시대의 홍길동.... 변재환이 쓴 의협소설 비상도<책보세>가 그 주인공이다. 독립투사의 자손인 비상도는 친일의 대가로 대를 이어 사회적 존경과 부를 독점하고 대물림하는 현실을 보다 못해 팔을 걷어붙이고 악의 무리와 맞선다. 이 작품의 줄거리를 보면 주인공 비상도(조동해)에게 전통무예 비상도를 가르치는 큰스님, 비상도의 사형 백남재, 비상도의 제자 용화, 무예를 배오고 싶어 자청한 송철과 백원익, 비상도의 후원자 성여사, 그리고 천경장과 정기자가 평치는 흥미진진한 의협소설이다.

 

소설은 물론 연극이든 영화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말초신경을 자극해 기준도 원칙도 없는 막장드라마나 숨겨놓은 아들이나 뻔한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찌질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식상한 백마 탄 왕자님이나 신델렐라 같은 그런 재미없는 재미가 아니라 친일후손, 조직폭력배, 매판자본, 상업스파이, 일진회의 폭력을 척결하는 우리사회의 불의를 척결하고 사회정의를 세우는 통쾌방쾌한 카타르시스와 힐링의 책이다.

 

책이 참 외면 당하는 세상이다. 안방극장에 빠지고 SNS에 눈을 떼지 못하고 식품첨가물로 범벅이 된 먹거리에 현혹돼 재미없는 세상에서 재미를 찾아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구세주로 등극하고도 남을 그런 재미를 주는 책이다. 처음 쇼셜디자이너 임현철씨로부터 이 책을 받고는 사실 부담이 되어 덮어뒀던 책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더운 여름에 보기만 해도 답답한 446쪽짜리 묵직한 책이니 책장을 열어보고 싶겠는가?

 

가을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불기 시작하면서 아침저녁 TV만 끄면 가까이 있는 책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국립세종도서관이 개관해 그 많은 장서들을 입맛에 따라 볼 수 있어 이런 부담스런 책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책을 보내준다. 어떤 책은 책사에서 구해 읽고 싶은 책도 있지만 필자의 전공과는 거리가 먼 책을 받으면 보내준 정성을 생각해 읽지 않을 수 없어 건성으로 읽고 서평을 써주기도 한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읽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는 고전에 빠져 책벌레라는 소릴 듣기도 했지만 일에 빠져 살다보면 직업과 관련 된 책, 교육도서를 주로 읽는다. 그렇다고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나 막심 고리키의 장편 소설 어머니같은 소설은 읽지 않고 베길 수 없었다. 이런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 차라리 전공서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아껴가며 읽었다. 그런 후로는 소설을 읽은 지 한참 오래됐다. 동병상린일까? 정년퇴임 후 실업자가 된 후 최근에 정운현선생님이 쓴 실업자정도가 소설로 기억에 남는 책의 전부다.

 

비상도는 참 특이한 책이다. 나이 들어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는게 여간 부담이 아니다. 그러나 전날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 이튿날 아침에 다 읽었다. 아니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뻔한 의협소설이라면 보다 덮거나 며칠을 두고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기독교인이나 미륵을 기다리는 불도의 심정이 이럴까? 우리가 사는 세상 구석구석 하나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없다.

 

정치며 경제며 사회며 언론이며 교육이며 종교며... 법도 신의도 상식도 도덕도 윤리도 사라지고 목소릴 큰 사람, 거짓말 잘하는 사람, 허세를 떨고 혹은 돈으로 혹은 외모로 학벌로.. 자랑질하고 떠벌이는 꼴볼견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다. 시비를 가리면 왕따를 당하거나 승진이며 출세도 포기해야 될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속 시원하게 대리 만족시켜주는 책이니 책을 놓을 수 있었겠는가?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종교가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비상도도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모순을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그것도 통쾌하게 불의를 쳐부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었던 책... 1953년생으로 태어나 이 책 한권을 남기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저자가 유일하게 남기고 간 책... 어쩌면 저자는 이 책을 남기기 위해 이 땅에 온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었다.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교보문고 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Detail.ink?selectedLargeCategory=001&barcode=4808994502151&orderClick=LEA&Kc=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9450215

북큐브 http://www.bookcube.com/detail.asp?book_num=130900032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밀댓글입니다

    2014.10.15 08:01 [ ADDR : EDIT/ DEL : REPLY ]
  2. 좋은 책소개 잘보고 갑니다.
    상쾌한 하루되세요 ^^

    2014.10.15 08: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흐!~ 한번 읽고 싶습니다. 어디가 첫단추인지 알고싶어요. ^.^
    밤샘하셨군요. 대단하세요.

    2014.10.15 08: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14.10.15 08:52 [ ADDR : EDIT/ DEL : REPLY ]
  5. 젊었을때 김홍신의 인간시장을 읽고 장총찬을 동경한적이
    있었는데,ㅎ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기분이 들듯도 하군요
    기회되면 읽어 볻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근데 여자가 읽어도 좋을만 한가요? ㅎ

    2014.10.15 09: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소개글 잘 보고 갑니다..
    책 읽기를 게을리 하는 저는..ㅠㅠ

    2014.10.15 1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최근에는 글쓰기에 전념하느라 책을 읽을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대학시절에는 정말 하루에 한권의 책을 읽을 정도의 다독가였는데, 그것도 졸업하고 먹고 살기에 바쁘다 보니
    등한시 하게 되더군요. 조금씩 이라도 다시 책을 손에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2014.10.15 10: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이런 사회고발을 하는 소설도 매우 필요합니다.
    프랑스혁명은 문인들이 일으킨 혁명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래서 그런 소설을 쓰다가 중단한 것이 있는데 지금의 소설이 끝나면 조금씩 수정해서 올릴 생각입니다.

    2014.10.15 10: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잘 보고갑니다.
    임현철님의 책이군요^^

    2014.10.15 11: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하루만에 다 보셨음은 결국 무척이나 재밌다는 얘기인데, 저 역시 궁금해지는군요.

    2014.10.15 12: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꼭 읽어보고 싶은 책 이군요.

    2014.10.15 19: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정치/정치2014.07.15 06:31


픽션(fiction)인지 논픽션(Non-fiction)인지... 정치평론인지 연애소설인지... ‘화약고’가 된 동북아시아에 대한 저자의 꿈이 담긴 장르를 초월한 책... 손에 잡으면 마지막 책장을 덮지 않고는 놓지 못하는 그런 소설을 읽었습니다. 정운현선생님이 쓴 ‘작전명 녹두’얘깁니다. 저는 처음 페이스 북에서 이분이 소설을 썼다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평생 동안 언론인이요, 학자로 살아오신 분이 소설을 쓰다니...

 

제가 정운현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경남도민일보에서 주관하는 합천 팸투어에서였습니다. 온라인에서 보던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 들뜬 기분으로 만난 선생님의 모습은 언론인으로서 라기 보다 오래전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론이요, 학자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 왜 MB정권이 미워했는지는 그가 쓴 <친일파><증언 반미특위><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실록군인 박정희> <친일파는 살아 있다> <창씨개명>...와 같은 책을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평생 언론인으로 또 역사학자로 살아 온 분이 소설을 썼다기에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만난 <작전명 녹두>...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왜 어느날 왜 갑자기 소설 작가가 되려 됐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학술적인 저서나 평론과 같은 글로 도저히 나타낼 수 있는 또 다른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소설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작가의 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습니다. <작전명 녹두>는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은 주제가 등장합니다. 산업계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라는 희귀자원을 놓고 중국과 일본 한국이 불꽃 튀는 자원 전쟁을 치르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박근혜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평 그리고 일본의 아베수상과 북한의 김정은이 등장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헷갈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상업주의 논리가 가세되면서 얘기는 흥미를 더해 줍니다.

 

‘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된다.’는 게 저의 지론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적전명 녹두>가 그랬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언론인이라는 저자의 인상과 다르게 어디서 그런 추리력이 발동했는지 종횡무진입니다. 중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을 그렇게 구석구석 알고 있었는지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북한을 다녀왔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평양에서 오랫동안 그들과 만나보지 않고서는 그릴 수 없는 생동감에 저자를 만나면 평양을 어떻게 그렇게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 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국가보안법 걱정이 될 정도로 납북의 얘기를 전개하기도 하고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벌이는 첩보작전 같은 전개가 읽을수록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작가라도 자신의 경험세계와는 다른 세상을 그릴 수 없다고 한다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대쪽같은 언론인으로서 또 세상의 온갖 모순을 경험하고 꿰뚫어보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극우에 가까운 일본 아베총리가 저지른 납치사건으로 북한의 김정일에게 핵공격을 당하고 무너지는 줄거리와 일본의 양심적인 정부가 수립되는 과정.... 악수에 악수를 거듭 두다 결국 국민들의 저항에 밀려 박근혜대통령이 사퇴하고 민주정부가 수립되는 과정. 그리고 남한의 민주정부와 북한, 양심적인 일본정부 그리고 중국이 새로운 동남아시아의 평화적인 관계가 수립되는 과정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읽고 있으면 비록 소설에서나마 행복한 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정운현선생님이 꿈꾸는 세상...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언론인인 그가 소설을 쓰게 됐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그리고 부끄러운 박근혜의 인사 참사... 여기다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이 책 한권으로 힐링은 어떻겠습니까?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학자 중 가장 좋아하는 분입니다.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선생님.

    2014.07.15 07: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책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책 소개 감사합니다
    고운 날 되십시오

    2014.07.15 08:07 [ ADDR : EDIT/ DEL : REPLY ]
  3. 해바라기

    장운현 시대 소설
    작전명 녹두 읽어 봐야겠어요.
    좋은 날 되세요.^^

    2014.07.15 08:49 [ ADDR : EDIT/ DEL : REPLY ]
  4. 선생님께서 적극 추천하시니 꼭 찾아볼수있도록 해봐야겠네요..
    행운이 함께 하는 하루 되세요^^

    2014.07.15 09: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할 책입니다
    날이 무덥습니다
    오늘도 비 소식은 없네요 마른 장마만 계속되고 있는데
    논 바닥은 갈라지고 있고 걱정입니다

    2014.07.15 09: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정운현 선생님의 작전명 녹두를 읽고 싶어집니다..

    2014.07.15 09:46 [ ADDR : EDIT/ DEL : REPLY ]
  7. 좋은 책...소개받네요.
    잘 보고가요.

    행복한 날 되세요^^

    2014.07.15 10: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아.. 문뜩 말씀하신 소설 내용처럼 실제에서도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었네요^^

    2014.07.15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그냥 읽으라 하면 읽지 않을 테니
    참교육님이 날 잡아서 읽어주심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4.07.15 11: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새로운 동북아의 질서라는 주제만큼...너무 흥미로울듯싶습니다.

    2014.07.15 12: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이 책을 선물하면 박대통령님께서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하긴 합니다. ㅎㅎ

    2014.07.15 23: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음 꼭한번 읽어봐야 할 책인 듯 합니다..

    2014.07.16 00: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염원을 그리 그려넣을 수 있는 것도 글이 가진 장점 같아요.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서 얻는 것...

    2014.07.16 06:4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