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신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1.12 차렷, 경례!, 지금부터... (13)


“지금부터 교직원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차렷, 경례!”

 

학교의 교직원 회의는 이렇게 시작한다. 출근하는 교문에는 선도생들이 버티고 서서 지각생이나 복장위반학생을 단속하고 있다가 선생님들이 출근하면 “성실!” 하는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를 한다. 거수경례를 하는 선도생들의 훈련된 모습을 보면 학교가 아니라 군대의 위병소를 통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 이미지 출처 : 오마이 뉴스 >

 

학교는 아직 군국주의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수학여행, 주번 제도, 교훈 체제(급훈-주훈), 등교지도, 규율부, 복장검사, 두발검사와 같은 식민지 교육 잔재가 그대로다. 학교에 따라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전교생을 모아 놓고 애국조례라고 하는 전체조례를 한다.

 

상장을 전달하거나 학교장이 10여분동안 훈화를 하기 위해 4~50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한다. 물론 여기서도 예외 없이 “차렷, 경례!”라는 구호와 함께 학생들은 군대식으로 거수경례를 한다. 심한 경우에는 ‘학교장에 대한 경례!’라는 구호와 함께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학교장은 군인처럼 거수경례로 답한다.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에서 가장 자존심 상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두발검사에 걸려 머리카락을 잘렸을 때라고 한다. 머리카락이 잘린 순간 ‘죽고 싶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가위로 잘린 자국은 이발소에 가서 단장을 해도 가위자국은 그대로 남는다. 어떤 때는 학부모들의 심한 항의를 받거나 지도받던 학생들이 노골적으로 반항하기도 한다.

 

“왜 머리를 기르자고 학생회에서 의논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그런 결정은 해도 필요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지도교사인 학생부장의 한마디로 거절당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학생입니다.” 리고 대답한다. “주인이 자신의 일을 결정하지 못하면 주인이 아니구나” “?” 학생들은 대답을 못한다. 머리카락에 염색을 하거나 런닝 샤스를 입지않고 교복을 입는다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수십년 전부터 정해 내려온 교칙 ‘학생은 단정한 머리와 복장’이라는 성역(?) 규정에 도전할 용기도 용의도 없다.

 

                                                < 이미지 출처 : 오마이 뉴스 >

 

교육비젼 2002, 새학교 문화창조 추진계획에 의하면 「학교토론문화의 형성」 과제 중에서 ‘학교공동체의 공동 관심사항을 교원·학생·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합의 함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자기할 일을 분명히 인식하고 자기 몫을 다하는 풍토를 조성한다’고 교정하고 학생회 일동의 활성화를 중심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의 최고 관심사인 ‘두발자유화’니 ‘교복자율화’같은 성역에 대해서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겨 두고 있다. 학교가 민주주의를 수련하는 장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느 둘이 아니다. 자율이 없는 간섭과 통제는 교육이 아니라 순치나 노역일 수밖에 없다.

 

민주의식이 없는 교사는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없다. 전통적인 가치가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잡은 사회에서는 변화나 민주주의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책임과 자율을 전재로 하는 생활의 습관화는 새 학교문호를 창조하는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학교는 아직도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교육의 장으로서 한계가 많다.

 

직원회의가 지시전달의 장이 아니라 의결기구로 바뀌고 학생들의 동아리활동이 활성화 되는것. 민주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한다. 지시와 통제에 익숙한 교사는 학생들을 민주적으로 가르칠 수 없다. 교과서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가르치고 자유를 배우지만 교문 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통제와 간섭으로 민주주의는 질식한다.

 

관념적인 지식은 시합용으로는 쓰일지 몰라도 삶을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 실천하지 못하는 지식인을 양성하는 학교는 머리만 있고 행동이 없는 기형인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1999년 5월 27~ 6월 2일 주간지 창원신문에 썼던 글입니다.

지금의 학교 모습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 번 비교해 보십시오. 세상은 바끼어도 학교는 별로 달라진게 없습니다. 10여년 전의 학교 모습. 지금은 어떤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오히려 점점 더 퇴보해가는 모습에 한숨만이 나오네요...

    2013.11.12 08: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참 착한 국민들이자 생각없이 사는 살 수 밖에 없는 세상 구좁니다.
    그냥 죽을 게 아니라 짱돌들고 싸우다 죽을 각오로 살아야 하는 시스템...

    2013.11.12 08: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사실 절대적인 가치는 이런 게 아닌가 싶어요.
    세상 변화에 발 맞추고
    언제나 사람이 우선시 되는....

    2013.11.12 08: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데요...
    그래서 21세기의 아이들을 20세기 학교가 키운다는 말을 하나봅니다.
    방식은 달라진다해도
    정말 굄돌님 말씀처럼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가치를 학교가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2013.11.12 08:46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 답답합니다. 별론 변한 것이 없겠죠

    2013.11.12 08:56 [ ADDR : EDIT/ DEL : REPLY ]
  6. simpro

    70~80년대 학교로 다시 돌아갔군요
    딱 그때 모습입니다..

    2013.11.12 09:24 [ ADDR : EDIT/ DEL : REPLY ]
  7. 고리타분한 한국의 교육제도들....참 ....답답합니다.
    마음껏 꿈을 디자인 할 아이들은 대입수능에 고스란히 6년을 투자해야 하고
    아니 12년이 넘는 시간일 수도.....
    이렇게 누려야 할 부분들은 빗장 걸어 놓고
    오로지 경주용마처럼 지식적인 것만 투입되는 현실은
    가슴이 메마른 사람들로 사육하는것 같아 슬픕니다.

    오랜만에 다녀갑니다.선생님.
    많이 추워졌어요..건강조심하세요.

    2013.11.12 10: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교육이 지금 많이 바뀌고 있긴하지만 고리타분한 부분들은 안바뀌더군요
    잘 보고 갑니다^^
    티스토리 오류로 댓글이 안달려서 애먹었는데 오류가 해결되었더라구요^^
    날이 갑자기 추워졌는데 몸관리 잘하시구 감기조심하세요^^

    2013.11.12 13: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우리나라 역사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1949년 3월에 경기도 파주군 봉일천 국민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 거부사건이 있었지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반대한 학생 43명이 퇴학처분을 당했는데 그 중에 36명이 교회다니는
    유년 주일학생있으며 당시 목사가 구속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켜서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일어났으며
    교계 대표들이 이승만 대통령을 찾아가서 시정요구를 하였지요.
    그리하여 1950년 4월 25일 국무회의에서는 묵도를 폐지하고 주목으로 고쳐 구령하도록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동아일보 제8314호 보도에 의하면 <지난 25일 개최한 국무회의에서는 종전에 실시하고 있던
    국기에 대한 에식을 변경하기로 결의하였다. 곧 우리가 국기에 대하여 존경하며 애국심을 가지는 것은
    국기가 국가 민족을 대표하는 상징인 까닭인데 종래 우리가 허리를 꾸부리고 예배하는 것은 일제식이고
    우상숭배의 형식에 가까우므로 금번에 이를 변경하여 다만 국기에 대하여 주목하면서 부동자세로 차렷한 후에 오른편 손을 왼편 심장위에 대기로 하였다. >

    그런데 군인및 경찰관만은 종전 예식대로 실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각종 의식 때의 묵도는 일제 폐지하기로 되었다 합니다.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드림

    2013.11.12 16:23 [ ADDR : EDIT/ DEL : REPLY ]
  10. 교육이 늘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행태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 진보도 더딜 수 밖에 없겠지요.

    2013.11.12 16: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학교처럼 안 변하는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2013.11.12 22:13 [ ADDR : EDIT/ DEL : REPLY ]
  12. 그러고보니 에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게 거의 없네요..
    과목 수만 바뀌고 정작 바뀌어야할것은 늘 퇴보만 하는그런 형국이네요..

    2013.11.13 00: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저요... 학생이 정한 규칙이 아니란데서 반발감이 컸습니다.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묻고 싶었거든요.

    2013.11.13 10:3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