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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6 교과부장관이 ‘교과서 수정권’을 행사하면 안 되는 이유 (17)


 

 

 

교과부는 지난 1월 21일 장관에게 검인정 교과서 수정권한을 대폭 부여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일부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모든 검인정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만들 셈인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우려를 표명하고 ‘교과서를 정권 입맛대로 뜯어고쳐 유신시대로 되돌릴 것인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입법시도는 2010년, 2011년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이번에 입법예고는 교과부장관의 교과서수정에는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첫째, 교과서의 검정·인정권한을 교과부장관에게 일임함으로써 현재 각 시도교육청이 편찬·심사·사용하고 있는 인정교과서 승인권한마저 교과부장관이 독점하도록 해 지역실정에 맞는 교과서의 편성과 사용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둘째, 지금까지는 ‘공고’만 해오던 ‘검인정 기준’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교과부장관의 개입소지를 확대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내용일 것’,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할 것’, ‘대통령령이나 공고로 정하는 교과목별 세부기준을 준수할 것’ 등은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부당한 개입의 빌미로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에 대해 ‘좌편향’ 딱지를 붙여 삭제를 요구할 수도 있고, ‘교과목별 세부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새로운 기준을 얼마든지 추가할 수도 있다. 

 

셋째, 지금까지 없던 ‘감수조항’을 신설하여 검인정 교과서의 편찬·검정·인정의 모든 단계에서 교과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여길 경우 감수를 할 수 있고, 그 대상·범위·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결국 해당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검정기구 이외에 장관 주도의 별도 감수기구를 두는 것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전문가가 편찬한 교과서의 합격여부를 최종결정한다는 뜻이다.

 

넷째, 입법예고안은 교과부장관이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놓았는데, 그 중에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있는 조항이 적지 않다. ‘학계에서의 객관적인 학설상황이나 교육상황에 비추어 학문적 정확성이나 교육적 타당성을 결여한 경우’, ‘검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을 발견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가치판단이 필수적인 인문-사회과학 교과에서 ‘객관적 학설’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교육적 타당성’이라는 규정 또한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2008년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교과부가 수정을 요구했을 때, 다수의 역사학자들이 반대했는데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뉴 라이트 학자’들의 의견에 따라 수정을 강행한 전례가 있다. 이에 비추어볼 때, 이 조항이 정부의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이용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정 교과서가 검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검인정 과정에서 걸러내는 것이 상식이다. 검인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 정부가 또 감수를 해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2중 검열’이며, 정부 스스로가 교과서 검인정제도 자체를 불신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인정위원회를 대신하여 정부가 교과서의 합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모든 검인정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만드는 꼴이다.

 

전문가들의 검정을 거쳐 학교현장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는 오기-오식 등 명백한 오류가 있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통계-사진-삽화 등의 교체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수정을 허용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한 교과부장관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교과서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며, 최악의 경우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과서가 춤을 추었던 ‘유신시대의 망령’이 부활할 수도 있다.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개발과 심의를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뿐이다. 임기를 한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규정 개정안’는 철회해 마땅하다. 만약 정부가 이 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이 입법예고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정부의 입법시도를 거부해야 한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역시, 이번 일로 인해서 과거 군사정권 시대의 악몽을 떠올리는 대다수 국민의 반대여론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입법예고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의사를 밝혀야 마땅할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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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바라기

    교과서 수정권에 대한 내용 공감하고 갑니다.
    주말 좋은 시간 되세요.^^

    2013.01.26 07:06 [ ADDR : EDIT/ DEL : REPLY ]
  2. 교과서 수정의 문제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뜯어고치려는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2013.01.26 07: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올바른 행정을 기대해 봅니다.^^

    2013.01.26 08: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귀 기울일 줄 아는 분이길 기대해 봅니다.

    2013.01.26 08: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이주호가 교과서를 마음대로 했다면 너무끔찍합니다. 막아야 하는 일입니다.

    2013.01.26 08:27 [ ADDR : EDIT/ DEL : REPLY ]
  6. 교과서 수정권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알찬 주말 보내세요~

    2013.01.26 08: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유신시대 망령의 부활...
    모두 다 걱정되지만 그게 가장 걱정되는 것 같습니다.
    교과부 장관에게 그런 권위를 주려는 이유가 꼭 그것같거든요.

    2013.01.26 08:55 [ ADDR : EDIT/ DEL : REPLY ]
  8. 그런데 박근혜가 좋아할 것 같습니다

    2013.01.26 09:48 [ ADDR : EDIT/ DEL : REPLY ]
  9. 추악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모잘라,
    과거도 뜯어고치려 하는군요.
    개탄스럽습니다.

    선생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2013.01.26 10: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씁쓸한 일이네요.
    글을 읽으니 심히 염려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의 입맛에 맞게 뜯어 고쳐질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박 당선자의 아버지에게 치우친 그릇된 역사관입니다.
    하여 과연 정부의 입법예고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비칠지 의문입니다.

    선생님..
    다시 추워 졌으니 감기 조심 하시구요.
    뜻깊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2013.01.26 12:01 [ ADDR : EDIT/ DEL : REPLY ]
  11. 어린이들의 인생의 지침이 될수도 있는
    말그대로 교과서가 올바른 과정으로 수정되길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참교육선생님^^

    2013.01.26 1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좋은글 덕분에 잘 알아 갈께요..
    멋진 오늘이 되셔요!!

    2013.01.26 13: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벼리

    제발 누구 어느 특정인의 입맛대로가 아닌 공정한 교과서로 거듭나기를바래요.
    한 달여 남은 임기동안 너무 많은 일을 할려고 하는지는 않는지?....참 걱정이 되네요.

    2013.01.26 16:05 [ ADDR : EDIT/ DEL : REPLY ]
  14. 잘 알아 갑니다 ~ ^^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2013.01.26 16: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교과서 수정의 모든 권한을 교과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건
    옳은 일 아니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나라 권력자는 권력을 쥐고서도
    100% 권력을 원하는 그런 인물이 많아 더욱 걱정스러워요.

    2013.01.26 21:32 [ ADDR : EDIT/ DEL : REPLY ]
  16. 아 더욱

    2013.02.19 20:46 [ ADDR : EDIT/ DEL : REPLY ]
  17. 공개 또는 삭제된

    2013.02.21 23:3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