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의 기도 ... 안 도현
두손을 모으고 무릎을 조아리고
나 자신과 내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새해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한번이라도 나 아닌 사람의 행복을 위해
꿇어앉아 기도하게 하소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가 시냇물처럼 모여들어
이 세상 전체가 아름다운 평화의 강이 되어 출렁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뉘우치게 하소서.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과,
남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던 불끈 쥐 주먹을 부끄럽게 하소서.
그리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새해에는 부디 뉘우치게 하소서.
새해에는 스스로 깨우치게 하소서
내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다는 것을,
내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다는 것을,
내 이마에 햇살이 닿을 때
누군가의 등에는 그늘이 지고 있다는 것을
새해에는 알게 하소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길 때
내 발 밑에 밟혀 죽는 작은 벌레와 풀잎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새해에는 연약한 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빛나지 않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소서.
외롭고 쓸쓸한 것들의 옆에다 내 몸을 세워 주소서.
울긋불긋한 네온사인 아래 부초처럼 떠돌게 하지 마시고.
고요한 촛불 하나에 마음을 단단히 기대게 하소서.
새해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하소서.
하지만 사랑해요, 라는 말을 차마 꺼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오고가는 눈빛으로 사랑을 확인하게 하소서.
사랑 때문에 헤어져 아프게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새해에는 다시 사랑의 연둣빛 싹을 틔울 수 있게 하소서.
저 실업과 노숙의 거리.
젊은이들이 방황하는 골목길의 어둠을 새해에는 물리치게 하소서.
새해에는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세월동안
잘 먹고 잘 입으며 살아온 사람들을 부디 꾸짖어 주소서.
크게 크게 기적을 울려 화해와 상생의 길을 함께 걷도록 해주소서 .
그들이 통일로 가는 기관차를 가로막으려거든
발벗고 찾아 나서야 오는 거라고,새날은 기다린다고 오는게 아니라
새해에는 자신있게 말하게 하소서.
썩은 물을 나가고, 맑은 물은 들어오게 하소서.
<사진출처 :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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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시로군요
2021.01.09 07: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요즘 고향에 내려가 있습니다^^
언제 읽어도 참 좋습니다.
2021.01.09 18:51 신고 [ ADDR : EDIT/ DEL ]올 한 해는 모두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작년에 너무 고생들을 많이 해서 말이지요
2021.01.09 07: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그러게요. 코로나도 물러가고...
2021.01.09 18:52 신고 [ ADDR : EDIT/ DEL ]이런 사회가 과연 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021.01.09 08: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그렇게 만들어 가야지요. 오기를 앉아 기다리지 말...
2021.01.09 18:52 신고 [ ADDR : EDIT/ DEL ]올 한해는 이글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2021.01.09 12: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즐거운 주말되세요.
우리 모두가 나서서 혼신의 노력을 다 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요
2021.01.09 18:54 신고 [ ADDR : EDIT/ DEL ]새해에 바람을 잘 표현한 시를 읽고 저도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21.01.09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어떦게 살 것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지요. 이런 시를 읽으면서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01.10 03:20 신고 [ ADDR : EDIT/ DEL ]선생님 이 기도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2021.01.09 23: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감사히 글 되새김 해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좋지요.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런 분의 마음이 담겨 있는 글을 만나는 것은 행복입니다. 나의 칼 나의 피의 김남주님 그리고 안도현님의 시를 읽으면 부끄럽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마음입니다.
2021.01.10 03:22 신고 [ ADDR : EDIT/ DEL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덕분에 좋은 시 읽고 가요!!
2021.01.11 06: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