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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14 시가 그리운 날에.... 안도현 (13)
시와 음악2020. 11. 14.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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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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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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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연탄재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는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

    2020.11.14 08: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늘 잘 읽고 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20.11.14 20: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한 때 이맘때면 자주 읽었던 시인데 그동안 너무 앞만보고 달린 것 같네요. 시 다시 한번 음미해 봅니다.

    2020.11.14 2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덕분에 멋진 시 잘 읽고 갑니다 연탄에 쌓인 추억들이 참 많을 텐데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0.11.15 07: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일상을 지키는 보통 사람들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2020.11.15 15: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옛 추억에 잠기게 되네요
    연탄이 타오르기 까지 깊은 사연이 있었군아 생각도 해 봅니다

    2020.11.16 02: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안도현 시인이 직접 시 해설을 해 주는걸 들은적이 있습니다^^

    2020.11.16 07: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